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현철의 복싱인사이드]⑤한국 프로복싱 기대주 3부
발행일자 : 2009-06-10 15:33:04
<글 = 한국권투위원회 황현철 총무부장>


수퍼라이트급부터 미들급

OBBF 수퍼라이트급 챔피언 김정범(왼쪽)과 한국 웰터급 1위 박환영
현 OPBF 슈퍼라이트급 챔피언 김정범, 36전 32승(28KO) 3패 1무
김정범(유명우범진)은 현재 국내 유일의 동양챔피언이다. 김정범은 지난 5월 18일 제주에서 OPBF(동양태평양) 타이틀 6차 방어에 성공했다. 국내는 물론이고 동양권에서는 더 이상 그의 적수가 없다.
1979년생인 김정범은 1996년 ‘제25회 전국신인왕전’에 출전해 김정일을 2라운드 KO로 꺾는 등 4연승(3KO)을 거두며 신인왕에 올랐다. 이후 1998년 4월 최봉호를 2회에 KO시키고 한국챔피언에 등극한다. 군 입대 후 1년 만에 치른 한국타이틀 6차 방어전에서 박환영(태양)을 상대로 근소한 판정패로 타이틀을 상실했다. 8개월 후 김정범은 이경훈에게 도전 7라운드 KO승을 거둬 다시 타이틀을 되찾았다. 한국타이틀 3차 방어(통산 9차 방어) 이후 2004년 10월 18일 일본에서 세계타이틀을 노리던 사다케 마사카즈를 상대로 동양타이틀에 도전했다. 이 경기에서 김정범은 사다케를 두 차례 다운시켰고, 결국 2라운드에 통렬한 KO승을 거두며 동양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이후 일본 원정에서 가시와기 쓰가사를 1라운드 KO로, 야마모도 다이고로를 7라운드 KO로 쓰러뜨리는 등 6차 방어에 성공했다. 이로 인해 김정범은 일본 팬들로부터 ‘일본복서 킬러’라는 닉네임을 얻은 바 있다.
2006년 8월 이후 일본에서는 더 이상 김정범을 ‘콜’하지 않고 있다. 현재 17체급의 OPBF 타이틀 중 11체급을 독식하고 있는 일본 선수들에게 기피대상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치른 세 번의 동양타이틀매치를 모두 KO로 장식한 복서는 한국 프로복싱 사상 김정범이 유일하다. 김정범은 미주시장과 유럽의 흥행체급인 관계로 세계도전 기회를 잡기조차 어렵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한국 프로복싱의 버팀목 역할을 해주는 것과 14년째 63.5Kg의 슈퍼라이트급 중량으로 싸우고 있다는 사실은 김정범이 대견한 두 가지 이유다. 현재 9연속 KO승중인 그에게 세계타이틀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현 한국 웰터급 1위 박환영, 25전 21승(19KO) 4패
2004년 3월 박환영(태양)은 은퇴를 결심했다. 한국 수퍼라이트급과 PABA(범아시아복싱협회) 웰터급챔피언을 거친 후 였다. 2006년 박환영은 범계역 부근에서 평촌체육관을 개관했고, 관장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선수생활 때처럼 성실하게 체육관 운영에 매진한 결과 평촌체육관은 2년 만에 월 평균 관원 100명 이상의 명문체육관으로 자리매김했다. 금전적으로 안정되자 박환영은 재기를 결심한다.
2008년 5월 18일 박환영은 30세의 나이로 4년 만에 링에 올랐다. 복귀전에서 박환영은 오현승을 상대로 5라운드 KO승을 거뒀다. 신인왕 출신의 유망주였던 오현승에게 첫 패배의 쓰라림을 안겨준 것이다. 이어 7월에는 ‘터프가이’ 솜차이 나크발리(태국)에게 판정승을 거두고, 9월에는 황준철을 5라운드에 KO시켜 한국 웰터급 타이틀을 획득했다. 이로써 수퍼라이트급에 이어 한국타이틀을 2체급이나 제패했다. 은퇴 후 재기한 선수들은 대개 한계를 보이지만 박환영은 달랐다. 못 이룬 세계챔피언의 집념은 그를 더욱 강하게 채찍질하고 있었다.
WBC 세계타이틀 도전권이 달린 ‘코리안 콘텐더’에서 라이트급과 미들급, 페더급은 모두 16명 이상의 선수가 신청했다. 반면 웰터급은 고작 8명만이 신청, 8강전부터 치러졌다. 이는 박환영의 출전 사실에 많은 선수들이 출전을 포기한 것이다. 그만큼 그가 재기 후 보여준 경기력은 전성기 시절 못지않았다. 현재 박환영은 금년 3월 타이틀을 반납하면서까지 출전했던 코리안 콘텐더 8강에서 신상현을 4라운드 TKO로 꺾고(재기 후 4연승(3KO)) 준결승에 안착했다. 전 WBA 주니어미들급 세계챔피언 유제두 관장이 매니저인 박환영은 낮에 태양체육관에서 강도 높은 훈련을 한다. 이후 오후부터 밤늦게까지는 자신의 평촌체육관에서 관원들을 지도하고 있다.
중량급의 기대주

