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길, 나의 꿈, 무에타이(4)

  


그렇다! 심00 사범님..
내가 첨에 백산체육관에 입관할 당시 사범님으로 계시다가 자신의 체육관을 분가해 나가신... 그분에게 오랜시간 배우진 못했지만 입관 초 몇 달간 나에게 원투를...발차기를... 가르치셨던 사범님이다.

스토리가 이상하게 흘러간다. 2월 전초전에 내가 이긴들... 심00 사범님이야 관록이나 실력으로 봤을 때 당연히 이기실 꺼고 그럼 4월 타이틀 매치에 나 vs 심00 사범님. 이런 말도 안되는 매치가 성립되는 것이다.

힘이 빠진다. 몇 분 전 일어났던 흥분도 기대도 모두 연기처럼 사라지고, 그냥 아무 생각이 없다. 이때 관장님이 나에게 경기를 포기시키려는 듯 다시 카운터를 날리셨다.

"페더급 아이고 jr페더급 이니까네 55kg까지 맞차야 된다 알았제?"
ㅡㅡ^갈수록 태산이다. (아예 나보고 체육관 그만 다니라고 하시죠!57kg 맞추는 대도 죽을똥 살똥 인데 55kg 이라니... ㅠ.ㅜ)

그렇게 반 체념상태로 2월 시합준비를 시작한지 며칠이 흘렀다. 여느때와 같이 로드웍을 다녀와서 켁켁 거리며 밴디지를 감고 있을 때 선배가 다가와 말을 꺼냈다.

"좋은 경험이라 생각하고 그냥 열심히 함 해보그라"
"어차피 용호 니한테는 시간이 많다 아이가"
"예? 에..예..에~"
"이번 4월 경기 타이틀 매치에 jr페더급이 들어간기 심00사범님이 그체급이라 들어간기라 생각하믄 맞을끼다. 그라니까 용호 니는 큰경기 함 경험해 보는걸로 만족하고 그냥 좋은 그림 만든다 생각하고 열심히 하그라"
"아~네.. 저도 대충 알고 있습니다"

알기는 개뿔이 안단 말인가? 그래 좀 이상하긴 했다. 내가 전적을 좀 만들기는 했지만 스스로 생각해도 아직 전초전이나 타이틀매치를 뛸 정도는 안됐던 것이다. 더욱이 내가 선수데뷔 이전... 그러니깐 막 발차기를 배우고 어설픈 몸짓으로 기술들을 익히고 있을 때 각 경기에 메인게임을 장식하던 심 사범님과 동체급의 전초전. 묘한 오기가 발동했다. 아무리 아직 어리고 전적도 보잘 것 없지만 내가 희생양이 되야 한다는 생각에 목표없이 시작됐던 시합준비에 힘이 나기 시작했다.

이젠 나도 지도자가 되어 선수들의 경기를 매치시키는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 시합을 준비하셨던 관장님들의 생각은 이러지 않았나 싶다. 순전히 내 생각이긴 하지만... ^^

* 2월 타이틀매치 전초전! 나 vs 윤00(서울선수) ->내가 지고 서울선수가 이긴다.
심00 사범님 vs 박00(서울선수) ->당근 심00 사범님이 이긴다. *

그리고 4월 타이틀매치는... 부산 홈에서 부산의 심00 선수와 서울에 윤00 선수가 경기를 한다. 뭐 이런 스토리가 아니었나 싶다. 혼자 각본함 만들어 봤다. ^^;

하여튼 대충 예상을 했던 이야기였지만 체육관 선배에게 그런 이야기들을 직접적으로 들은 이후 난 정말 열심히 2월 전초전을 준비했다. ㅎㅎㅎ 이렇게 썩은 미소를 지으며 아무도 예상 못한 결과를 꿈꾸며...

그리고 경기준비를 시작한지 보름정도가 지났을 무렵 심00 사범님이 운동시간에 체육관에 찾아오셨다.
경기감각도 익힐 겸 2월 시합 대비해서 나랑 스파링을 하자며... ㅠ.ㅜ 동체급을 뛰고 거기에 각각의 상대선수와 약20일 후면 타이틀 매치 전초전을 치를 선수들간의 스파링이라고 보기엔 믿기지 않을 만큼 일방적이었다. 예상들 하겠지만... 그렇다. 당연히 일방적으로 얻어맞는 쪽이 나다 ㅠ.ㅠ

서로를 경계하고 의식한 스파링이기보다는 스파링 중간중간 심사범님은 계속해서 나에게 코치를 해주었고 난 약간 자존심 상하긴 했지만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일방적 스파링이라 해도 난 기쁘다. 잃을 것 없는.... 오히려 나에게 많은 것을 가져다 준 또한 묘한 오기와 그동안 심사범님에 대한 주눅을 날려 버릴 수 있는 그런 스파링이었다.

그렇게 나에겐 손해 볼 것 없는 스파링이 끝났다. 조금 아프긴 했지만 얻은 것이 많은 스파링이었다.
어쩌면 그때 내 머리 속에는 몇주 후 다가올 전초전 보다는 심사범님과의 타이틀 매치를 그리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운동은 갈수록 힘들었다. 지금처럼 체계적이지 못했던 당시의 훈련! 하루 3시간 이상 운동하면서 체중조절을 위해 음식과 수분을 제대로 섭취하지 못하니 경기가 다가올수록 체력과 근력이 바닥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으리라...

2월 26일!! 그렇다.
4월에 있을 타이틀 매치를 위해선 꼭 웃어야 하는 날이다. 오픈전이 끝나고 내경기에 앞서 심사범님의 경기가 진행 중이었다. 난 긴장한 채 경기장 구석에서 링 위에 두 선수의 움직임에 눈을 고정시킨 채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다음 호에 계속>
#무에타이 #김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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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oon

    와이~관장님~
    사기꾼 집안의 장녀 해줍니다 ㅜ.ㅜ
    방금 운동 끝나고 집에 와서 컴을 켰는데요...생각보다 글을 잘쓰시네요~ㅋㅋ
    재밌게 봤습니다
    근데 담 글은 언제 나오는 겁니까~빨리 올리세요~~~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2003-07-30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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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부기


    정말 재밌습니다,,,ㅋㅋ

    5편이 기대됩니다 ㅡ ㅡ ㅋㅋㅋㅋ

    2003-07-06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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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아이

    너무 잼있어 ~ 기다리고 기다리던 4편이 나왔군^^.
    벌써 5편이 궁금하다.

    2003-07-03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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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이사랑

    빨리빨리 좀 써서 올려주심 안되나요*^^*...
    만화방에서 완결안됀 연재중인 만화보다가 다음편 기다리는 기분같아요-_-
    재밌게 잘읽긴 했는데 5편은 또 언제 나올련지.........
    바쁘셔도 저같은 애독자--;; 를 위해서 5편은 빨리올려주세용~~~~
    전 김용호관장님 팬 할래용~~~ 울 관장님이 좀삐지시긴 할테지만..ㅎㅎㅎ
    담에 경기장에서 인사하면 아는척해주세용~~

    2003-07-03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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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락똥

    관장님 제가 처음글 남기네요~~푸하하하 우와...드뎌 관장님의 큰 시합~~담 편 도 빨리
    올려주세요~~^^

    2003-07-03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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