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그시절]태권도 첫 그랜드슬램 ‘김제경’

웰터급에서 헤비급 전향, 지옥같은 웨이트트레이닝

1994년 제12회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시상식에서 김제경(당시 25세)이 1위에 올라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80연승의 신화', '태권도 최초의 그랜드 슬램 달성', '헤비급 최강자', 이 모든 것은 '90년대 태권도 수퍼스타' 김제경(38)을 설명하는 수식어다.

1994년 10월 9일 한국 헤비급의 ‘간판’ 김제경(당시 나이 25세)은 ‘일본 히로시마 아시안 게임(이하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하며 태권도경기 최초의 ‘그랜드슬램'이라는 대기록을 작성했다. 앞서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시범종목)과 1993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 이은 3개 메이저대회 석권이었다. 불과 3년 만에 이뤄진 놀라운 성과였다. 1990년 대통령기대회 우승을 시작으로 국,내외 메이저 26개 대회를 석권한 김제경은 이후 80연승이라는 신화를 작성해 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김제경은 고등학교 때까지 A급 선수가 아니었다. 대학에 입학할 당시에 만도 웰터급 선수였던 그는 한마디로 ‘3류 선수’였다. 딱히 내놓을 만한 전국대회 입상 성적도 대표 선수 경력도 없던 그는 동아대학교에 입학한 이후 인생 최대의 고비를 맞는다. 그해 태권도선수단 동계 훈련에 참가한 김제경은 허리통증을 견디지 못하고, 팀으로부터 귀가조치를 당했다. 당시 김제경을 트레이닝한 김우규 현 동아대 교수는 “그때 (김)제경이의 몸은 팀내 합숙훈련을 따라올 정도의 몸이 아니었어요. 허리통증으로 집으로 간 제경이 부모님으로부터 몇일 뒤에 연락이 왔죠. ‘운동을 그만시키겠다’고 말이죠. 하지만 저는 도저히 제경이를 포기 할 수 없었어요. 아니 솔직하게 얘기하면 제경이의 무한한 가능성이 사장되는 것을 막아야했죠. 그때부터 부모님 설득에 들어갔어요. 우선은 재활치료를 위해서 웨이트트레이닝만 시켜 보자고 해서 가까스로 부모님들과 합의점을 찾았죠….” ‘웰터급 약골’ 김제경이 ‘헤비급 최강자’로 변신하는 순간이다.

대학입학 당시 181cm 였던 김제경의 키는 이후 무려 7cm나 자랐다고 한다. 유럽의 헤비급 선수들과도 어깨를 당당히 할 수 있던 188cm의 헤비급 체형도 이때 갖추게 된 것이다. 이후 김제경은 대학 졸업과 동시에 상무(국군체육부대)에 입단하고, 군복무를 마친 뒤, 삼성물산(현 삼성에스원)행을 결정했다.

김제경의 신화는 한동안 계속됐고, 2000년 김제경은 일생일대의 중요한 결정을 내리게 된다. 김제경은 후배들에게 올림픽 출전의 기회를 넘겨주며, 대학교수? 실업팀 코치? 미국사범? 등 여러 루트를 통해 러브콜을 받지만, 결국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김제경은 현재 미국 포틀랜드에서 미모의 한국인 여성과 결혼한 이후 태권도장을 운영하며 지내고 있다.

[김성량 수습기자 / sung@mookas.com]

<ⓒ무카스미디어 / http://www.mooka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