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시간의 버스 사흘 간의 출전 강행군, 전쟁도 꺾지 못한 ‘금빛 발차기’

  

[한혜진의 태권도 산책] 이란, 기반시설 붕괴 속 육로·항공 이어 3일 만에 참가… 남자부 준우승·여자부 4위 투혼

이란 참가 선수  [사진 = 코리아타임즈 - 최원석 기자]

연기 위기를 넘긴 '타슈켄트 2026 WT 세계태권도청소년선수권대회'가 17일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우려와 달리 '청소년 세계선수권' 사상 역대 최고의 무대라는 극찬까지 받은 성공적인 대회였다.

 

특히, 이번 대회에는 미국과 이란, 이스라엘, 러시아-우크라이나까지 세계 곳곳이 충돌을 반복하는 불안정한 흐름 속에 한 달 전만 해도 이 대회의 정상 개최를 장담할 수 없었다.

 

개최지 우즈베키스탄은 이란과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고, 항공편은 불안정했으며 유류할증료는 급등했다. "열 수 있겠느냐"는 우려는 현실적이었지만, 주최국 우즈베키스탄은 확신으로 밀어붙였고, 결국 성공적인 대회 개최 약속을 지켰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극적인 서사를 쓴 팀은 ‘이란’이다. 성인은 물론 유소년·청소년 부문의 '절대강국'이지만 전쟁 중이라 참가 자체가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경쟁국에서는 내심 불참을 기대했던 것 또한 사실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들은 왔다. 전쟁으로 기반 시설이 모두 무너진 상황이라 항공편이 막히자 선수단은 한곳에 집결해 버스에 올랐고, 투르크메니스탄까지 27시간을 달리는 고난의 행군을 자처했다.

 

거기서 다시 비행기를 갈아타고 꼬박 3일 만에 도착한 선수들은 정상 컨디션을 논하기 어려웠음에도 정반대의 결과를 만들어냈다.

 

남자부 금메달 3개로 종합 준우승, 여자부는 금1, 동3개로 종합 4위에 올랐다. 직전 2024 춘천 대회에 남녀 동반 종합우승을 이어가지 못했지만, 단연 돋보이는 성과를 냈다.

대회 사흘차 남녀 정상에 오른 이란 하나 자린카마르 루드바리(+68kg)와 베냐민 솔타니안(-73kg)

특히 사흘차에서는 하나 자린카마르 루드바리(+68kg)와 베냐민 솔타니안(-73kg)이 나란히 금메달을 따냈다.

 

루드바리는 지난 2024 춘천대회 우승에 이어 이번에는 한 체급을 올려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그는 “이번 금메달은 오랜 훈련의 결과”라며 “다시 세계 챔피언이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선수들이 나를 분석하지만, 결국 다시 이겨냈다”고 덧붙였다.

 

솔타니안은 단 한 라운드도 내주지 않고 완벽한 경기로 첫 세계 정상에 올랐다. “처음 세계 챔피언이 되어 정말 기쁘다. 앞으로도 이 금메달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은 전쟁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았다. 모두 다음 목표를 향할 뿐이었다. 곧 개최될 2026 다카르 유스올림픽과 2년 앞으로 다가 온 LA 2028 올림픽에 서는 것이 이들의 목표이다.  

 

27시간 버스를 타고 온 이란 청소년 선수들의 발차기는 전쟁도, 지독한 피로도 꺾지 못한 채 여전히 꿈을 앞을 향해 있었다.

 

말이 필요 없는 답이었다. 세계는 여전히 긴장 상태지만, 타슈켄트 태권도 매트 위에서는 전쟁 당사국 선수들이 같은 공간에서 겨루고 경기가 끝나면 서로를 인정했다.

 

특별한 일이 아닌 듯 자연스럽게 흐르는 그 모습이야말로 태권도가 오랫동안 말해온 평화의 실체였다.

이란 선수단이 응원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 = 코리아타임즈 - 최원석 기자]

20여 년 이상 태권도 현장을 누비며 수많은 대회와 승부를 지켜봤다. 그중 이번 타슈켄트 대회는 유독 특별했다. 국가는 국경을 봉쇄했지만 선수들은 경기장에 섰고, 27시간을 달려온 이란 팀의 투혼은 태권도를 향한 열정이 어떤 장벽보다 강하다는 걸 보여줬다.

 

지난 2023년 세계태권도연맹(총재 조정원, WT) 창립 50주년 모토였던 'Peace in Mind, Taekwondo at Heart'. 태권도의 힘과 가치를 인류 평화를 위해 쓰고자 하는 WT 정신이 타슈켄트 매트 위에서 실천됐다. 선의의 경쟁, 그것이 태권도가 말하는 평화의 실체였음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무카스미디어 = 타슈켄트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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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진
태권도 경기인 출신의 태권도·무예 전문기자. 이집트 KOICA 국제협력요원으로 태권도 보급에 앞장 섰으며, 20여 년간 65개국 300개 도시 이상을 누비며 현장 중심의 심층 취재를 이어왔다. 다큐멘터리 기획·제작, 대회 중계방송 캐스터, 팟캐스트 진행 등 태권도 콘텐츠를 다각화해 온 전문가로, 현재 무카스미디어 운영과 콘텐츠 제작 및 홍보 마케팅을 하는 (주)무카스플레이온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국기원 선출직 이사(언론분야)와 대학 겸임교수로도 활동하며 태권도 산업과 문화 발전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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