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예의 정체성을 찾아라 - 수련복 -
발행일자 : 2005-07-21 00:00:00
편집부


무예 수련시 입는 복장을 가리켜 흔히 도복(道服)이라 부른다. 도복이라 함은 굉장한 의미가 내재되어 있지만 한국무예의 수련복들은 대부분 일본의 복식 문화에 의존하거나 국적 불명의 복식에 지나지 않는다.
전통 무예임을 자처 하면서도 한국에서 가장 성행해 온 태권도·합기도·다수의 검도류 등이 그러했다 . 수련복은 무예가 발생한 나라의 생활 복장을 반영한다. 무관들이 입는 관복도 그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 영화속에서 일본이나 중국·한국의 무인들이 입는 옷을 보면 한결 같이 그 나라 특유의 복식 문화에 입각해 있다. 한국의 사극을 보면 과연 어디에 태권도복을, 검도도복을, 합기도복을 입고 나오는가?
신흥 한국 무예들 조차 한복을 기반으로 무복을 만들어 입는 곳은 극히 드물다. 몇 년전 모대학 전통무예세미나에서 실기 시연이 있었는데 모든 참가 단체들이 이론적 배경에는 한국의 전통성을 운운하면서 막상 복장은 제각기 달랐다. 마치 국적 불명의 패션쇼를 보는 듯 했다.
가까운 일본이나 중국을 보면 국내보다 많은 문파와 무예류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복장은 통일 되어 있지 않은가? 이들 국가에서 무복(武服)의 통일은 의식적 노력의 산물이 아닌 생활 문화의 자연스러운 반영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한국 무예에 있어 복장은 어떠 했을까?
흔히 우리는 전통적인 옷을 가리켜 한복이라 부른다. 이는 우리 민족이 입었던 옷을 총칭하는 말이지만 적어도 양복을 입기 전에는 구태여 한복이라는 별칭이 필요 없었다. 한복은 그 형태와 종류가 다양하며 특히 한중일 동양 삼국의 복식에는 음양오행의 동양 우주철학을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기본적 바탕이 각나라의 수련복에 반영되어 세나라의 공통점으로 나타나는 부분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나라의 복식 문화에는 특유의 특수성이 살아 있다.
한국의 의복은 역사적으로 볼 때 삼국·고려·조선·근대이전에 상하·존비·귀천 등 신분의 등차에 따라 옷 모양이나 무늬·빛깔 등이 크게 달랐다. 갑오경장 이후 의제개혁 및 근대 서양문물의 유입과 함께 점차 간소화 되었다. 물론 무인들의 복장도 이에 준하였으며 조선시대의 무인은 나라에 소속된 타율적 의무병 내지는 직업군인에 제한되어 있었다.
이들의 복장은 앞서 말한 것처럼 신분에 따라 다양한 형태를 가지고 있었다. 무인의 복장과 문인의 복장이 달랐던 것처럼 같은 무인이라도 계급적인 구분이 있었다. 따라서 무예도보통지에 보이는 것처럼 제식적인 무예는 그림을 통해서 알 수 있듯이 일반병들의 무복에 준하였다.
그렇다면 택견의 경우는 어떠 했을까?
답은 간단하다. 병사들이 연마했다면 병복이 수련복이고, 승려들이 했다면 승복이 수련복이며, 양반들이 했다면 양반복이 수련복이고, 평민들이 했다면 평민복이 곧 수련복이었다. 물론 승려나 양반들이 무예 수련을 했다는 것은 가설이다. 어쨌거나 수련 중에 날이 덥거나 몸이 더워지면 조끼나 마고자, 두루마기는 벗어버렸을 것이고 체면이 필요없는 평민이라면 웃통은 아예 벗어 제끼고 다리는 걷어 부쳤을 망정 별도의 통일된 수련복을 만들어 입지는 않았던 것이다.
이들이 구태여 별도의 수련복을 만들거나 구입해서 입었을리 없는 것이다. 특히 조선후기를 통하여 보여지는 택견은 군사무술이 아닌 일반 민중들의 유희적 성향이 강한 무예가 아니었던가?
