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의 허튼소리] 인생에 스트레스가 없다면 성공도 없다
발행일자 : 2012-01-25 11:08:19
<글. 강 준 회장 | 사단법인 대한공권유술협회>


은어(銀魚)는 은어 과에 속한 물고기로 몸길이는 15~30센티미터이고, 모양은 가늘고 길며 어두운 녹색을 띤 회색이다. 치어(稚魚) 때 바다로 나갔다가 자라면 강으로 돌아와 여울에서 살며, 모래나 자갈 밑에 알을 낳는다. 향기가 있고 맛이 좋아 옛날부터 귀한 물고기로 대접받았기 때문에 강이 없는 산간지방에서도 이 은어를 맛보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았다.
예전에는 지금처럼 교통도 좋지 않았고 운반수단도 좋지 않았기 때문에 어렵게 잡은 은어들이 한여름의 뙤약볕에 몇 시간만 지나면 모두 상하기가 일수였다. 이러한 물고기를 살아있는 싱싱한 상태로 이동시키는 방법은 물통 속에 커다란 메기 한 마리를 함께 넣어두는 것이다.
성질이 급한 은어는 물통 속에 몇 분 만 넣어두어도 금방 질식사하고 말지만 메기와 함께 있으면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몸을 바삐 움직인다. 죽지 않으려고 하는 은어의 스트레스가 정작 은어를 죽지 않게 만드는 것이다.
스테판 사범은 유럽 지역의 나라에서 공권유술 대표를 책임지고 있는 본부장이다. 내가 스테판에게 한 나라의 공권유술 대표권의 권리를 준 이유는 그가 자기 나라에 처음으로 공권유술을 도입한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런 그에게 기득권과 혜택을 주고 싶었다. 그리고 그렇게 하는 것이 인간적으로 옳은 일이라고 믿었다. 20년 남짓의 역사를 가진 한국무술, 더욱이 한 개인이 창시한 무술을 자기의 나라에 도입한다는 것이 나에겐 여간 고마운 것이 아니었고 열심히 배우려는 마음도 가상했다.
더욱이 그는 자기의 나라에서 공권유술의 대표가 되고 싶어 하는 열정이 있었다. 인간성도 좋았고 무술에 대한 자기 주관도 뚜렷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공권유술을 도입한지 6년이 지났음에도 자신의 나라에 공권유술의 도장이 잘 전파되지 않는 것이었다.
공권유술이 전파되지 않은 이유를 이메일이나 전화를 통해 수없이 질문했지만 돌아오는 답장은 자기의 나라에서는 무술에 대한 열정도 인기도 없기 때문에 무술도장을 개관하려는 사범들이 없다는 대답뿐이었다. 나는 그의 대답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가 속해 있는 나라의 무술사범들은 스테판의 연락처를 모르는 경우가 많아 나의 메일을 통해서 어떻게 공권유술을 개관할 수 있는지 질문해 왔다. 그럴 때마다 나는 새로운 사범들을 모두 스테판에게 소개를 시켜주었다. 내가 직접 그들을 상대하는 것은 스테판에 대한 신뢰를 저버리는 것 같아 그렇게 했다. 5년 동안 수 십 번 정도는 되었던 것 같은데 어째서 그들이 모두 공권유술 도장을 개관하지 않았는지 도통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작년 여름 스테판은 여름휴가를 이용하여 태국에서 무에타이를 수련한 후 공권유술 훈련을 위하여 한국에 방문했다. 15일 정도를 나의 도장에서 보냈는데 그와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그는 한국의 에너지드링크를 좋아했기 때문에 저녁 수련이 끝나면 우리는 언제나 사무실의 쇼파에 앉아서 박카스를 마셨다.
“당신이 운영하는 공권유술 도장과 본부는 잘 되고 있습니까?”라는 나의 일반적인 질문에 그는 놀랍게도 엉뚱한 대답으로 물음을 대신했다.
“공권유술 도장이나 본부의 운영이 잘되면 어떻고 안 되면 어떻습니까? 그게 중요합니까?”
그의 대답에 나의 귀를 의심했다. 처음에는 그가 하는 영어를 내가 잘못 알아들은 줄만 알고 똑같은 질문을 여러 번 반복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같았다.
그게 무슨 뜻인지 구체적인 대답이 필요하여 그 뜻을 설명해달라고 하자 그는 다음과 같은 대답을 하였다.
