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살바도르 친구들과 나눈 사랑의 흔적

  

태권도 지도자, 월드비전 '사랑만이 희망이다' 후원자로 엘살바도르 봉사 체험기



올해로 나눔 활동 20주년을 맞이한 김혜자 친선대사의 활동을 기념하여 사회복지법인 <월드비전>이 <조선일보>와 함께 1만 명의 후원자를 찾기 위한 ‘사랑만이 희망이다’라는 공동캠페인을 시작했다.

모두 아홉 번의 시리즈 중 필자는 여섯 번째 활동에 참가 했다. 다섯 번째까지는 연예인 후원자가 줄을 이었고 여섯 번째는 우리 태권도가 후원자로 엘살바도르로 떠나게 되었다.

태어나서 처음 20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고 지구 반대쪽을 향해 날아가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처음 아이들을 만나면 뭐라고 말을 할까? 어떤 집에서 무엇을 먹으며, 어떤 것을 꿈꾸며 살아가고 있을까? 정말 영상에서 본 것처럼 극한 상황에 살고 있을까? 잠이 잘 오지 않았다.

엘살바도르 아침 햇살은 따갑고 뜨거웠다. 열대과일과 끝없이 펼쳐진 밀림이 눈에 들어왔다. 자연을 보면 아름답고 길가에 서 있는 사람들과 집을 보면서 안타까움이 밀려 왔다. 아직 만나지도 못했는데 이들의 힘들고 고단한 삶을 짐작하게 했다.

숙소로 가던 중 마트에 들렀다. 음료도 사고 화장실을 가기 위해서였다. 차에서 내려 마트로 가는 도중 나는 깜짝 놀랐다. 큰 총을 어깨에 메고 실탄을 장전한 무장 경찰이 우리 뒤에서 걸어오고 있었다. 우리 일행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에서 파견한 경찰이라고 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마트에도 총을 들고 있는 사설 경호원들이 있었다. 이곳은 깽단들이 너무 많아서 치안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고 했다. 우리 일행이 엘살바도르에 머무는 동안 계속 우리와 함께 한다고 한다. 숙소에 도착한 우리 일행은 짐을 풀고 휴식의 시간을 가졌다. 시차적응이 아직 잘 되지 않은 것을 배려한 한 것이었다.



다음 날 아침 6시, 우리 일행은 첫 방문지인 토레 푸에르떼 사업장을 찾았다. 약 4시간이 걸렸다. 이곳 지역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들이 돕고 있는 가정을 직접 방문을 하게 되었다.

사업장에서 출발, 비포장도로와 강을 건너고 산을 넘어 차량으로는 더 이상 갈 수 없어 걸어서 40분정도 산을 오르자 듬성듬성 집들이 보였다. 이날 몇 가정을 방문했다. 나무와 흙으로 지은 집에 9~11명의 가족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대부분 가정은 부모 없이 할머니와 아이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었다. 부모는 돈을 벌기 위해 불법 이민을 간 경우가 많았다. 아이들의 맨발이 눈에 들어 왔다. 거친 산과 밭을 맨발로 다니는 아이들과 할머니를 보고 있자니 마음이 아팠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먹을 것과 깨끗한 물이라고 한다. 물을 얻기 위해 멀리에서 구해 온다. 학교는 꿈도 꾸기 어려운 여건 이다. 이 아이들에도 희망이라는 것이 있으면 좋겠다. 손을 흔드는 아이들을 뒤로 하고 마지막 방문 가정으로 향했다.


도착한 곳은 옹기종기 모여 있는 10채 남짓한 작은 마을 이었다. 담장은 없고 나무와 양철로 지붕을 덮은 모양의 집이었다. 아빠는 집을 나가고 엄마는 온두라스로 다른 남자를 따라 떠난지 5년, 81세의 늙은 할아버지, 병들어 누워있는 할머니 그리고 남겨진 사내아이 2명이었다.

큰 아이는 농사를 돕고 하루 4불을 받고, 1년에 농작비로 현금 45불을 주어야 한다. 동생은 망고를 팔고 다니며 생계를 이어가는 가정이었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 동생은 없었다. 망고를 팔기 위해 나갔다.

