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칼럼-8] 철사장과 단련대
발행일자 : 2009-10-26 14:51:12
<글 = 강준 대한공권유술협회장>


철사장에 대한 잘못된 이해

흔히들 철사장하면 뜨겁게 달군 가마솥에 쇠구슬과 모래를 집어넣고 여기에 손을 넣었다 빼다를 반복하여 손을 강철처럼 단련한다고 생각하는데 역시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장면 중 하나이다. 가끔 사람들은 이러한 장면을 여과 없이 그대로 따라하는 경우가 있다. 정말 무지하게 ‘데인저러스’ 하지 않을 수 없다. 어쩔 때보면 “무협영화가 사람잡는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실 위와 같은 수련법이 존재하기는 하다. 필자도 소실 적에 위와 같은 수련법으로 철사장을 수련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잘못된 상식이 반드시 옳다는 고정관념으로 인하여 예견된 부상을 초래한다.
대체적으로 부상은 다음과 같다.
1. 모래를 너무 뜨겁게 달군 나머지 손가락 열개가 전부 김이 ‘모락모락’ 나게 익는다.
2. 거친 자갈을 넣어서 손가락의 피부가 까진다.
3. 내용물이 고르지 못해서 손가락이 파묻히지 않아 손톱이 갈라지고 부러진다.
이외에도 손쉽게 불구가 되거나 부상을 초래할 수 있는 방법이 즐비하지만 대체적으로 손가락이 불에 달구어지면서 오징어 타는 냄새가 나며 껍데기가 벗겨지는 부상이 일반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많은 이들이 위와 같은 기법에 신빙성이 있다고 믿는 걸까? 뭐…, 개중에는 이론이 그럴듯하다고 말을 한다. 언뜻 생각하면 ‘뜨거운 모래 속에 손가락을 지속적으로 넣었다 뺏다를 반복하면 무술을 전혀 모르는 초보자도 마치 날카로운 칼과 같이 손가락 끝이 단련된다’ 라는 약간은 아리송한 이론 덕이다.
어느 날 도장에서 수련하던 이승호 사범님이 나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관장님 중국의 13억 인구의 사람들 중에 은둔생활을 하며 무술을 수련하는 무술인은 경공술을 하면 웬만한 2층집은 훌쩍 훌쩍 뛰어넘을 수 있답니다.”
“에이… 그걸 말이라고, 어떻게요?”
“어떤 책을 보니까 걸음마를 시작하는 어릴 적, 아버지가 마당에 허리정도 오는 감나무 하나를 심어놓고 그것을 매일 같이 뛰어넘는 연습을 시킨답니다.”
“그래서요?”
“그 후 10년이 가고 20년이 가면 감나무가 2층집처럼 커져있을 것이고, 그것을 매일같이 뛰어넘던 소년은 20세가 되면 그 감나무를 뛰어넘는다는 겁니다.”
위와 같은 대화를 읽으며 어떤 이들은 자신의 집 앞마당에 감나무를 심고 싶은 충동을 일으킬지도 모른다. 어쩌면 성미 급한 우리나라 사람들은 비 만 오면 웬만한 장정 두 길이 넘게 ‘쭉쭉’ 크는 대나무나 수수를 심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상한 이론이 사람을 그렇게 만드는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올림픽에서 높이뛰기 선수는 쪽도 못쓰는 것이고, 스파이더맨이나 엑스맨도 꼬랑지를 내려야 한다.
좋다! 그렇게 따진다면 필자는 여러분에게 물위를 걷는 법을 알려주겠다.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오른발이 물위에 닿고 그 발이 물속으로 빠지려고 할 때 재빨리 왼발을 물위에 올려놓는다. 그리고 왼발이 물속으로 빠지려고 할 때 역시 재빨리 오른발을 물위에 올려놓는다. 위와 같은 동작을 번개같이 반복하면 물위를 달 수 있게 된다. 피나는 훈련을 해야만 가능하며, 이런 훈련방법을 약 20년 정도 수련하면 물위를 평지처럼 뛰어다닐 수 있다”라고 ‘쌩 구라’를 쳤다고 치자!
역시 아무도 안 믿겠지. 그러나 이런 이론을 그럴듯하게 책으로 만들던지 영화의 한 장면에 삽입하면 “어? 그럴듯한데”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이 문제다. 친구들끼리 농으로 하는 말이지만 앞서 말한 이사범의 이론이나 필자가 말한 이론이나 ‘도찐개찐(거기서 거기라는 말)’이 아닌가?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위와 같은 철사장 수련은 매우 위험하므로 수련을 엄격히 자제해야 한다.
또한 철사장은 문파마다 수련법이 조금씩 다르게 나타난다. 기왕 이야기가 나왔으니까 철사장의 대표 격인 무림정종이라 일컬어지는 소림사에 전해지는 철사장을 살펴보자. 소림 철사장은 소림사 72예(藝)중의 하나이다. 소림72예는 36가지의 외공과 36가지의 내공으로 구성된 연공법이다. 소림72예에는 철사장과 비슷한 것으로 금사장(金砂掌)이 있다. 금사장은 앞서 말한 모래나 쇠구슬을 넣는 것이 아니라 콩이나 팥, 또는 녹두와 같은 곡물을 넣은 주머니에 손끝이나 손바닥(掌)을 찔러 넣으면서 단련하는 것이다. 사실 철사장과 비슷한 맥락이기는 하지만 철사장과는 약간의 다른 성격을 띤다. 금사장은 모두 경공외장(硬功外壯)에 속하는데 이를 제대로 익히면 맨손으로 상대방 근골을 상하게 하고, 벽돌을 부술 수도 있다고 전해진다.
금사장 테크닉을 살펴보자. 먼저 양동이에 노란 메주콩(일명: 황두)를 3분의 2정도 채운다. 매일 양손 300~400회씩 손바닥을 펴 바닥에 닿을 때까지 수직으로 깊숙이 찌른다. 숙달될수록 횟수를 늘리기 시작한다. 오랜 시간이 지날수록 내용물은 황미, 녹두, 팥, 모래등과 같이 더욱 견고한 내용물로 대체된다.
당신이 앞으로 수련하게 될 철사장은 금사장과 달리 속을 채운 주머니를 장권이나 정권으로 때리면서 단련하는 것이다. 당신이 산속에서 무술로만 살아가며 무림천하를 재패하는 무림의 지존이 되려고 마음먹지 않았다면, 수련하는데 그다지 부담이 없고 부상의 우려도 현저히 줄어들며 재미있게 수련할 수 있는 철사장 단련법을 지금부터 ‘차근차근’ 설명하도록 하겠다.
철사장 단련대

