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이야기] 18기의 달인 원봉석
발행일자 : 2011-02-20 17:04:57
<글 = 허인욱 무술전문위원>


[허인욱의 무인이야기] 원봉석 편
잡지 ‘조광(朝光)’ 1941년도 7권 4호에는 ‘조선무예와 경기를 말하는 좌담회’를 보면, 18기의 달인 원봉석이 등장한다. 이 좌담회에 참가한 유추강(庾秋崗, 1886~1954)이 원봉석에 대해 언급을 하고 있는 것이다. 원봉석은 무아관 사람으로 9품 관직인 금위영 초관으로 있다가 나중에 소대장까지 한 사람이라고 하고 있다. ‘승정원일기’를 보면, 고종 31년(1894) 11월에는 친군장위영(親軍壯衛營)의 교장(敎長)으로, 고종 41년(1904) 5월에는 육군 참위, 고종 43년(1906) 4월에는 육군연성학교부 육군보병 참위(陸軍步兵參尉)로 나타나는 원봉석(元奉錫)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유추강이 좌담회에 참석했을 때 80세 정도였다고 하는 것으로 보면, 1861년 정도에 태어난 것으로 보면 될 듯하다.

조광 1941년 7권 4호
유추강은 원봉석이 한규설(韓圭卨, 1848~1930)이 ‘포상’으로 있을 때, ‘부호장’ 노릇을 했다고 한다. 포상은 포도대장을, 부호장은 포도부장을 가리키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한규설은 약간의 변동은 있지만, 대략 고종 22년(1885)부터 고종 31년(1894)에 좌․우변포도대장을 역임하고 있다. 원봉석도 이 시기에 포도부장에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원봉석은 평상시에는 아주 느리고 굼뜨지만 여차직 할 때는 매우 날랬다. 두 다리를 모은 채 앉았다가 무릎팍을 탁 치고 ‘왁’하고 소리를 치면서 튼튼한 성년 남자인 장정 한 길은 뛰어오를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총 끝에 창을 끼어 세워 놓은 것을 뛰어넘기도 했는데, 장정을 세워 놓고 살짝 뛰어넘으면서 두 발로 상투에 꽂은 동곳을 뽑을 정도였다. 그는 무아관대청 처마의 서까래를 잡고 둘레를 한바퀴 빙 돌 정도의 능력을 지니고 있기도 했다.
한 번은 원봉석이 문안패 쪽에 끼어 남문박정패와 편싸움을 하는데 문안패가 몰리게 될 때 나서서 몽둥이를 한번 휘두르자 맞은 사람 10여 명이 죽어 버렸다. 그 때부터 편싸움을 반대하는 사람이 생겨 편싸움이 없어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위안스카이(袁世凱, 1859~1916) 밑에서 18기를 배워 이런 재주를 부리게 되었다고 한다. 위안스카이는 1882년 오장경(吳長慶)이 임오군란 진압을 위해 3,000명의 군사를 이끌고 조선으로 파견되었을 때, 군수참모 격으로 동행한 인물로 흥선대원군을 청나라로 압송하는 데 앞장을 섰다. 1884년 갑신정변 때도 미리 대비하고 있다가 재빨리 청나라 군대를 동원하여 정변을 실패하게 만들었다. 그는 1885년 8월 조선으로 돌아와 조선 정국을 좌지우지했는데, 1886년 고종의 폐위를 이홍장에게 건의했고, 1887년에는 조선 정부가 박정양을 주미공사, 심상학을 주유럽공사로 임명하자 청나라와 미리 상의하지 않았다며 부임을 중지시키기도 했다. 아마도 원봉석은 이 시기에 위안스카이의 휘하 무인들로부터 18기를 배웠던 것으로 보인다.
유추강은 당시 원세개가 조선에 나와 36기를 가르쳤는데, 조선인들은 반절 즉 18기만 배워도 청나라 사람보다 잘 하니까, 36기를 다 가르치지 않고 18기만 가리켰다고 한다. 중국무술과 관련해서는 ‘중외일보’ 1929년 10월 22일자에 경성안내사 주최로 중국인 검술가 장두혼(張斗魂)의 검술 시연이 있다는 기록을 찾을 수 있기도 하다.
한편 이 좌담회에 참석한 최여성(崔汝成)은 조선인들이 행하던 ‘격도’라는 무예와 ‘김정의’라는 인물을 언급하기도 하였다. 그의 언급을 현대 맞춤법으로 바꾸어 보면 다음과 같다.
전에 또 격도라는 게 있었습니다. 두 팔을 땅에 짚고 두 팔을 땅에 짚고 몸으로 치는 것인데 황소도 맞으면 넘어간다는 것입니다. 18기 속의 하나인지 모르나 두 팔로 땅을 짚고 두 다리를 쭉 뻗고서 목을 치면 목이 부러지고 허리를 치면 허리가 부러지죠. 근전에는 김정의라는 사람이 제일 잘했는데요. 조선의 유희도 들려면 많습니다.
격도는 현재 전해지는 택견의 ‘물구나무 쌍발치기’라는 기법과 비슷하게 팔을 땅에 짚고 발을 사용해 타격을 한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송준호 수박이야기>에서 말하는 것처럼 쳐서 쓰러트린다는 의미의 ‘격도(擊倒)’ 정도가 아닐까 짐작된다. 당시 격도로 유명한 이로 김정의라는 인물의 존재를 언급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은 언급하고 있지 않아 아쉬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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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야담가다. 그 야담가의 이야기를 100% 믿을 수 있을까요? 그래도 소중한 자료를 소개해줘 고맙습니다. 앞으로 많은 자료 부탁드립니다.
2011-02-23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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