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자의 기원은 도둑

일본서기라는 책에는 601년에 신라의 간자 가마다가 대마도에 이르러 체포됐다라고 쓰여 있다. 신라는 당시 한반도를 자주 침략한 왜(=일본)의 동정을 살피기 위해 정탐꾼을 일본에 침투시켰던 모양이다.

<월간 태권도>에 태권도 산책이란 칼럼을 연재한 바 있는 고 홍종수 태권도 원로는 왕인박사 이야기(97년 11월호)에 백제의 관륵은 왜인들에게 역학, 천문지리, 둔갑술 등을 전해 주었다고 썼다.

여기에 나오는 둔갑술이란 마음대로 자기 몸을 감추거나 다른 것으로 변하게 하는 술법으로 닌자들이 쓰는 닌쥬쯔의 원류인 셈이다. 따라서 둔갑술을 쓰며 적군을 염탐하던 옛 우리나라의 정탐꾼들도 일종의 닌자라고 할수 있다.

옛 중국에도 닌자에 해당하는 간자가 있었다. 중국의 간자는 헌황제 즉, 황제로 부터 비롯 됐다고 한다. 문헌에 따르면 간자를 장이라 부르고 뒷날에는 세작이라 부르게 됐다고 한다.

황제는 사마천의 사기에 있는 전설상의 다섯 성재 가운데 최초의 인물로 간자의 세계에서 주목을 끌게된 것은 그가 후한 이후 신선술이나 도교로 신격화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손자의 병법은 간자의 이용을 향간, 내간, 반간, 사간, 생간의 다섯 가지로 나누었다. 향간이란 적국 주민을 간자로 만드는 것이고 내간이란 적의 관리를 이용해서 정보수집을 하는 것이다. 반간이란 적의 간자를 이쪽편으로 만드는 것이다. 말하자면 배신하도록 공작하는 것이다. 사간이란 목숨을 걸기 때문에 살아서 돌아올수 없는 간자이고, 생간이란 적지로부터 무사히 귀환해서 그동안 수집한 정보를 보고하는 간자이다.

한국이나 중국에서는 각 개인이 둔갑술을 수련해서 간자 노릇을 했지만 일본의 닌자는 이가나 고오가 같은 고장에서 집단으로 농사를 짓고 살면서 닌쥬쯔를 익혀 다이묘들로부터 청탁을 받으면 그 보수에 따라 살인, 정보수집 등을수행하는 것이 한국이나 중국의 간자들과 다른 점이다.

일본의 닌자들은 처음 도둑들이 그 노릇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쇼닌끼에는 호조 우지야스가 후우마라는 도둑에게 녹(=연봉으로 주는 곡식, 돈따위)을 주어 각지의 정보를 수집하게 했으며 고오슈의 다께다 신겐은 숫바라는 도둑을 썼다라고 쓰여 있다.

쇼닌끼는 또한 요즘의 세상에는 닌자의 여러 가르침이 내려오고 있지만 이들은 모두 도둑 집안에서 내려온 것들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이 글들은 닌자의 대부분이 도둑이었으며 도둑이 바로 닌자의 원류임을 드러내고있다. 하긴 변장해서 몰래 숨어들어 이익을 챙긴다는 점에서 닌자와 도둑은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