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칼럼] 스승과 제자(마지막회)

  


회비내고 운동하니까. 도장물품 사용하고 수업 받으면 그만이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꽤 많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무술이란 스승과 제자의 관계가 분명하고 스승이 없으면 무술을 깊이 수련하기 어려운 것이다. 아무리 취미생활이고, 즐기면서 하는 무술수련이라지만 배우는 사람의 올곧은 생각이 가르치는 사람에게도 전달되어야 한다.

바로 이런 면에서 지도자는 제자의 기술실력 발전에 대한 성취감을 느끼는 것 보다 무술을 수련하는 과정에서 제자의 예의와 공손함의 발전에 더욱 보람을 느낀다. 사랑스러운 제자가 되던 가, 단순한 수련생이 되던 가는 전적으로 본인에게 달렸다. 옛날부터 나는 스승을 꼭 한분만 모시고 수련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한 생각으로 인해 나는 여러 가지의 무술을 수련했으며 각기 다른 선생을 모시고 수련을 했었다 하지만 타 무술을 수련하기 위해서는 방법의 문제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특히 유단자들이 눈여겨볼 대목이다. 우선, 타류의 무술을 시작하고자 할 때는 반드시 현재 자신이 하고 있는 무술의 스승에게 허락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스승의 허락을 받지 않고 어느 날 갑자기 수련장에 나오지 않는다면 이는 바보 같은 행동이다. 타 무술로 전향할 때 많은 이들이 현재의 스승을 다시는 안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무술계는 작은 손바닥과 같다.

계속해서 무술을 연마한다면 좋던 싫던 과거의 스승과 자주 마주치게 된다. 무술인으로써 다른 무술인들에게 나쁜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 도리(道理])상으로도 새로운 스승에게 가르침을 받고자 과거의 스승을 잊어서는 안 된다.

잘 생각해 보라! 내가 기억하는 스승이 아니라 자신을 기억하는 스승이 한분도 없다면 아무리 좋은 스승을 찾아다녀도 좋은 가르침을 받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착각하는 것이 제자가 좋은 스승을 찾으러 다니며 선택한다고 생각하지만 잘못된 생각이다. 스승은 내가 그를 스승으로 불러서 되는 것이 아니라 그도 날 제자라고 인정해야 관계가 성립된다.

좋은 선생님을 보는 안목도 중요하지만 좋은 제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하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승과 제자는 인연(因緣)으로 맺어진다고들 말한다. 그래서 인연이란 뜻이 정확히 무엇인지 네이버 백과사전을 뒤져보았다.


이 간단한 단어가 여러분에게 설명하기도 힘들 정도로 매우 복잡했다. 인연이라는 말은 불교에서 나온 말인데 인(因)과 연(緣)을 아울러 이르는 말로 결과를 만드는 직접적인 힘과 그를 돕는 외적이고 간접적인 힘이라는 것이다.

우리들이 많이 하는 이야기 중에 ‘옷깃을 스치는 것도 인연(因緣)’이라는 말이 있다. 옷깃을 한 번 스치는 것도 우연히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는 뜻이란 것이다. 인연의 겁(劫)이란 것이 있는데 여기서 겁이란? 불교에서 시간을 나타내는 것으로 범어로는 kalpa이며 범천의 하루가 1겁이며 1겁은 곧 인간 세계의 4억 3천 2백만년을 말한다.

결론적으로 겁(劫)이란 연, 월, 일을 알 수 없는 긴 시간을 이르는 말이다. 보편적으로 사방이 40리가 되는 바위를선녀가 3년마다 내려와 옷깃으로 한번 씩 스쳐서 바위가 모두 닳아 없어지기까지의 시간을 1겁(반석겁)이라 한다.

* 500겁은 옷깃을 한 번 스친다.
* 1천겁은 한 나라에 태어난다.
* 2천겁은 하루 동안 길을 동행한다.
* 3천겁은 하룻밤을 한 집에서 잔다.
* 4천겁은 한 민족으로 태어난다.
* 5천겁은 한 동네에 태어난다.
* 6천겁은 하룻밤을 같이 잔다.
* 7천겁은 부부가 된다.
* 8천겁은 부모와 자식이 된다.
* 9천겁은 형제자매가 된다.
* 1만겁은 스승과 제자가 된다.

옷깃을 하나 스치는 정도가 500겁이라니, 스승 제자 간의 1만겁(생)인연은 세상에서 참으로 귀한 인연이다. 육신은 부모가 낳아주지만 마음이 새로 눈을 뜨게 하는 데에는 스승의 가르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스승과 제자의 도리


제자가 스승을 공경하고 받드는 데에도 다섯 가지가 있다.
어떤 것이 다섯인가?
첫째는, 필요한 것을 가져다 드리는 것이다.
둘째는, 예경하고 공양하는 것이다.
셋째는, 존중하고 우러러 받드는 것이다.
넷째는, 스승의 가르침이 있으면 경순하여 어김이 없는 것이다.
다섯째는, 스승에게 법을 듣고는 잘 지니어 잊지 않는 것이다.
제자는 마땅히 이 다섯 법으로써 스승을 공경하고 섬겨야 한다.

스승도 다시 다섯 가지로써 제자를 잘 보살펴야 한다.
첫째는, 법에 따라 다루는 것이다.
둘째는, 듣지 못한 것을 가르쳐 주는 것이다.
셋째는, 묻는 것에 대한 뜻을 알게 해주는 것이다.
넷째는, 착한 벗을 사귀게 하는 것이다.
다섯째는, 아는 것을 다 가르쳐 주어 인색하지 않는 것이다.
제자가 스승을 존경하여 그의 뜻에 따르고 공양하면 그는 안온하여 걱정이나 두려움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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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제자

    저도 그동안 잊고 지내던 관장님에게 문안전화를 해야겠네요.

    2010-03-11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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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sakhceo

    정말 감동적인글이네요...인 연 이란 참... 대단하네요
    스승과 제자.... 정말...베리굿

    2010-03-11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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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인

    혹시 불교?? 많은 사상이 불교에서 나온 거라 하지만 무술을 통해 불교사상을 전파 하려는 의도가 보입니다. 공권유술은 불가사상을 접목한 무술인가요?

    2010-03-11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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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좋은스승..

    좋은 스승 만나는건 진짜 운이다....
    세상에 스승이 아니면서 스승행세하는 사람도 많으니...
    하긴 현 시대에 스승과 제자 사이는 흔한게 아니다...
    같은 길을 가는게 아니니...

    2010-03-09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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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동

    우리들에게 정말 필요한 글이 아닌가 싶습니다. 스승과 제자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정말 좋은 글입니다.

    2010-03-09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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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하

    감동적인 글입니다.

    2010-03-08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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