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신’ 정준하 따라하기? 그럼 당신은 ‘식상과 주상’

  

[권소라 원장의 2008 한방칼럼 - 8]


자고로 남자는 세끝을 조심하라고 했죠. 이 얘기를 우리 아버지한테서 들었으니, 비단 남자에게만 해당하는 얘기는 아닌가 봅니다. 세끝은 다름 아닌 혀끝, 손끝, 거시기끝입니다. 세상 모든 범죄와 사건은 다 여기서 시작되죠. 패가망신도 이 세끝을 잘못해서 생깁니다. 손으로 하는 나쁜 짓은 도둑질, 폭행, 노름 등이 있구요. 혀끝으로는 말을 잘 못해서 일을 그르치구요. 성추행이나 성폭행 등으로 쇠고랑을 차기도 하죠. 옛어른들께서 이 세끝만 조심하면 평생에 후환이 없다고 했습니다.

이것은 한의학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데요. 손끝으로는 지나친 노동으로 ‘노권상’에 빠지기 쉽고, 거시기 끝을 잘못 놀리거나 과도한 성관계로 ‘방로상’에 걸려 고생할 수 있으며, 혀끝은 과식과 야식으로 ‘식상’이 생기거나 지나친 음주로 ‘주상’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 세끝만 잘 쓰면 병원신세를 지지 않고 평생을 살 수 있습니다.

오늘은 지난 시간에 알아본 노권상과 방로상에 이어 식상과 주상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식상

방송에서 식신의 대명사로 불리는 개그맨 정준하 (사진출처 = 스포츠동아)


노권상이 먹는 것에 비해 과로해서 생긴 병이라면 식상은 잘못 먹어서 병이 생긴 것입니다. 청결하지 않은 음식을 먹거나 갑자기 많이 먹어서 생기는데 요즘에는 대개 과식이 문제가 됩니다.

식상의 증상은 음식을 제대로 소화시키지 못하고 가슴과 배에 머물러 배부르고 답답하며 음식을 싫어하여 먹지 않고 트림을 할 때 신물이 나오고 냄새나는 방귀를 끼거나 혹 배가 아프고 설사하고 토하며 심하면 열이 나고 머리가 아픕니다.

치료의 첫째 원칙은 음식을 적게 먹고, 이후 소화제를 써야 합니다. 먹고 체한 음식에 따라 다르게 치료합니다. 식상과 같지는 않지만 음식으로 생기는 병에는 식적이 있습니다. 비슷하게 보면 되지만 식상이 갑자기 체한 것이라면 식적은 음식으로 인한 것이 오래되어서 생깁니다.

식적은 평소에 음식을 즐기고 잘 먹는 사람에게 생기기 쉽습니다. 입이 크고 입 주위 근육도 좋아서 입 끝이 올라가서 웃는 상이 많습니다. 식체가 일시적인 것이고 금방 해결된다면 식적은 계속 누적되어 생기는 것으로 이후 다른 질환의 원인이 됩니다.

식적은 음식이 소화되지 않고 쌓여서 생기는 것으로 노폐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노폐물은 습열을 형성하여 적취, 부종, 창만, 소갈, 황달, 학질을 만들고 당뇨도 생기게 합니다. 제일 무서운 것은 비만이죠. 뿐만 아니라 요통, 협통, 비후성 비염 등 온갖 병을 만듭니다.

음식으로 인한 불편이 없으려면 우선 과식을 안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침은 밥으로 든든히 먹고, 저녁은 죽으로 간소하게 먹는 것이 좋습니다. 저녁에 과식하면 소화기능이 떨어지고 기운이 막혀서 잘 돌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음식은 다양하게 먹되, 오곡을 주로 먹는 것이 좋습니다. 곡식은 담담하여 정기신혈 등 몸의 진액을 도우는 역할을 합니다. 과일로 식사를 대신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제철 음식이 좋습니다. 제철음식은 계절에 적응하는 힘을 키워줍니다.

식사 후 손으로 얼굴과 배를 부드럽게 문지르면서 20분정도 산책을 하면 쉽게 소화가 되고 잘 먹을 수 있게 되어 온갖 병이 없어진다고 하였습니다. 포식한 후에는 차를 1~2잔 마시면 소화가 잘됩니다. 포식하고 나서 누우면 소화되지 않아서 소화기에 문제가 올 수 있습니다.


주상

먹는 것이므로 식상에 포함시킬 수 있지만 그 중요성을 생각해서 동의보감에서는 따로 문항을 만들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술은 아주 뜨겁고 독이 많다. 약 기운을 운행시키고 나쁘고 독한 기운을 없애며, 혈맥을 통하게 하고 장위(腸胃)를 두텁게 하며, 피부를 윤기 있게 하고 우울함을 없애며, 흉금을 털어놓고 마음껏 이야기하게 한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술은 오랫동안 마시면 그 독으로 인해 정신이 혼미해지고 수명이 줄어듭니다. 대열(大熱) 대독(大毒)하므로 지나치면 진액을 말리고, 몸을 상하게 합니다. 사람의 본성을 바꿀 뿐만 아니라 생명을 잃게 하고 사회적 문제까지 일으킵니다.

가볍게는 구토, 땀, 피부병, 설사, 복통을 일으키고 심하면 당뇨, 황달, 치질, 창만, 기침, 천식, 간질, 불임, 기타 난치병을 일으키며 장부에 독이 쌓여 정신을 상하여 수명을 단축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밖에도 두통, 오십견 등이 많이 생깁니다.

폐를 상할 수 있으므로 많이 마시거나 빨리 마시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술은 석 잔을 넘기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탁주에 밀가루 음식을 먹으면 땀구멍을 막기 때문에 좋지 않습니다.

술을 마신 후에는 뜨거운 물로 양치하는 것이 술을 깨는 데에 도움이 됩니다. 술을 마신 후 뜨거운 물로 입을 헹구면 치아사이에 낀 술독을 뺄 수 있으며, 따뜻한 물로 샤워하면 땀구멍이 열리면서 술독이 빠질 수 있습니다.

술을 마시면 머리가 아프다는 분들도 있는데요. 머리를 빗어 주는 것이 좋습니다. 취한 후에 억지로 음식을 먹거나 취한 후에 성생활을 하면 안 됩니다. 쉽게 피곤해지고 심하면 치질이 생기기도 합니다. 임신을 준비하거나 임신 중인 여자 분들은 술을 특히 조심해야 합니다.

꿀물이나 칡즙을 마시거나 조개국이나 콩나물국을 먹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음주 후 갈증이 나더라도 찬물을 마시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술을 마시고 갈증이 날 때는 배를 먹으면 좋습니다.

실제로 한의원에 오는 환자분들은 노권상이나 식상이 대부분입니다. 이 원인으로 약을 지으러 오시죠. 그밖에 팔다리가 아프고, 허리가 아프다고 오시죠. 삐어서도 많이 오구요. 체한 것을 풀려고 침 맞으러 오십니다.

이 역시도 각각 노권상이나 식상에 다 포함시킬 수 있으니 이 범위를 벗어나는 환자분은 거의 없다고 봐야죠. 사고를 치면 경찰서 가야 하듯이 몸관리를 잘 안하시면 병원을 오셔야 합니다. 하지만 세끝만 조심하면 병원 올 일은 없겠죠? 알면서도 잘 못지키는게 문제지만요.

권소라 원장 약력

- 현) 본디올 경희한의원 원장
- 현) 대한형상의학회 회원
- 현) 대한형상의학회 편집위원
- 현) 동의보감연구회 교수
- 현) 본디올 한방캠프 지도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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