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Lee 美도장탐방] 기업형 태권도장 'US 태권도센터'

  

제1편 - 비포, 애프터스쿨 통합 프로그램


김경원 사범

미국 태권도장 탐방 두 번째 주인공은 메사추세스주 스프링필드에 위치한 US Taekwondo Center. 이곳을 지키는 ‘작은 거인’ 김경원 사범(58)은 미국 정착 35년 차의 중견 사범으로 미 동부에서 익히 알려진 인물이다.

세태권도교육재단(World Taekwondo Education Foundation)의 설립자이자 미국태권도교육재단 이사장으로 미국 전역의 400여개 공립학교에 태권도를 정식교과목으로 채택시켜 정착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리고 매년 미국 경제 번영의 상징이며 세계의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뉴욕 타임 스퀘어(Time Square)에서 대규모 태권도시범대회를 열어 태권도의 위상을 한껏 드높이는 것으로도 유명한 분이다.

하루에 약300만 명의 사람들이 지나간다는 타임스퀘어에서 지난해 벌어진 시범행사에는 전국 각지의 공립학교에서 태권도교육을 받은 학생 팀들이 참가해 시범에 동원된 인원만 9천명에 달했고.

올해는 6.25기념일에 맞추어 오전8시부터 오후 7시까지 장장 11시간동안 일만 명에 달하는 인원들이 릴레이로 태권도 시범을 선보일 예정이다. 김경원 사범은 현재 메사추세스 주(州) 전체 4만 한인을 아우르는 보스턴 한인회 회장을 맡고 있다.

US태권도센터는 그 첫인상부터가 압도적이었다. 센터의 전체 부지면적이 7에이커(8천600평)에 달했다. 그 안에는 상하층으로 이루어진 본관 수련관 외에도 야외에 수영장과 야외쉼터, 체육관 그리고 축구장까지 완비되어 있는 다목적 수련센터였다.

한 번에 130대 이상의 차량이 동시주차 가능한 쾌적한 주차공간과 그 곁에 줄지어 서 있던 스쿨버스들이 인상적이었다.

학생들의 하교시간에 맞추어 US태권도센터라는 이름이 적힌 스쿨버스들이 줄지어 거리로 나가는 것만으로도 이 지역에서 이 도장의 위세를 짐작해 볼만했다.

학생들이 학교를 마치는 방과 후 시간이 되자 텅 비었던 센터엔 여기저기에서 속속 도착한 스쿨버스들이 학생들을 쏟아내기 시작하면서 본관에 위치한 2개의 태권도 수련장과 상하 복층으로 나누어진 여러 교실들에는 250여명의 학생들로 넘쳐났다.

두 곳의 태권도 수련장에는 각각 사범들이 맡아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고 나머지 교실에도 담당 교사들이 배치되어 애프터 스쿨 프로그램을 이어갔다.
이 센터 특징이라면, 우선 등교시간 이전에 학생들을 돌봐주는 비포 스쿨(Before School) 프로그램과 학과시간엔 공립학교에 나가 정규 교과목으로 지정된 태권도 지도, 그리고 방과 후엔 애프터스쿨(After School) 프로그램으로 이어지는 ‘3박자의 통합 학생관리 시스템’을 꼽을 수 있었다.

즉, 새벽같이 출근하는 부모들이 아이들을 도장에 데려다주면, 일을 다 마치고 다시 아이들을 데리러 올 때까지 안심하고 자기 일을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원스톱 올 서비스(One stop all service)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성공적인 비포 & 애프터스쿨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된 김경원 사범님의 동기가 특이했다.

애프터 스쿨(After school) 프로그램을 시작한 계기는?



방과 후 학생을 학교에서 우리 센터로 데려와 태권도를 가르치고 부모들이 퇴근하는 시간까지 돌보아 주는 애프터스쿨 프로그램을 시작한 지는 15년이 되었다. 내가 하고자 해서 시작한 것이 아니라 필요에 의해서 시작한 것뿐이었다.

미국은 13세 미만의 아동이 보호자 없이 집에 머무는 것 자체가 불법이다. 그런 상황이 적발되면 정부산하 아동보호센터에서 담당관이 나와 부모에게서 아이를 빼앗아 간다.

그러니 직장에 다니는 부모들이 방과 후 아이들을 맡길 곳을 걱정하기에 “아이들을 맡길 곳이 없어서 문제라면 딴 곳에 맡기려 애쓰지 말고 그냥 도장에 놓고 갔다가 일 끝나면 데리고 가시오. 내가 잘 데리고 있겠소.” 라고 한 말이 시작이었다.

처음엔 그냥 부모들의 편의를 봐 줄 생각으로 한 말이었기에 아무런 비용도 받지 않았다. 한참을 그렇게 했더니 점차 인원이불었는데 나중엔 ‘아차! 이러다간 안 되겠다.’ 싶을 정도로 인원이 늘어 할 수 없이 비용을 받기 시작한 것이 지금의 애프터스쿨이다.

