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탈, 탈춤, 탈놀이

  


한국의 문화를 논할 때 한민족이 즐겼던 예술을 빼놓을 수 없다. 그 중에서 가장 서민적인, 그리고 가장 서민과 가까이 있었던 예술 형태 중의 하나가 탈춤이 아닌가 한다. 한민족은 음주와 가무를 좋아하는 민족이라고 했다. 5000년의 역사를 걸어오는 동안 수많은 왜적의 침입과 자연재해와 정치적인 억압으로 인해 우리 서민들은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만 했다. 어쩌면 이것이 낮은 곳에서 살고 있던 서민들에게 어떤 형태로든 예술이 존재해야 했던 이유일는지도 모르겠다.
이번 회부터 다음 몇 회에 걸쳐 한국의 탈춤을 다루려고 한다. 우선 한국의 탈과 탈춤과 탈놀이의 전반적인 이야기를 해보자.

탈의 모양과 성격


한국의 탈은 대체로 과장되어 있다. 코는 삐딱하고 눈꼬리는 사납게 찢어져 있는가 하면, 입이 비뚤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언청이탈, 문둥이탈, 옴탈과 같이 얼
굴이 특이하거나, 혹이 나 있고, 이가 드러나 있으며, 이마가 넓고 주름이 많아서 각 부위의 비례가 맞지 않는 탈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면서도 사자탈이나 원숭이탈은 오히려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어 모든 탈이 사람을 닮아있다.

탈은 거의 타원형이지만, 바가지탈은 원형에 가깝고 나무탈과 종이탈에는 장방형, 역사다리꼴, 역삼각형도 있으며, 가죽탈처럼 모가 난 경우도 있다. 우리 조각품이 평면적인 것과는 달리 가죽탈을 제외하면 입체감이 두드러진다.

눈은 대체로 크고 동그랗거나 치켜 뜨고 있으며, 코의 경우 젊은 남성탈은 지나치게 크게 과장되어 있고, 여성탈은 콧대가 삐딱하게 기울어져 있거나 굽어 있다. 입꼬리가 위로 치켜져 해학적인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 있는가 하면, 밑으로 축 처져 불만스러운 모습을 짓는 것도 있다. 언청이와 입비뚤이 등 병신스러운 모양을 하거나, 아랫입술이 윗입술을 덮고 있어 심술궂은 모양을 하고 있는 탈도 있다. 귀는 대부분 없지만 어떤 탈은 오히려 귀가 과장되어 있다.


한편, 색상은 대체로 원색적이고 강렬하다. 탈놀이가 야간에 장작불 아래에서 행해지므로 강렬한 색채가 아니면 표현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탈놀이가 목적이 아닌 신앙가면의 경우나 하회탈과 같이 야간에 놀이하지 않는 탈은 색채가 강렬하지 않다.


원색으로는 붉은색, 검은색, 흰색이 많이 보이며, 푸른 남색도 더러 있다. 간색으로는 얼굴색에 가까운 황색이 주로 쓰인다. 사실성에 바탕을 두지 않고 인물의 성격을 상징적으로 강렬하게 표현하는 데에는 원색이 더 효과적이다.

탈의 원색은 신분계층에 따라 인물의 성격을 규정하기도 하지만, 남녀노소에 따라서 성격을 부여하기도 한다. 늙은이 탈은 검고 어두우며, 젊은이 탈은 붉고 밝으며, 젊은 여성의 탈은 흰색이 많다.

색상은 방위와 계절을 나타내기도 한다. 검은색은 죽음의 계절인 겨울과 북쪽을, 붉은색은 생산의 계절인 여름과 남쪽을 뜻한다. 늙은이 탈이 검은색이고 젊은이 탈이 붉은색인 것은 겨울과 여름의 계절적 상징과 관련되어 있다.



탈의 성격 표현은, 탈의 생긴 모습이 인물의 성격을 그대로 표현하는 경우와 생긴 모습은 매우 사실적이나 극중 행동을 어그러지게 표현함으로써 인물의 위선을 풍자하는 경우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대부분의 경우는 전자의 경우에 해당한다. 양반의 바보스러움과 병신스러움을 우스꽝스럽게 나타내기 위해 언청이와 문둥이 등으로 형상화하고, 노승의 허위를 풍자하기 위하여 검은 얼굴에 파리똥이 덕지덕지 앉은 모습을 담고 있다. 곧 탈의 생김새에 이미 극중인물의 성격이 희화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탈의 색상에도 인물의 성격이 나타난다. 붉고 짙은 색은 저돌적이고 공격적인 성격을, 누런 색은 바보스럽고 무능한 성격, 그리고 검고 어두운 색은 찌들리고 소외당한 인물의 성격을 나타낸다. 고성오광대의 홍백양반탈은 얼굴 좌우에 붉은색과 흰색을 칠하여 인물의 이중성을 보여준다.



