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카스 태권 원정대-5] ‘쿠키(cookie)’라도 먹지 그래!
발행일자 : 2010-07-17 15:24:56
<무카스 = 미국 맴피스 / 정대길 기자>

5일차 리얼스토리 공개
저희 무카스 태권 원정대가 독자여러분들께 너무 힘든 상황, 믿기 어려운 미국 취재 과정의 뒷얘기들만 전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종종 지인들이 전화를 주셔서 어디아픈데는 없느냐. 밥은 굶고 다니는 것 아니냐는 분들이 계십니다. 또 어떤 분은 “거짓말 하지마”라고 합니다. 이번 편을 통해 말씀드립니다. 제가 기록하는 모든 일들은 100% 실제 상황입니다.
이번 시간은 제가 주인공입니다. 너무 다른 팀원들의 이야기만 쓰다보니, ‘정대길만 쏙 빠져나간다’ 는 등 형평성의 문제가 제기되었습니다. 때마침 미국 여정 4일간 실수 하지 말아야지 하면서 잘 버텨온 저에게 정말 자존심 상하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때는 미국 취재 5일차, 엘비스프레슬리의 스승인 이강희 사범이 직접 수련생을 지도하는 모습을 담기 위해 맴피스에서 하루를 묶어야하는 15일 저녁 11시 30분이었습니다. 아홉 곳의 호텔을 찾아 헤맸습니다. 부르는게 값이 더군요. 방 하나에 미화 120달러를 요구했습니다. 이름만 ‘호텔’인데도 말이죠.
박정민 PD가 프랑프루트호텔을 찾았습니다. 가격은 다른 곳보다 조금 저렴했습니다. 85달러였습니다. 하지만 예산을 생각해서 더 싼 곳을 찾아야했습니다. 하지만 없었습니다. 솔직히 저희가 원하는 숙박요금은 최고 50달러였기 때문입니다. 시간은 흘러 12시를 훌쩍 넘겼습니다. 뭐든 결정해야했죠. 새벽 1시가 가까워지고 있었습니다. 장기간 운전으로 뒷 좌석에서 숙면을 취하다 깬 저는 순간 “이제는 내가 나서야 할 때”라고 생각했습니다. 일종의 사명감이었다고 할까요. 저는 자신있게 말했습니다. “프랑프루트로 다시 가자, 내가 방 값 깎아 볼게.” 허인욱 위원이 “그래 너라면 가능해”라고 저의 사기를 북돋았습니다.
“성공하면 영웅이 된다.” 당당히 호텔 문을 열고 들어갔습니다. 순차적으로 물어봤습니다. “방 있어요?” 그 다음 질문으로 저는 총 4명이 잘 두 개의 방을 달라고 하고서, 본격적인 가격 흥정에 돌입할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등록센터 직원의 반응은 예상 밖이었습니다. 이건 방이 있다, 없다의 대답이 아니었습니다. 인종을 이야기하면 그렇지만 키는 160정도 되는 작은 체구의 흑인 직원이 저에게 “잠깐만요. 쿠키(과자)좀 드세요”라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상냥한 그의 호의에 정중히 "아닙니다. 배부릅니다. 방은 있냐"고 되물었습니다. 그제서야 그는 내가 무슨 목적으로 자기와 대화를 나누는지 이해했습니다. 그러더니 저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아주 측은한 말투로 말이죠.
“방 없어요. 여기 호텔은 비싸요. 저쪽으로 한 10분 가시면 모텔이 있어요. 거기는 50달러면 돼요.” 저는 연신 “감사합니다”를 외치면서, 팀원들에게 이 기쁜 소식을 전했습니다.
그런데 팀원들의 분위기가 이상했습니다. 자초지종을 설명했더니 그들은 ‘정대길 = 거지’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말끔하게 차려입은 박정민 PD가 갔을 때와는 너무도 달랐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로 몇 가지를 들었습니다. 그들은 저의 머리카락은 심하게 눌려있고, 얼굴의 절반은 차의 시트 자국으로 바둑판 자국이 선명하며, 입 주위는 자면서 흘린 침 자국으로 인한 버짐처럼 보이는 피부병이 올라있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그들은 정확했습니다. 편하게 잠들기 위해 반바지까지 입었으니 어느 정도 수긍이 아니라 공감했습니다. 저는 빨리 “나를 거지 취급해? 가죠?”라고 말했습니다. 어찌됐건 값싼 모텔의 위치를 알았으니 거지 취급을 당했을 지언정 절반의 성공이라는 생각에서요.