지금은 약 30명의 스태프들이 애프터스쿨 프로그램에 투입되어 있으며 이 지역 57개 공립학교 중에 40개의 학교에 우리 스쿨버스가 들어가 학생들을 픽업(Pick up)해 온다. 경쟁이라면 YMCA가 있고 보이스 앤 걸스 클럽(Boys & Girls Club)정도가 있는데 이 지역에서 애프터스쿨로는 YMCA 다음으로 우리가 크다.

비포 스쿨(Before School) 프로그램을 시작한 이유는?

비포 스쿨을 시작한 것도 처음부터 하려고 한 일은 아니었다. 수련생 중 한 부모가 새벽 6시에 일을 나가야 하는데 아이들을 맡길 곳이 없다고 걱정을 하기에 “그럼 도장에 데려다 놓으면 내가 잘 돌보다가 학교에 데려다주겠다.”고 했다.

나 역시 자식을 가진 부모로서 거꾸로 내가 그런 상황에 끼였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생각하니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직장에 아이를 데려갈 수도 없을 테고 정말 난감한 일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내가 잠을 좀 덜 자더라도 잘 돌보다 학교에 데려다 줄 테니 당신은 걱정 말고 일이나 열심히 하시요.”라고 했던 것이 소문이 돌아 이런 서비스가 필요한 사람들이 붙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또 감당이 안 돼 할 수 없이 아이들을 보호할 스태프들을 고용하고 부모들에게 비용을 받게 된 것이 지금의 비포 스쿨이다. 지금은 아침마다 5명의 스태프가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남들이 이른 아침부터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겠나 하지만 새벽마다 눈도 뜨지 못한 아이들을 깨워 도장에 놓고 가는 부모 심정이 어떻겠는가? 그 찢어지는 마음을 대신해 아이들을 돌보아 주고 싶었던 것뿐이다. 그래서 우리 스태프들에게도 항상 부모의 마음을 헤아려 아이들을 돌보라고 교육한다. 그렇게 시작한 일이 10년을 넘게 이어 오고 있다.

비포 스쿨에는 특별한 프로그램이 없다. 눈도 못 뜬 아이들이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안전하게 보호하다가 편안하게 등교시켜 주는 것뿐이다. 사범은 누구보다 믿을 만한 사람이고 도장은 어디보다 안전한 곳이 아닌가?

잘 교육된 스태프들이 부모를 대신해서 아이들을 안전하게 보호하다가 학교까지 데려다 준다니 이른 아침 문 여는 곳도 없고 아이들을 맡길 곳도 없던 부모들은 감동을 했다. 이렇게 부모들에게 꼭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니 감사하다는 인사를 받으면서 당당하게 비용을 받는다. 그러다보니 비포 스쿨만으로도 웬만한 도장 수입과 맞먹는다.

비포 스쿨과 애프터 스쿨의 연계

비포 스쿨 아이들은 학교가 끝나면 그대로 다시 애프터스쿨로 돌아오는데 직장에 나가 하루 종일을 보내야 하는 부모에게 시간이 없으니 당연한 일이다. 그런 아이들에게 교사들을 붙여 일찍 숙제를 끝내도록 도와주고 태권도를 가르치고 간식까지 먹이고 나면 부모는 퇴근 후에 아이들을 데리고 가서 밥 먹여 씻겨 재우기만 하면 된다. 덕분에 새벽부터 퇴근 할 때까지 맘 편히 일에만 집중하면 되니 얼마나 도움이 되겠는가? 그래서 우리 US태권도센터 프로그램들은 이 지역에서 최고의 커뮤니티 서비스로 인정을 받고 있다.

그런데 여가 돈을 벌 수 있다고 해서 애프터스쿨 프로그램을 시작하고 쉬운 돈을 벌 수 있다고 새벽부터 달려든다면 이것은 정신자세가 틀려버린 일이다. 이렇게 해선 곧 지쳐버리고 만다. 하지만 아이들을 내 자식으로 생각해 품어주다 보면 일도 힘들지 않고 보람 있으면서 지역사회에서도 좋은 커뮤니티 서비스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우린 태권도 사범이고 교육자다. 희생과 봉사라는 윤리적인 생각도 없이 돈만 보고 이런 일을 시작한다면 접근방식이 틀려 할수록 피곤해질 뿐이다. 희생과 봉사의 철학 없이는 아무런 좋은 일도 생기지 않는 법이다.

(다음 제2편은 타임스퀘어 태권도시범행사)

[글. 무카스미디어 = 미국 이정규 통신원 | 태권월드리서치 | masterjungl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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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사범

    정말 미국이 넓고 큰 나라군요.
    태권도 공교육화의 현장 소식 감사합니다.
    다음주에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2016-01-27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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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정민

    같은 미국인데도 다른세상의 이야기처럼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2016-01-27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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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한

    좋은글 감사합니다.

    2016-01-26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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