조금 있으니 막내가 망고를 팔다 집으로 돌아왔다. 경계하는 눈빛이 역력했다. 우리는 조금 더 자연스러운 이야기를 하기 위해 가족들과 주변사람들을 다른 곳으로 보내고서야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돌아오는 4시간 동안 피곤한 몸 보다 어려운 환경 속에 살아가는 어린 아이들의 눈망울이 떠올랐다.

마지막 날 새벽 4시, 잠에서 깨어 뒤척이다 숙소 마당에 나갔다. 역시 우리 숙소도 무장한 경비들이 지키고 있었다. 간단하게 몸을 풀어 두었다. 일정이 힘들다는 정보를 들었기 때문이다.


오전 일정을 마치고 태권도 시범 일정도 잡혀 있었다. 방문지인 솔리다리다드 사업장은 약 1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 곳. 방문한 사업장은 조금 더 체계적으로 운영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업장을 출발해서 30분정도 비포장도로를 달려 도착한 곳은 시라칸티케 어촌마을 초등학교, 월드비전 코리아에서 세운 학교다.

이 시골 학교에 대한민국 지도가 붙어 있었다. 감격적이었다. 여기서는 초등학교 1~4학년까지의 과정을 가르치고 있었다. 공부를 더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왔던 길을 다시 걸어 가야하는 먼 거리에 있어 대부분 진학을 포기하고 부모의 생계를 돕는다고 한다.

우리는 실제 고기를 잡고, 조개를 잡고 있다는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 차를 타고 30분 정도 더 비포장도로를 달렸다. 여기는 길이 없었다. 숲을 지나고 자신의 땅을 표시해 둔 듯 한 울타리를 치워가며 갈 수 있는 길 이었다.

그리고 도착한 곳에는 문도 없는 집 한 채가 덩그러니 있었다. 이웃도 없는 고립된 산 속에 있었다. 많은 생각이 교차했다. 학교는 갈 수 있을까? 먹을 것은 어디에서 구하나? 아프면 병원은 어떻게 가나? 등 다행히 엄마와 할머니가 아이들을 양육하고 있었다.

여기서 우리는 또 충격을 받았다. 엄마는 같지만 아버지는 모두 다르다는 것이고 한명의 아버지도 여기에 없었다. 그러니 생계는 자연히 아이들 몫이 되었다. 조개와 고기를 잡아 생계를 유지한다.

우리는 아이들이 일하는 바다로 나가 보았다. 약 30분 정도 길 없는 초원과 늪지와 같은 곳을 걸어 배를 탈 수 있는 곳에 도착했다. 아바타에 나오는 강 숲과 같이 생긴 곳이다. 강 옆으로 버드나무와 같은 큰 나무와 뿌리는 물 위로 나와 서로 엉켜 있는 맹그로브 나무라고 했다.


우리는 배를 타고 강으로 나가서 맹그로브 나무 옆에 배를 대고 물이 빠지기를 기다리며 고기 잡는 아이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배에 앉아 있는 동안 엄청 많은 벌레들이 몰려 다녔다.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벌레들이다.

이제 7살 먹은 여자아이 ‘멜리사’와 11살 남자아이 ‘프레디’는 능숙한 동작으로 고기를 잡다가 입에 무언가를 물었다. 자세히 보니 ‘시가(담배)’였다. 아이 엄마는 주머니 한가득 시가를 가지고 있었다.

고기를 잡고 조개를 잡는 동안 벌레를 쫓기 위해 피우기 시작한 흡연이 이제는 중독이 되어 있었다. 물이 빠지자 아이들은 맹그로브 나무숲으로 들어갔다. 조금 들어가자 뻘이 나왔다. 아이들의 발과 손은 상처로 피가 보였지만, 맹그로브 나무뿌리 밑을 뒤졌다. 얼마가 지나자 조개가 잡혔다. 안타까운 삶의 현장이었다. 이렇게 잡은 조개와 고기는 시장에 나가 판다고 한다.