최악의 숙소에서 자고 일어난 아침, 그래도 웃음을 잃지 않는 이기원(오른쪽) 사진작가
모텔의 이름은 '썸머모텔'이었습니다. 네비게이션의 힘을 빌어 가까스로 찾았습니다. 역시나 흑인 빈민가의 중심부에 위치한 곳이었습니다. 건물 외형은 전형적인 미국식 모텔이었습니다. 계산을 하기 위해 프론트 데스크에 들어섰습니다. 파란 경고문이 저를 반겼죠. ‘24시간 경찰 감시중’, 가격은 방 하나에 48달러였습니다. 2인 1실이었죠. 싼 맛에 팀원들을 이해시키고 수고했다고 다독이며 각 방에 밀어 넣었습니다. 그리고 저의 문을 열었습니다. 204호(허인욱,정대길), 206호(박정민,이기원).
방문을 열자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바닥은 촉촉했습니다. 아니 끈적끈적했죠. 침대 시트는 누군가의 타액이 묻어 있는 듯, 정체불명의 얼룩으로 도배가 되어 있었습니다. 이불을 펼쳤습니다. 한 몇 주는 세탁을 하지 않은 듯이 거무스름한 색깔을 띠고 있었습니다. 뜨거운 물은 더운 날씨를 고려해 집주인이 찬물만 나오도록 조정해 놓았더군요. 침대는 남자 둘이 같이 써야했죠. 자칫 남자를 사랑하는 사람? 이라는 오해를 사기 좋은 구조였습니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살인범이나 마약사범들만 자는 '아지트' 같았습니다. 우리나라의 여인숙보다 시설이 나빴습니다.
샤워를 마치고 침대에 누웠습니다. 이불은 덮지 못했습니다. 너무 더러워서 깔지도 못하고 바닥에 버리고 잔 것이죠.
다음날 아침 8시, 방문을 나선 저는 206호 팀원들의 눈빛을 보았습니다. 이건 살기였습니다. “48달러에 자기 돈 보태서 호텔에서 잘 걸 그랬다”는 원망을 했습니다. 박PD는 가렵다며 인상을 찌푸렸죠. 그중 이기원 사진작가에게는 정말 미안했습니다. 이 작가는 새벽에 일어난 일들에 대해 낱낱이 설명했습니다. “잠을 잘 수가 없었어요. 흑인들이 밖에서 막 싸우고, 주차장에서 레게머리를 한 불량배들이 어떤 차 문을 강제로 따느라 정신없더라구요. 새벽에 누가 저희 방을 이유도 없이 노크해대구요. 에어콘은 꺼지구요.” 이상한 사람 취급당하며 얻어낸 소중한 숙소의 정보란 것은 ‘거지’에게 준 ‘거짓’ 정보였습니다.
지금 저희는 맴피스에서 엘비스 프레슬리의 스승인 이강희 사범과 인터뷰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잭슨. 미시시피에 도착했습니다. 무술사학자이신 김희영 원로를 만나기 위해서입니다. 몸은 피곤하지만, 기분은 좋습니다. 젊어서 그런지 팀원들의 피로 회복 속도가 빠릅니다. 아, 저기 박정민 PD가 어제 오늘 코피를 흘린 것만 빼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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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이 많구먼요.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하는데 고생 많이 하세요. 인생에 좋은 경험이 될 것입니다.
2010-07-20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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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초복인데 한국식당에가서 삼계탕이라도 사먹어야 될 텐데, 미국에서 삼계탕이 얼마야~ 설마 부르는게 값? ㅋㅋㅋ 그럼 다음편을 기대할 께요. 그리고 권총 소지하세요. 위험해 보이내요.
2010-07-19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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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이 이만 저만이 아니시네요! 홧팅하세요!
2010-07-19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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