한국 미들급 1위 이재명(왼쪽)과 한국 수퍼웰터급 챔피언 정재섭
현 한국 수퍼웰터급 챔피언 정재섭, 9전 9승(2KO)
‘거물의 자질이 엿보이는’ 정재섭(천안업)은 항상 만면에 여유 있는 웃음을 머금고 있다. 앳된 인상에 온순한 모습이지만 공이 울리면 ‘굶주린 하이에나’로 돌변한다. 유연한 몸놀림과 빠른 잽은 전 WBA 수퍼미들급 세계챔피언이었던 중량급의 간판스타 백인철과 닮아 있다. 지난 5월 25일 정재섭은 황준철과의 라이벌전을 겸한 한국 슈퍼웰터급 타이틀 1차 방어전에서 승리를 거뒀다. 2-1의 근소한 판정으로 도전자를 따돌렸고, 무패의 9연승을 이어갔다.
정재섭은 2005년 12월 신인왕전을 통해 데뷔했다. 당시 4연승으로 슈퍼웰터급 신인왕에 올랐다. 이어 지난해 2월 한국 미들급 챔피언 결정전에서 김병훈을 2라운드 KO로 누르고 자신의 첫 타이틀을 획득했다. 지난 2월에는 한 체급을 낮춰 타이틀에 도전했고, 전 챔피언 정형원에게 2라운드 TKO승을 거두며 수퍼웰터급 타이틀마저 손에 넣었다.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약하다. 이는 정재섭을 두고 하는 말이다. 정재섭은 상대의 경기력이 어떤 수준이라도 그보다는 조금 우위를 점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찬스가 포착되었을 때의 임팩트는 무서울 정도다. 그러나 뜻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을 경우 흥분하는 경향이 있으며, 상대에게 딱 이길 만큼의 기량만 발휘한다. 복싱에 전념하여 이런 단점을 보완하고 차근차근 기량을 쌓아 나간다면 중량급의 세계챔피언 계보를 이을 수 있는 소질을 갖췄다. 매니저인 김연집 천안업체육관장은 정재섭을 제대로 지도하기 위해 같은 수퍼웰터급인 자신의 선수생활을 포기했다. 정재섭은 8월 24일로 예정된 노장 천연우와의 2차 방어전을 승리할 경우 다음 방어전부터 최소개런티 500만원이 보장되는 대접을 받을 수 있다.
현 한국 미들급 1위 이재명, 10전 9승(7KO) 1패
이재명은 정재섭과 더불어 천안업체육관에 소속된 ‘중량급의 호프’다. 정재섭과 같은 2005년 12월 제33회 전국신인왕전에서 4연승(2KO)으로 수퍼미들급 신인왕에 등극했다. 2007년 4월 제34회 미들급 신인왕 김이환(3전 3KO승)과의 라이벌전에서 2라운드 KO승을 거뒀다. 이어 6월에는 중견복서 진덕화에게 4라운드 KO승, 8월에는 마루야 마사요시(일본)에게 2회KO승으로 PABA(범아시아복싱협회) 타이틀 도전의 기회를 잡았다. 이재명은 그 해 10월 세계군인선수권에서 입상경력이 있는 PABA챔피언 난파 펫진다(태국)와 대결했다. 그는 펫진다를 5라운드에 ‘한방’ 펀치로 실신시키고 타이틀을 획득했다. 지난해 2월에 티라차이 무앙수린(태국)에게 3회KO승 거두며, 1차 방어에 성공했다. 이로써 9전 9승(7KO)기록했고, 6연속 KO승의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당시 이재명은 어느 정도 물이 올라 조금만 더 경험을 쌓는다면 세계무대로 진출이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때부터 시합 운이 따르지 않았다. 비즈니스를 맡은 프로모터는 몇 차례 시합을 연기시키다 결국 2차 방어전이 취소돼 버렸다. 급기야 금년 초에는 PABA 타이틀마저 반납하게 됐다. 주어진 기간 내에 경기를 치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일본에서 콜이 왔다. WBC와 WBA의 알력처럼 산하단체인 PABA(WBA 산하)와 불편한 관계일 수밖에 없는 OPBF(WBC 산하)의 부름이었다. PABA 챔피언일 때 도전 기회를 주지 않다가 타이틀을 반납하자마자 이재명을 부른 것이다. 지난 4월 13일 이재명은 일본에서 OPBF 슈퍼미들급 챔피언 기요다 유조(일본)에게 도전했다. 하지만 2라운드 TKO패를 당했다. 1라운드 강력한 레프트를 터뜨려 챔피언을 그로기에 빠트리는 등 경기를 압도했으나 2라운드에서 연타를 허용해 레퍼리가 바로 경기를 중단시킨 것이다. 1년 2개월만의 시합에 따른 공백에 원정의 불리함까지 겹친 안타까운 결과였다. 그러나 향후의 전망은 결코 어둡지 않다. 이재명은 오는 8월 한국 미들급 타이틀 도전을 앞두고 강훈련을 쌓고 있다. 경기감각만 유지된다면 동양챔피언은 너끈히 기대할만 한 재목이다.
*지난주 수요일에 연재돼야 했던 '황현철의 복싱인사이드'가 필자 사정으로 한주 연기됐습니다. 금일 연재 예정이었던 '이승형의 얼바인 산책'은 다음주 수요일에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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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대한민국 세계챔피언들반성해라, 복싱이 이지경이될때까지 왜 내버려두었나 ?
자기시대는 인기많고 배불르는까? 빼째라 나몰라라, 복싱이 쇠티할때까지 두고만본거냐?
2009-06-14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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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잘못 태어난 불운의 복서, 특히 김정범선수, 우리나라 복싱이 인기가 조금만있엇어도
세계타이틀을 땃을텐데 빨리 나이도있으신데 세계타이틀 매치 하셧으면좋겟네...
2009-06-14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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