“공권유술 도장을 오픈하자 한국무술에 관심을 갖는 수련생이 많았습니다. 학생들이 많아지니까 수업료를 늦게 내는 사람도 있고 지각하는 사람도 있고 관리가 안 되는 경우가 많아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도장에서 공권유술을 수련하는 사람 중 공권유술에 애착을 가지는 사람을 뽑아서 자원봉사로 도장을 관리할 매니저로 임명하였습니다. 수업료 관리부터 공권유술 홈페이지 관리, 청소, 도복 구입 등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모두 그에게 맡겼더니 여간 편한 것이 아닙니다!” 그가 흥이 났는지 침을 튀기며 열변을 토했지만 나는 여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내가 반문했다.
“그럼 당신이 하는 일은 무엇입니까?”
“나는 그냥 학생들만 지도하면 됩니다.”
“그럼 다른 지역에서 공권유술 도장을 오픈하려고 하는 무술의 고수는 누구에게 문의 합니까?”
“매니저에게 문의합니다!”
“매니저는 공권유술을 수련한지 얼마나 됩니까?”
“이제 6개월째 됩니다”
“무술 6개월뿐이 수련하지 않은 사람이 어떻게 수 년 또는 수 십 년씩 수련한 타 무술의 사범들을 상담합니까?
“하지만 어째든 저는 스트레스 받지 않고 공권유술을 수련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저에게 있어서 공권유술은 단지 취미입니다. 본업은 따로 있습니다!”
나는 그와의 대화를 통해서 무술을 좋아하는 것과 한 나라의 무술대표를 맡는 것과는 전혀 별개라는 것을 그때 깨달게 되었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한국의 무술과 공권유술에 대해서 토론했지만 이토록 나를 황당하게 하는 대화는 처음이었다.
그는 주먹을 입으로 가져가더니 헛기침을 몇 번 한 후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말을 이어갔다. “타 무술사범들이 공권유술을 배우기 위하여 다른 도시에서 비행기를 타고 방문한다고 하면 저는 어쩔 수 없이 모두 거절합니다. 토요일, 일요일 날은 내가 휴식을 취하여야 하기 때문에 수련할 수가 없습니다.” 어째서 5년이 넘도록 공권유술 도장이 그 나라의 도시 전역으로 전파되지 않았는지 해답이 풀리는 순간이었다.
다른 도시의 무술인은 평일을 이용하여 공권유술을 배우기는 거리상의 문제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주말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그들은 비싼 수강료를 지불하기 때문에 프로패셔널(professional)이라면 기꺼이 자신의 주말을 할애해야 한다.
나는 그가 나의 말을 이해하였으면 하는 바램으로 이야기 했다.
“나는 아침 일찍 일어나서 오늘 해야 할 여러 가지 스케줄을 점검하고 도장에 가면 직접 사무실과 도장청소를 한 후에 일을 시작합니다. 하루에 세 타임씩은 공권유술을 배우려는 학생들을 직접 지도합니다. 이제 막 입문한 초보자를 지도하는 것은 무술의 고수를 지도하는 것보다 스트레스를 주지만 나는 이것이 너무나 즐겁습니다. 여러 가지 사무적인 일이 많기 때문에 11시부터 일을 시작하면 새벽 2시는 되어야 일이 끝납니다. 무술적으로나 사무적으로나 날마다 스트레스 받지 않는 날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나의 직업이고 나는 이러한 스트레스가 좋습니다. 조금씩이나마 내가 하는 일이 발전되고 있는 나의 앞날이 언제나 기대 됩니다.”
스테판은 나의 이야기에 소리 내어 하품을 하고는 고개를 돌렸다. 마치 듣기 싫다는 표정이었다.
그의 태도에 나는 단호하게 반응하였다.
“나의 입장에서는 당신보다 당신의 매니저가 국제공권유술협회에서는 더 필요한 인재입니다. 나는 당신에게 공권유술을 취미생활로 한 나라의 대표권을 준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나에게는 이것이 취미가 아닌 인생의 전부입니다.”
스테판은 나의 대답에 자존심이 상했는지 얼굴이 빨갛게 상기되어있었다. 그리곤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냐는 제스처로 어깨를 ‘으쓱’하며 두 손을 벌려 보였다. 그로부터 얼마 후 스테판은 자신의 직장에서 해고 되었고 공권유술 대표 자리에서도 물러나야만 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대한무예원이라는 타이틀로 한국무술도장을 운영하는 김준태 관장은 진취적이고 역동적인 공권유술 사범이다. 그는 젊은 나이임에도 2011년 8월1일 북가주 총관장과 미국 사무국장에 임명되었다. 그가 임명되기 전 까지만 해도 캘리포니아 주에는 단 한 개의 공권유술 도장만 운영되고 있었다. 그러나 3개월이 지난 지금은 20개의 공권유술도장으로 늘어났다. 모두 김준태관장의 열정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내가 김준태 관장에게 신뢰를 보낸 결정적 계기는 그가 나에게 보낸 무수히 많은 메일 중 가장 눈에 띄는 한 문장 때문이었다. 그는 편지의 맨 마지막 줄에 “저는 공권유술에 목숨을 걸었습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목숨을 걸 만큼 최선을 다한다는 뜻이다. 진심이 담겨져 있는 한 마디의 말이 무조건적인 믿음을 주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스테판 관장과 김준태 관장이 사람을 대하는 차이다.
