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패밀리' 美 애릭 권... 품새 월드챔피언에서 글로벌 광고 모델·배우로

  

세계태권도연맹 영상 화제 → 향수 모델·브로드웨이 캐스팅… 태권도 패밀리가 만든 글로벌 스토리

 

작년 홍콩에서 열린 세계태권도품새선수권대회가 또 한 명의 스타를 탄생시켰다.

 

시니어 프리스타일 정상에 오른 미국 애릭 권(한국명 권성현, 2006년생)이 그 주인공. 한 해를 지나 새로운 무대에서 또다시 주목받고 있다. 세계선수권 경기 영상이 SNS에서 화제가 되며 미국 광고계와 뮤지컬 무대까지 진출한 것이다.

 

변재영이 홍콩 대회 이후 한국에서 광고 모델로 발탁돼 스타가 된 것처럼, 애릭 권 역시 글로벌 무대에서 존재감을 넓히며 '태권도 기반 K스타'의 또 한 축이 되고 있다.

 

애릭 권은 미국 뉴저지에서 자란 한인 1.5세다. 부친 권기덕 사범(ATMA태권도)은 강화고-성균관대-상무를 거쳐 2004년 미국으로 이민 간 엘리트 겨루기 출신 지도자다. 자연스레 태권도장은 애릭 권의 생활공간이었다. 태교부터 걸음마까지 태권도장에서 시작됐고, 성장 과정 내내 품새와 겨루기를 함께 소화하며 미 전역 챔피언으로 활약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때 겨루기 대회가 중단되자 온라인 품새 대회가 활성화되면서 진로가 결정됐다. 두 종목을 모두 소화하는 게 부담이 되던 터에 환경이 선택을 도왔다. 그리고 단 2년 만에 세계 정상에 오르는 기적 같은 흐름을 만들었다.

미국의 한 거리에서 광고 화보를 촬영 중인 애릭 권

올해는 뜻밖의 러브콜이 이어졌다. 미국에서 한국인 조향사가 런칭한 향수 브랜드 'ELOREA(엘로레아)'가 애릭 권을 전속 모델로 발탁한 것이다. 동양적 선과 절제된 표현을 담을 모델을 찾던 중 세계태권도연맹(WT)이 공식 릴스로 공개한 애릭 권의 프리스타일 경기 장면을 보고 섭외에 나섰다.

 

권기덕 사범은 "동양적이며 한국적인 향을 추구하는 이 회사에서 동양의 선과 절제를 갖춘 모델을 찾던 중 세계태권도연맹(WT)에서 크게 화제가 된 아들의 경기 인스타그램 릴스 영상을 보고 수소문 끝에 섭외를 하게 됐다고 했다"며 "태권도를 다양한 문화에서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 같아서 흔쾌히 수락했다"고 전했다.

 

이미 촬영을 마쳤고, 미국 주요 거점 매장에서 광고가 전개되고 있다. ELOREA는 한국 전통의 미학·식문화·건축을 향기로 풀어내는 'K향수' 브랜드로, 곧 한국 한남동에도 매장을 열 예정이다. 애릭 권은 브랜드 한국 런칭 때 홍보차 부모의 고국 한국을 방문하게 될 예정이다.

 

기쁜 소식은 또 이어졌다. 배우 박해미가 연출을 맡은 브로드웨이 뮤지컬 '블루블라인드' 제작진이 세계태권도연맹(WT)이 공개한 애릭 권의 프리스타일 연기 영상을 보고 바로 캐스팅한 것이다.

 

날렵한 신체표현과 절제된 동작, 동양적 미감이 작품의 콘셉트와 맞아떨어졌고, 현재 초연을 앞두고 훈련에 한창이다. 태권도 경기가 한 배우의 데뷔 무대까지 연결된 이례적 흐름에 미국 내에서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 가족의 태권도 스토리는 더 특별하다.

