모두가 승자인 ‘세계장애인태권도선수권’ 모스크바서 개막

  

역대 최다규모 37개국 111명 선수 출전, 겨루기에 이어 품새도 첫선
2020 도쿄 패럴림픽 정식종목 채택 여부, 10월 IPC 집행위원회에서 결정


선천성 장애로 불운을 겪었던 비카(우크라이나)가 대회 3연패를 달성했다.


올해로 다섯 번째 맞이한 세계장애인태권도선수권대회가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막이 올랐다.

세계태권도연맹(총재 조정원, WTF)은 22일(현지시각) 러시아 모스크바 디나모 스포츠팰리스에서 ‘제5회 세계장애인태권도선수권대회’를 개최했다. 이틀간 열리는 이번 대회에는 37개국 111명의 선수가 출전했다.

오는 10월 또는 내년 3월에 열릴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IPC) 집행위원회에서 2020 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정식종목을 최종 확정 짓는데 앞서 열리는 마지막 대회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태권도 장애인선수권대회 절단 장애인 겨루기부문은 크게 네 개의 관절을 기준으로 절단 정도로 따라 장애등급을 나눈다. 체급은 각 3개 체급으로 분리한다. 즉 남녀 각각 4개 장애등급 3체급 총 24개 부로 진행된다. 여기에 장애인으로 보기 어려운 오픈등급이 각각 3개 체급으로 나눠져 총 30개 부로 구분된다.

올해부터는 IPC 기준에 부합하도록 의사, 재활치료사, 물리치료사, 태권도 경기인 출신 전문가 등 10명으로 구성된 장애등급심사관(Classifier)을 통해 의학적 검증과 운동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해 출전 등급을 지정했다.

2009년 제1회 대회 출전 이후 국내의 지원과 관심부족으로 출전하지 못했던 유일한 절단장애 태권도 선수인 한국현(35)은 이번 대회에 5년 만에 출전해 우승에 도전했다. 상대 선수보다 신장과 체력이 열세했지만 선전했다. 8강에서 몽골 선수와 경기도중 절단 부위에 심한 타격을 당하면서 의료진 권유로 경기를 포기해야만 했다.


개막식 오프닝 공연이 댄스파티로 전환돼 참가자들이 숨겨뒀던 끼를 한껏 발산했다.


선천성 장애로 고아원에서 자라 태권도로 새 인생을 찾은 우크라이나의 비카 마르축은 이번 대회에서도 압도적인 실력을 발휘하며 상대 선수를 잇달아 제압하고 대회 3연패를 달성했다. 결승에서 몸통 공격을 쉴 새 없이 퍼부으며 2회전 23대2로 점수차승으로 세 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절단 장애가 가장 심한 K1(K-겨루기, 1~4 중증정도, 의무분류) -61kg급 결승에서는 주최국 러시아의 양팔이 전혀 없는 블라디슬라브 크리츠팔루쉬(Vladislav KRICHFALUSHIY)가 절단 정도가 양호한 편인 핀란드의 마티 싸이라넨(Matti SAIRANEN)을 상대로 노련한 경기 운영으로 접전을 펼친 끝에 연장전에서 몸통 밀어차기로 신승을 거둬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부터 지적장애인 품새 경기가 첫선을 보였다. 홍보 부족으로 참가 선수가 네 명에 그쳤지만, 앞으로 품새대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잡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주위 환경에 크게 반응하는 지적장애인의 특성을 고려, 기술위원회는 경기장 분위기를 조용히 정비한 후 치르는 등 여러 대안을 모색했다.

이날 오후 5시부터 두 시간동안 열린 대회 개막식은 역대 어느 대회에서도 볼 수 없는 인상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러시아 락 밴드의 신명나는 오프닝공연이 시작되자 선수단과 자원봉사자가 자연스럽게 경기장에 뛰어들어 예정에 없던 댄스파티를 연출하며 숨겨뒀던 끼를 한껏 발산했다.


양팔없는 모로코 장애인태권도시범단원이 시범공연을 펼치고 있다.


이어 팔과 다리의 절단 장애를 가진 모로코 장애인 태권도시범단의 시범 공연이 시작되자 관중들의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목발을 딛고 공중 격파, 양팔 없는 장애인의 고난도 발차기, 휠체어를 타고 다양한 호신술로 전에 볼 수 없었던 태권도의 진수를 유감없이 발휘해 큰 화제를 모았다.

WTF 조정원 총재는 이날 오후에 열린 개막식에서 “이 자리에 모인 선수 여러분은 경기의 승패를 떠나 모두가 진정 승자들이다”라며 “태권도는 2020 장애인올림픽 정식종목에 후보종목으로 추천되었다. 그래서 이번 대회가 아주 중요하다. 참가규모나 경기 내용의 질적 성장을 보았을 때 선정 가능성이 매우 희망적”이라고 밝혔다.

[무카스미디어 = 모스크바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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