* 무카스 Tip : 도기다시(とぎだし)는 돌 따위의 표면을 갈아서 광택·무늬 등을 내는 것을이르는 말이다. '도기다시'를 잘못 발음한 것이 '도끼다시'이다. 한자로는 "硏ぎ出し"라고 쓴다.
지퍼달린 천 자루

예전에 필자는 군대에서 사용하는 탱크커버를 구입하여 항상 사용해 왔다. 천이 매우 질기고 강해서 한 개를 만들면 3개월 이상을 사용할 수 있었지만 구하기가 힘들다는 단점이 있으며 천이 두꺼워 일반 재봉틀로는 박음질할 수가 없기에 천막사에서 특별 제작해야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요즘은 무술 쇼핑몰에서는 완제품을 판매하는 곳이 있어서 싼 값에 구입할 수 있다.
다음 편에는 철사장 단련법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다.
* 강준칼럼 '누구나 무술의 달인이 되는 간단한 방법'은 매주 일요일에 연재됩니다. 이번 주는 편집부의 사정으로 인해 지연 연재됨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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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크커버옛날에 청계천에서 팔았는데 지금은 안팔음. 그리고 천막사에서 바늘부러진다고 재봉해주지 않음, 그냥 사서 쓰는게 젤루 편함.
2009-10-27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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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좋은 정보에 감사드립니다. 탱크커버는 어디서 구입할수있습니까? 천막사에 가면 되는것인지요?
2009-10-27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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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걸 샌드백처럼 걸어놓고 치라는 건가요? 설명이 없네요..
2009-10-26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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