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10살 맞은 태권도원, 이제는 매력을 만들때이다!

  

태권도원 T1경기장 전경

전 세계 태권도 성지를 꿈꾸고 설립된 태권도원이 개원 10주년을 맞이했다.

 

비태권도인으로서 태권도원을 준비하던 단계에서부터 개원 이후 10년을 바라보는 느낌은 태권도인들과는 사뭇 다르다. 다양한 이해관계가 있겠으나, 태권도원과 유사한 일본의 무도관이나 중국의 소림사 등과 비교해 보면, 10살 태권도원이 성장해 온 과정에 대한 평가는 잘 성장해 왔다는 것이다.

 

단지, 아쉬운 점이라면 태권도원을 둘러싼 정책과 태권도인들의 인식이 변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태권도원의 수장인 태권도진흥재단 이사장 자리는 공석이 지속되고 있다. 또 유네스코 국제무예센터 역시 이사장이 공석이다. 공교롭게도 두 기관의 주무부처는 문화체육관광부이고 제2차관 소속의 체육국 스포츠유산팀이라는 점이다.

 

태권도와 전통무예, 씨름, 국제경기대회 사후 활용 등 스포츠유산을 담당하는 팀이다. 주요 업무 9개중 태권도업무가 6개로 대부분 업무가 태권도다. 이러한 이유로 태권도지원팀이나 태권도지원과가 아니냐 할 정도다. 그러나 이 팀에서 담당하고 있는 법정법인 이사장 자리는 두 군데나 공석이 이어지고 있다. 직무대행이 길어진다는 것은 정부의 무관심을 말한다. 10살 태권도원은 직무대행이라는 모습에서 많은 것을 말하고 있다.

 

이러함에도 10살 태권도원에 대해 정부와 정치권은 매년 쉬지 않고 방문객수에 대한 평가인 양적 평가에 혈안이 되어 있다. 이것은 10살 태권도원에게는 가혹하다.

 

일본의 무도관은 1964년 도쿄올림픽의 유도경기장으로 건립해 올림픽 기금으로 재단을 설립한 것으로 현재 일본 무도의 랜드마크가 되고 있으며, 중국의 소림사는 1970년대 불교와 문화관계자들에게 일부 국가들을 개방한 이후 1990년대까지 덩핑시와 소림사에 중국정부의 지원을 계기로 중국의 대표 문화관광지중 하나가 되었다. 그들은 다그치지 않고 차근차근 키워 지금에 이르렀다.

 

태권도원의 건립은 무도관이나 소림사의 꿈을 꾸었다. 그러나 막상 건립 이후 태권도계는 계획단계의 마음은 사라지고, 태권도 기관별로 역할론을 앞세우며 편이 나뉘어져 있다. 태권도원 계획 단계에서 태권도 기관의 집적지로 성지화를 하겠다는 의지는 사라졌으며, 온갖 루머와 더불어 서로 남 탓을 하는 모양새로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흉할 정도다.

 

또한 설립초기부터 논쟁거리였던 태권도원의 접근성 문제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뒷담화 단골 주제가 되고 있다. 무엇보다 국내 태권도인들이 아직도 접근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태권도 단체들이 집적하고 접근성이 우선이라는 논리는 태권도 성지의 가능성을 희석시키는 소비성 논쟁에 불과하다.

 

태권도원은 분명 성지개념으로 출발했다. 태권도의 성스러운 지식을 보존하고 전승시키는 태권도 문화 중심지의 역할이었다. 장기적인 목표인 성지화를 위해서는 지금 당장의 방문객 성적보다는 발달 과업이 중요한 시기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지난 10년간 태권도원의 가장 큰 성과라면 태권도박물관 건립이다. 세계 어느 곳이든 박물관이 있는 곳은 중심도시다. 도시가 형성되고 박물관이 건립되었겠지만, 최근에는 세계 각지의 신도시 계획을 보면, 박물관을 중심에 두고 도시를 설계한다. 그것은 해당 도시의 정체성을 부여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태권도박물관은 태권도원과 무주가 태권도의 중심지이자 태권도 도시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태권도박물관에는 태권도의 유·무형의 유산중 중요한 자료나 물품을 수집하고 보관하며, 이를 방문객에게 공개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최근에 완성된 라키비움(larchiveum)은 태권도의 도서관, 기록관, 박물관의 기능을 가진 복합문화공간이라는 점에서 태권도원의 중심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태권도박물관을 비롯한 라키비움은 태권도원의 정체성이라는 점에서 가장 많은 투자를 해야 할 영역이기도 하다.

 

또한, 미래 스포츠가 ICT(정보통신기술)의 영향으로 심오한 변화가 분명해지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는 태권도 연구기관으로서 태권도원이 되어야 한다. 국내에 스포츠분야의 공공연구기관으로는 국민체육진흥공단 산하의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과 태권도연구소로는 국기원의 태권도연구소가 있다. 전자는 국내 스포츠정책과 스포츠과학의 연구기관으로 연구인력 등의 한계가 있으며, 후자는 태권도의 연구기관이라기 보다는 연구행정에 집중되어 있다. 이외에도 유네스코 국제무예센터 역시 연구인력이 전무한 행정기능에 머물러 있다.

 

태권도사관학교나 태권도대학원 설립같은 고민 이전에 ‘가칭) 태권도연구센터’의 창설이 필요하다. 각 대학에서 많은 태권도 인재들이 배출되고 있는 가운데 태권도 연구기관은 부족한 실정으로 연구와 현장의 괴리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태권도 연구를 주된 목적으로 하는 정부출연 연구기능을 가진 태권도원 부설 연구센터의 설립이 필요하다.

 

태권도원은 무주와 전북도, 나아가 대한민국의 얼굴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태권도원의 매력이 있어야 한다. 이 매력이 세계인들을 불러 오게 한다. 매력의 힘은 가식적인 것이 아닌 정직성이다.

 

태권도원의 라키비움은 태권도원을 찾는 이들의 소중한 태권도복합문화공간이 될 것이며, 연구센터는 태권도원을 지원하고, 각종 유관기관, 학회, 태권도 단체들과의 유기적 협력을 바탕으로 연구, 자문, 정보제공 등의 역할을 수행하는 센터가 될 것이다. 10살 태권도원이 매력을 만들어 가는 방법이다.

 


[글. 허건식 / 체육학박사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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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라소니

    맞아요. 매력. 그런데 매력은 깊이가 있어야 하는데 그래야 매력덩어리가 되는데 이제 태권도는 양보다는 질을 키울때입니다. 어쩌다 잘 읽고 갑니다

    2024-07-11 12:07:48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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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권인

    좋은 글 감사합니다.

    2024-04-30 19:11:58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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