기산의 풍속도, 유숙의 대쾌도, 코리언 게임스에 실린 100년전의 택견 사진, 연세대어학당에 남겨진 일제 강점기의 풍속화 등, 이들에 나타난 택견 복장은 한결 같이 우리의 전통 한복을 착용하고 있다.
한 나라의 무복은 그 나라의 복식 문화에 기초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무예 다수의 복식이 일본의 아류에 불과한 도복이라는 허수아비 복장을 지향해 왔다. 설령 고구려를 포함한 삼국 시대의 복식 특히 고구려 고분벽화에 착안한 수련복의 명분은 전통무예임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지만 결국 이는 신흥 급조화된 무예임을 자처하는 결과를 갖고 있다. 고구려 고분 벽화의 복장을 계승하고 있으니 전통 무예라고 은근히 주장하는 것은 얼마나 터무니 없는 것이며 이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하는 것은 또 얼마나 어이없는 일인가?
한반도 어디에서든 적어도 천년을 그렇게 계승해 올 수 있었던 무풍이 면면한 적은 없었다.
진정 전통무예라면 어느 무술이든 조선 시대의 복장이 반영되어야 옳다. 오백년 고려왕조와 오백년 조선왕조 동안의 복식 문화 변동에 유독 무예인들의 복장만 복지 부동이었을리는 만무하다.
특히 조선 시대에는 군사무술이 아닌 이상 일반인들에게 무술수련 장소라든가 무술학습체계가 존재했을리가 없으며 당연 별도의 수련복도 없었던 것이다.
적어도 고려와 조선의 명맥을 이어온 전통 무예라면 조선 후기의 한복에 기반을 두고 있어야 옳다.
오늘날 전통무예임을 표방하는 무예의 대다수가 수련복은 일본식 그대로이며 일본식으로 도복이라 칭하고 있고 또한 수련 연륜을 나타내는 허리띠는 일본 무도에서 기원한 것이 아닌가?
수련복을 입었던, 서양 체육복을 입었던, 반바지를 입었던 간에 한국 무예 수련생들이 자랑스럽게 매고 다니는 허리띠는 일본식 요대가 아니면 무엇인가. 도대체 일선의 무예 리더들은 한국 무예를 통하여 무엇을 표방하고 있는 건지 실로 답답한 경우가 많다.
수련복이 그 시대의 생활 복장을 반영한다면 현대 사회에서 수련되고 있는 전통 무예의 복장 역시 마땅히 서구화된 현대 복장을 착용해야 옳을 것이다. 그렇지만 앞으로도 그러한 일은 극히 희박할 것이다.
왜냐하면 전래의 무예가 과거에는 생활상의 유희나 세시풍속 혹은 군사적 목적으로 수련되던 자연 발생적인 분위기와 그 궤를 같이 해왔으나 오늘날 소위 전통문화라 불리우는 전승 기능들은 대부분 현대 생활 문화의 틀에서 연관성을 갖지 못한 채 전통의 계승이라는 정책적 입장에 편승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원형의 보존이라는 제약적 틀을 가지고 있는 택견을 제외한 다수의 한국무예들이 이러한 부분에 자유롭기는 하나 이들 단체 역시 전통성이라는 측면에서 그것이 옳은 복장이든 그렇지 못하던 간에 지금과 같은 수련복 패턴을 유지해 나갈 것이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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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각종 사이비 민족무예들에게 철퇴를 치는 기사가 올랐네!! 무토 화이팅~!!
2005-08-23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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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것에든지 자기 생각을 공론화 할 때에는 적어도 글쓴이의
이름은 적어 내가 썼다는 자신을 표현해야 한다고 본다
이글을 쓴 당신은 누구신가요?2005-08-18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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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전통복장은 철릭이지.. 철릭...
택견 할때도, 활쏘기 할때도, 씨름 할때도, 모두 한복을 입었지.. 군대에서는 철릭을 입고 했고...2005-08-13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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