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이종격투기의 현주소

  


스피릿MC가 대박을 터뜨린 이후, 이종격투기 붐이 일고 있는 듯 하다. 이종격투기에 대해 한 마디씩 안 하는 사람이나 단체가 없고, 몇몇 큰 상금을 걸고 나오는 이종격투기 대회들은 각각 나름대로 특성있는 경기를 보여주겠다고 한다. 그런데, 여기 큰 대회도 아니고 상금도 없는 대회가 하나 있다. 국내에 이종혼합격투기의 물꼬를 튼 KPW. 이 대회는 변변한 스폰서도 없이 선수들의 참가비로 찾기도 힘든 용인 한 구석진 체육관에서 경기를 가져왔다. 게다가 KPW는 비와 뭔가 인연이 있나 보다. 지난 2회 때도 비가 내리더니, 6월 15일 열린 3회 대회에도 어김없이 비가 내렸다. 솔직히 거기까지 가기 힘들고 싫어진다. 하지만, 그 날 아침 용인 곰두리재단프로레슬링 체육관에는 자신의 실력을 시험해보고자 하는 젊은 파이터들과 지난 대회의 뜨거웠던 함성과 열기를 기억하는관객들이 그 비 속을 뚫고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한태윤 대회조직위원장이 제 3 회 KPW 개회를 선언하고 있다



변화와 발전


두 번의 KPW 대회 그리고 스피릿MC라는 굵직한 대회를 치러낸 이후 처음 열리는 혼합격투기 대회였기 때문에 이번 대회는 여러 가지 면에서 주목해볼 만했다. 우선, 참가자 분포와 역할이 그랬다. 이제는 얼굴만 봐도 "아, 저 사람 이번에도 나왔군."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소위 지명도 높은 선수가 많아졌고, 출전하지 않는 대신 코치로 변모하거나 차분히 다른 사람들의 경기 모습을 지켜보며 다음을기약하는 이들의 모습도 보였다. 그런가 하면 단박에 눈에 띄는 신예의 등장도 빠지지 않았고, 이종격투기그룹을 표방하는 새로운 팀이 나타나기도 했다. 다시 말해 선수층이 넓어진 것이다. 또 한편으론 그런 부분을 스스로 읽어내는 관중이 있었다. 1회 대회 때부터 지금까지 차근차근 선수들과 함께 성장해온 것이다.

제 3회 KPW 참가 선수들. 낯익은 얼굴들이 보인다




또, 대회 내용도 비록 여전히 소규모이기는 하지만 그 내실은 더해지고 있었다. 참가자도 지난번보다 2배 가까이 늘었고(선수 37명),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진행은 매끄러웠다. 특히 룰의 변화에 주목해볼만 한데, 아마추어 대회이고 국내에서 처음 시도하는 이종혼합격투 대회였기 때문에 KPW는 선수 보호를 목적으로 몇 가지 제한적인 룰을 가지고 시작했다. 2회 대회에서 글러브를 착용하고 안면타를 허용하며 본격적으로 링을 도입하는 등 변화가 있었지만, 여전히 룰의 제약이 크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많았다. 그런데 이번 대회에서는 힐홀드 금지가 풀리고 스톱 온 더 무브먼트(경기 중 그라운드 공방 상태에서 로프 쪽으로 선수들이 지나치게 몰려있을 때 잠시 중단한 후 링 중앙에서 멈췄던 바로 그 순간의 상태 그대로 재개하는 방식)가 적용되는 등 훨씬 자유로워졌다. 이제 선수들이 그 정도 룰에 충분히 적응할 수 있다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로 이번 대회에서는 판정 시비가 거의 없었는데, 거기에는 주심의 수가 2명에서 4명으로 늘어 적은 인원이 많은 경기를 진행하는데서 오는 피로도를 줄임으로써 판정의 집중도를 조금이나마 더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한 몫을 했으리라 판단된다.

제 3 회 KPW 임원들. 본 기자도 심판으로 참가했다(흰 바지)




그러나 무엇보다 참가자들 스스로가 실제로 이종혼합격투기 대회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는 점이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이었다. 단적인 예로 링 중앙에서 이루어지는 파이팅이 많아졌고, 링 주변으로 가더라도 로프를 잡는 행위는 현저히 줄었다. 이는 링 파이팅을 이해하고 활용할 줄 안다는 뜻이다. 기술적으로도 완성도가 높아졌다. 특히 이전 대회에서처럼 관절 기술의 형태는 따라가되 포인트를 잡지 못해서 기술을 다 걸어놓고도 기브업을 받아내지 못하는 모습은 거의 없었다. 또, 대부분 길로틴초크로 승부가 났던 것에 비해 선수들이 가지고 있는 기술 수가 매우 다양해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업어치기, 스플렉스 등 화려한 테이크 다운 기술이 시도되어 재미있는 장면이 많이 연출되었고, 트라이앵글 초크 등 고급 관절기가 성공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기술과 더불어 경기 운영 면에서도 노련함을 보여주는 선수도 많아졌는데, 한 경기 당 소요 시간이 이전에 비해 훨씬 짧아지고 있음이 이를 반증한다.


진정한 이종격투기 대회


제3회 KPW는 이제 한국에 이종혼합격투기가 확실히 자기 자리를 잡아가고있음을 증명해주는 대회였다. 그러나 지난 대회보다는 훨씬 차분한 분위기에서 대회가 진행되었는데, 바로 뜨거웠던 언론의관심이 훨씬 사그라들었기 때문이있다. 이 날 경기장에는 무토와 FSN, 그리고 SNE 관계자를 제외한 미디어 팀은 단한군데에서도 오지 않았다. 대회 주최 측에서 미디어 요청을 하지 않은 탓도 있지만, 알아서 몰려들었던 2회 대회를 상기해보면 아마도 스피릿MC 같은 메이저급 대회의 존재 때문이리라 예상할 수 있다. 즉, 이제 아마추어 소규모 대회인 KPW에는 흥미가 떨어졌다는 뜻이다. 이를 통해 혼합격투기를 바라보는세간의 관심이 어느 정도 거품이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어떤 의미에서는 스피릿MC 1회 대회 예선전들이가장 이종격투다운 모습이라고 볼 수 있을 지도 모른다.실제로 발리 투도, MMA(mixed martial art) 스타일은 또 하나의 경기 형식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더욱 많은 대회가 열리고 거듭되며 해외 교류까지 추진된다면 어차피 MMA 능력과 그를 활용한 실전 경험에 대한 요구치는 점저 더 높아질 것이다. 그것은 단순히 한 차례 유행을 타 듯 대회를 열고 큰 상금을 걸어 선수들을 출전시킨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주최측과 선수, 관중 모두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노력하며 쌓아가는 경험을 통해야 한다. 바로 그런 부분을 내실 있게 다져주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KPW는 한국 이종혼합격투기의 현주소로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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