우리 일행은 태권도시범을 보이기 위해 읍내와 같은 곳에 위치한 학교로 향했다. 여기 있는 아이들도 데리고 가기로 했다. 약 1시간정도 우리가 왔던 길을 다시 나가서 학교에 도착했다. 이 학교는 6학년까지 운영하는 학교 였다.

월드비전의 후원으로 3개의 클럽이 운영되고 있다고 했다. 학생들은 사회와 발표를 준비했다. 기타와 노래, 시를 읊는 동아리, 피아나를 만드는 동아리 등을 소개 받았다. 이어 우리가 준비한 태권도 시범을 하게 되었다.

나는 시범을 도저히 할 수 없는 상황이라 이종천 연구원이 대신 해 주었다. 반은아 단원의 시범과 연구원의 태권도 지도가 진행 되었다. 나는 단상 아래서 절반의 아이들을 지도하고 단상으로 올려 보내는 역할 을 했다.

매번 해외에서 태권도를 가르치고 시범을 할 때 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행복하고 즐거웠다. 그리고 도복을 입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과 한국어와 태권도 동작을 따라하는 모습은 너무 멋있었다. 감동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이구나라는 것을 느낄 정도였다.

모든 일정이 끝나고 우리 일행은 어촌마을에서 따라 온 4명의 아이들을 배웅해 주었다. 안녕 언제 또 만날지 모르지만 행복하게 건강하게 잘 자라기를 바라면서 보내 주었다.

한 달에 3만원이면 한 아이가 공부도하고 좋은 음식도 먹고 생활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나를 “짠”하게 한다. 이제 우리 태권도인들도 이런 가치 있는 일에 눈을 돌려 할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사랑만이 희망이다”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방문이었다. “한도장 한생명 살리기캠페인”을 통해 태권도 지도자들이 세계를 품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내가 이번 엘살바도르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4년 전 대한태권도협회와 월드비전이 함께 주최한 ‘기아체험 24시’를 통해서다.

가난과 질병, 빈곤, 어린이 노동, 에이즈, 물 등 여러 가지 어려움으로 고통 받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우리 수련생과 학부모들에게 알려주었다. 그냥 스쳐 지나갈 내용을 실제 일어나고 있는 일을 담은 영상과 교육 자료는 큰 충격을 주었다.

이후 수련생들이 조금씩 마음이 변하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더욱 적극적으로 ‘기아체험 24시’를 홍보했다. 나아가 여러 태권도장과 지역 학원과 연합해 행사를 진행 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이달 구청과 함께 “기아체험 24시”를 하게 되었다. 태권도 수련생들의 마음과 시야를 넓게 해주는 좋은 프로그램이라는 생각과 확신이 든다. 특히 “한 도장 한 생명 살리기”는 참! 인성교육의 장을 만들어 주는 좋은 계기가 될 것 같다.

[글. 최중구 관장 ㅣ 상도태권도장 ㅣ sangdotkd@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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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범

    지나친 경쟁 만을 추구했는데.. 신선합니다. 사범으로서 긍지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2011-10-06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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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잘 읽었습니다. 정말 이런 가치있는 일에 태권도 종주국으로서 선봉장이 된다면 스포츠로서나 무도로서나 임팩트를 찍은 시점에서 21세기에 태권도 종주곡이 또 한번 앞장서야 할 좋은 일이 될 듯 합니다.

    2011-10-06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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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긍정의 힘

    저희 도장도 "한도장 한생명 살리기" 도장에 가입하여 3개월 째 시행하고 있습니다
    수련생과 부모님들에게 나눔에 행복을 알게 해 줄 수있어 행복한 태권도장입니다 ^^
    수련생들에게 살아있는 인성교육에 기회가 되어 기쁘게 생각하며 참여하고 있습니다

    2011-10-05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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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reat Park

    감동입니다. 사랑만이 희망이라는 말이 가슴속 깊이 와 닿네요. 먼 이국땅에서 의미있는 일 하고 오시느라 고생많으셨습니다.

    2011-10-05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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