 

애릭 권은 올해 독일 라인-루트 세계대학경기대회에서 페어 금메달과 개인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2022년 고양 세계태권도품새선수권에서는 공인품새 단체전 우승, 개인전 준우승을 기록했다. 이후 과감하게 자유품새로 전향해 단 2년 만에 홍콩 세계선수권 정상에 오르며 공인·자유 두 종목을 모두 제패하는 '세계선수권 2연패'를 완성했다.

 

부친 권기덕 사범은 언제나 코치석에서 아들과 함께했다. 모친 황지나 씨는 2005년 권 사범과 결혼해 2009년부터 도장 매니지먼트를 맡으며 애릭 권의 실질적 매니저 역할까지 수행해왔다.

 

동생 이튼 권(한국명 권영석, 2007년생)도 겨루기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춘천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 미국 대표로 출전했고, 올해는 스페인 오픈과 탈린 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미국 내셔널팀에 선발, 선수촌이 있는 노스캐롤라이나 샬롯으로 입촌해 훈련 중이다. 최근 창설된 21세 이하 세계태권도선수권 미국 대표로 선발되어 내달 케냐 나이로비 대회 출전을 앞두고 있다.

 

막내 에멧 권(한국명 권지훈, 2014년생)도 태권도를 배우고 있어 3남매 모두 태권도를 하는 보기 드문 가족 구성을 이루고 있다.

 

형제는 각각 품새와 겨루기를 대표하고, 세컨석에는 아버지, 매니지먼트에는 어머니가 함께한다.

두 형제가 부친과 함께 품새와 겨루기로 세계대학경기대회에 출전해 금은동을 합작했다. 

특히 독일 라인-루트 세계대학경기대회에서는 형 애릭 권이 품새에서 금메달(페어)과 동메달(개인)을 획득했고, 동생 이튼 권은 겨루기에서 은메달을 차지했다. 가족 전체가 태권도로 연결된 이 같은 모습은 태권도계에서도 이례적이란 평가다.

 

태권도 품새 월드챔피언, 미국 한인 1.5세, 글로벌 광고 모델, 브로드웨이 배우. 애릭 권이라는 이름이 새로운 서사를 써 내려가는 가운데, 그의 성장 배경에는 태권도장을 일터이자 집으로 삼아온 이 태권도 가족의 헌신과 문화가 자리하고 있다.

 

태권도가 한 가족을 세계 무대로 이끈 감동적인 스토리다.

 

2004년 태권도 하나로 미국 땅에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떠난 권기덕 사범은 그곳에서 한 살 연상 아내 황지나 씨를 만나 함께 태권도장을 일구고, 세 아이를 태권도 선수로 키우며 20년 만에 그 꿈을 이루고 있다.

 

아들은 세계 챔피언이 되었고, 광고 모델과 브로드웨이 배우로까지 활동 영역을 넓혔다. 가족 모두가 태권도로 하나 되어 각자의 무대에서 빛나고 있다.

 

이 가족의 이야기는 태권도로 새로운 삶을 개척하는 이민자들에게도 큰 꿈과 희망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뉴저지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하는 권기덕–황지나 부부가 이끄는 ATMA태권도.
이곳에서 세 형제가 함께 태권도로 꿈을 키워가는, 그야말로 ‘태권 패밀리’다.

 

[무카스미디어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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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진
태권도 경기인 출신의 태권도·무예 전문기자. 이집트 KOICA 국제협력요원으로 태권도 보급에 앞장 섰으며, 20여 년간 65개국 300개 도시 이상을 누비며 현장 중심의 심층 취재를 이어왔다. 다큐멘터리 기획·제작, 대회 중계방송 캐스터, 팟캐스트 진행 등 태권도 콘텐츠를 다각화해 온 전문가로, 현재 무카스미디어 운영과 콘텐츠 제작 및 홍보 마케팅을 하는 (주)무카스플레이온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국기원 선출직 이사(언론분야)와 대학 겸임교수로도 활동하며 태권도 산업과 문화 발전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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