언젠가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외래어 중 ‘스트레스’가 1위라는 설문조사 결과가 있었다. 그만큼 한국 국민들이 ‘스트레스 받는 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는 것이다.
스트레스가 인체에 끼치는 영향은 다음과 같다.
스트레스가 너무 높게 되면 불안을 일으키게 되어 신체가 떨리게 되고 이에 따라 생리적 불순에 대한 자동반응을 일으키게 되어, 문제해결에 간접적 방해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즉,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불안을 없애고자 하는 동기에만 집착하게 되며, 감정적, 방어적 대처행동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된다. 중대한 일이 처해 있거나 매우 위험한 상태에 처해 있을 때 말을 더듬고 손발이 떨리는 경우가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이 밖에도 과도한 업무나 학업, 어려운 살림, 타인의 무례함이나 상사의 명령과 같은 사회적인 요소 등도 스트레스의 원인이 될 수 있으며 결혼이나 승진ㆍ합격ㆍ휴가처럼 스트레스를 전혀 줄 것 같지 않은 즐거운 일들도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현대 사회는 스트레스에 대해서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대부분의 성인병을 스트레스에 의한 발병원인으로 꼽기도 하고 과로사를 스트레스의 한 유형으로 보기도 한다.
1963년 스트레스에 대한 논문으로 노벨의학상을 수상한 캐나다의 ‘한스 셀리’ 박사는 스트레스를 ‘자극’에 대한 반응이라고 정의한다. 사실상 스트레스적인 ‘상황’은 없고 스트레스적인 ‘반응’만 있다는 것이다.
즉 우리로 부터 부정적인 감정을 일으키는 온갖 종류의 스트레스는 ‘무엇 때문에’ ‘누구 때문에’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대한 반응으로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당신이 알아야 할 사실은 스트레스가 모두 나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적당한 스트레스는 긴장감을 주기 때문에 집중력과 업무의 효율성을 높여준다. 만약 당신에게 죽을 때까지 아무런 근심과 걱정 없는 삶이 주어진다고 한다면 과연 행복한 인생이 될 것이라 생각하는가?
인생을 살아 가면서의 보람이란, 모진 풍파를 헤쳐 나가기 위하여 노력하고 현재 보다 발전된 삶을 살기위하여 극복하는 것에서 진정한 행복을 느끼게 된다. 사람들은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요, 사람이 살아가는 삶에 있어서 커다란 적으로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온갖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방법을 동원한다. 술과 담배를 즐기고, 유흥업소를 즐겨 찾는 현대인들은 또 다른 스트레스를 양성해 내는 역효과를 경험하기도 한다.
어떠한 일을 도전하기도 전에 겁을 먹는 것은 스트레스에 대한 부담이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겁부터 먹고 금방 포기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렇듯 스트레스를 공포의 대상으로 보기 때문에 스트레스의 노예로 전락하고 만다. 스트레스를 완전히 극복하지 못한다면 그것을 즐겨라! 당신의 인생에 스트레스가 없다면 결코 성공도 없을 것이다.
(※ 알림 ☞ 공권유술 강준의 허튼소리는 필자의 개인적인 사정으로 이번 회를 끝으로 약 6개월간 중단됨을 알립니다. | 편집자 주)

[글 = 강준 회장 ㅣ 사단법인 대한공권유술협회 ㅣ master@gongkw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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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를 구분할때 긍정적인 스트레스, 부정적인 스트레스 아니면 그저그런 중간적인 스트레스로 구분합니다. 강준 공권유술 협회 회장님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6개월동안 쉬시면서 자유 대한민국의 헌법과 기타 법률을 숙지하시어 더 한층 도약하는 공권유술협회가 되길 바랍니다.
2012-01-30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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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부터 하고 싶은 말 이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2012-01-27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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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범님의 칼럼을 애독했던 독자입니다. 당분간 칼럼을 연재하지 않는다니 아쉽습니다.
앞으로 더 좋은 글과 무술계의 건전한 비평을 부탁드립니다. 건승하십시요!
2012-01-25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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