하회탈의 경우는 보는 각도와 움직임에 따라서 표정이 바뀐다. 어떤 탈은 입매를 좌우 상반되게 그려 좌우 움직임에 따라 화난 표정과 웃는 표정으로 바뀐다. 각시탈의 경우 내려깐 눈과 정면을 응시하는 눈을 함께 조각했는데 이는 각시에 대한 사회적 제약과 이를 극복하려는 내면적인 의식을 함께 표현하고 있다.

탈은 탈이 이용되던 시대와 무관하지 않다. 탈이 그 시대 인물을 형상화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탈은 그 시대상, 사람들의 생활상을 반영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사회가 변하면서 새로운 탈이 생겨나기도 하고, 같은 탈이 다르게 형상화되기도 한다.

탈춤이란?


탈춤은 말 그대로 탈을 쓰고 추는 춤이다. 탈의 원시적인 형태는 주술적인 의미
에서 시작되었다. 외적이나 악령을 물리치기 위해 탈을 쓰고 제사를 지내거나 복을 빌기도 하였다. 이 외에 죽은 이를 숭배하거나 동물로 가장하기 위해 탈을 썼다.

이와 같이 시작된 탈춤은 신앙이나 주술적인 의미에서 벗어나 점차로 놀이로 발전하게 되었다. 탈놀이는 한사람 또는 여러 사람의 연기자가 탈로 얼굴이나 머리 전체를 가리고, 본래의 얼굴과는 다른 인물이나 동물로 분장하여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는 연극의 일종이다. 한국의 탈놀이는 주로 탈 마당극의 형태를 가지고 있다. 즉 탈놀이에는 각자 역할과 대사를 맡은 배우들이 있고 내용과 주제가 있다. 배우들이 사용하는 탈도 이러한 변화에 맞게, 극의 내용에 맞게 변화하였다. 세월이 흐르면서 내용은 한층 다양해졌고 극적인 긴장감 역시 깊이를 더했다. 탈놀이는 춤과 장단, 노래, 연극 그리고 풍부한 예술성까지 갖춘 종합예술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탈춤은 탈놀이의 일부가 되겠지만 탈놀이는 탈춤과 거의 같은 의미로 통용되고 있다.

지배층을 비웃다


탈춤은 한민족의 정서와 문화를 보여줄 대표적인 문화유산이라는 점에서 중요하
다. 그러나 탈춤이 가지는 더 중요한 의미는 탈춤이 한민족 그 중에서도 서민들의 생활상, 그들이 어떻게 살았고, 무슨 생각을 했으며 어떻게 숨막히는 현실을 극복할 수 있었는지 등을 무엇보다도 잘 보여준다는 데 있다.
계급과 신분이 엄격했던 시대, 표현의 자유조차 없었을 때 탈은 그들에게 있어 면책특권이었다. 억압받는 피지배계층 서민들은 탈춤을 통하여 지배층을 가차없이 비판하고 조롱하며 즐거워했고 지배층은 탈판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 죄를 묻지 않았다. 적어도 탈춤이 벌어지는 공간만큼은 서민들에게 있어 해방된 공간이었다.

한민족의 탈춤이 갖는 가장 두드러지는 특성은 해학과 풍자라고 할 수 있다. 탈판, 그들만의 해방공간에서 그들은 모든 허위와 위선을 벗었다. 인간의 원초적 욕망을 거리낌없이 표현하였고 한편 지배층의 부당한 착취와 위선을 통렬히 비판하고 마음껏 비웃어주었다. 여기에서 쾌감을 얻는 것이 당시 서민들의 스트레스 해소법이었고 또한 답답하고 힘든 현실로 돌아가서도 다시금 일어설 수 있는 힘이 되었다.

탈춤의 특징


탈춤은 극의 내용과 탈의 표정을 살리며 동시에 극의 한 과장(단원/막)을 마무리짓는 구실을 하는 것이 있고 대사와는 관계없이 예술적이고 흥겨운 춤을 추는 것이 있다. 춤사위는 지역에 따라 차이를 보이지만 대체적으로 보면 다음과 같다. 탈춤사위는 정신을 한 곳으로 모아 맺고 어르다가 푸는 순서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춤에 따라서는 동작의 시작과 끝이 뚜렷한 매듭춤과 뚜렷하지 않은 유동적인 춤들이 있다. 이러한 춤들은 농경행위, 성행위 또는 귀신을 쫓아내는 무속신앙과 결부된 행위에서 점차 풍자적인 춤 등 민중들의 의지가 담긴 상징적인 동작과 민중적 미감에서 나온 예술적 표현으로 변모하였다.

지금까지 탈과 탈춤에 관한 대체적인 이야기였다.
계속해서 봉산탈춤-양주별산대놀이-통영오광대놀이-하회별신굿 순으로 한국의 탈춤을 좀더 자세하게 살펴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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