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짓수는 중국 무술인가?


  

고류유술, 유도, 브라질리언 주짓수의 역사를 따지면 전부 중국무술이다?

(좌) 카를로스 그레이시 시니어, (우) 조아웅 말베르토 바렛토의 그레이시 주짓수 시연

오늘날 브라질리언 주짓수의 역사와 기원을 이야기하게 되면, 가장 일반적인 이야기는 ‘그레이시 가문’(Gracie Family)과 ‘콘데코마’(Conde Koma)라 불리는 일본인 ‘마에다 미츠요’(前田光世), 그리고 그 마에다 미츠요는 ‘코도칸’(講道館; 강도관) 유도를 수련했다는 정도의 범위에서 이루어진다.

 

일단 마에다 미츠요는 순수하게 강도관 유도만을 수련했다고 단언하기보다는 스모와 ‘텐진신요류’(天神眞楊流; 천신진양류) 쥬쥬츠(柔術; 유술)을 수련했다는 사실 또한 고려하여, 브라질리언 주짓수의 역사를 논한다면 이에 관한 기법과 역사를 반드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마에다 미츠요’(前田光世; 전전광세)

그렇다면, 브라질리언 주짓수의 역사를 좀 더 근원적으로 논하고자 한다면, 강도관 유도, 텐진신요류 쥬쥬츠, 스모의 역사를 기술적으로나, 사상적으로나 면밀하게 살펴보아야지만 진정한 논의, 그리고 정의가 성립된다.

 

더군다나 강도관 유도는 창시자이자, 설립자인 ‘가노 지고로’(嘉納治五郎)가 텐진신요류 쥬쥬츠와 더불어 ‘키토류’(起倒流; 기도류) 쥬쥬츠를 바탕으로 재정립하였기에, 키토류 쥬쥬츠의 역사까지 살펴보아야 한다.

 

텐진신요류와 키토류 쥬쥬츠보다 그 이전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신노신토류’(眞之神道流; 진지신도류), ‘요신류’(楊心流; 양심류), ‘료이신토류’(良移心當流; 량이심당류) 쥬쥬츠를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의 근원이 되는 역사적 인물 중 한 명이 중국 명나라의 ‘진원윤’(陣元贇)이다.

‘진원윤’(陣元贇)

우선 이를 위해서는 일본 유술의 역사 자체에 대해서 천천히 살펴봐야만 하는데, 오늘은 현대 강도관 유도의 근원을 이룬다고도 볼 수 있는 역사적 인물 중 한 명인 명나라의 ‘진원윤’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오늘날에는 주짓수와 권법을 서로 다른 종목이자, 무예 분야로 나누는 게 지극히 정상적인 통념이고, 상식이다. 그러나 과거 일본의 『권법비서; 拳法秘書』에서는 ‘권법’을 ‘야와라’(柔; 유)라 칭하고, 『무예소전; 武藝小傳』에서는 ‘야와라’를 ‘권’(拳)의 일종으로 분류하였다.

 

중국에서는 예로부터 맨손 격투를 ‘수박’(手搏)이라고 불렀다. 명나라의 『정자통; 正字通』에서는 ‘수박’에 대하여 “두 명의 사람이 서로 때려, 승부를 겨룬다.”라고 되어있으니, 종합적으로는 맨손 격투 대결을 총칭한다고 보여진다.

 

비슷한 시기의 일본 유술 기법들은 ‘와쥬츠’(和術; 화술), ‘토리테’(捕手; 포수), ‘코구소쿠’(小具足; 소구족), ‘켄’(拳; 권), ‘하쿠다’(白打; 백타), ‘슈하쿠’(手搏; 수박), ‘코시노마와리’(腰の廻り; 요회) 등으로 구분되었는데, 오늘날의 기준에서 분류해보자면, ‘토리테’, ‘코구소쿠’, ‘코시노마와리’는 상대를 포박하는 기법, ‘와쥬츠’는 던지기, 조르기, 누르기 등과 같이 오늘날 유도와 브라질리언 주짓수에 가까운 기법, ‘켄’, ‘하쿠다’, ‘슈하쿠’는 상대방을 때리는 타격 기법이다.

'오구리류'(小栗流; 소율류) '와쥬츠'(和術; 화술) [도쿄국립박물관 소장]

  본디 인간의 역사가 시작된 이후로, 인간이 살아가는 생활터전에서는 반드시 싸움과 투쟁이 일어나는데, 그를 위해 때리고, 조르고, 꺾는 등의 격투법 발생과 발전은 필연이었다. 일본 무도학계에서도 이러한 인류 역사의 필연을 근거로 스모(相撲; 상박)의 기원을 설명하고 있다.

 

물론, 스모의 역사에 대해서는 고구려와 같은 북방계 신체문화가 한반도를 지나서 일본으로 전해졌다는 학설들이 학계에서도 여러 차례 논문 발표가 이루어졌으나, 본 글에서는 이에 대한 시시비비가 논점이 아니기에 일축하도록 하겠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일본은 이미 고대로부터 자체적인 토착화된 격투술, 즉 스모가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런데 17세기 초반, 중국 명나라의 진원윤이 당시 ‘에도’(江戶; 강호), 오늘날의 도쿄-사이타마에 위치한 ‘코쿠쇼지’(国昌寺; 국창사) 사찰에 머물면서 절에 머물고 있었던 일본인 청년, ‘후쿠노 시치로에몬’(福野七郎右衛門), ‘미우라 요지에몬’(三浦与次右衛門), ‘이소가이 지로자에몬’(磯貝次郎左衛門), 3명에게 중국 소림권법을 지도하면서 일본 쥬쥬츠의 역사에 상당한 파급력을 가지게 된다.

‘코쿠쇼지’(国昌寺; 국창사) 사찰

이들은 각자 독립하여 ‘료이신토류’(良移心當流; 량이심당류), ‘미우라류’(三浦流; 삼포류), ‘이소류’(磯貝流; 기패류)를 창시했다. 오늘날 일본 무도 역사의 정설 사료로 받아들여지는 『무예소전; 武藝小傳』, 『무술계보략; 武術系譜略』, 『무술류조록; 武術流祖録』, 『본조세사담기; 本朝世事談綺』『기도류등하문답; 起倒流燈下問答・기도류권법비찬문; 起倒流拳法碑撰文』 등 자료에서도 진원윤이 이들 쥬쥬츠 유파 시조들의 스승이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무술계보략; 武術系譜略』 [일본츠쿠바대학 소장]

이에 대해서는 진원윤의 일본 활동 시기가 불명확하다는 이유로 과거 일본 무도학계와 유술, 유도계에서도 논란이 많았으나, 1962년도에 출간된 『진원윤의 연구; 陣元贇の硏究』라는 연구보고서 단행본을 기점으로 진원윤이라는 인물이 실제로 이들의 스승이었는지에 대한 논란은 완전히 일축되었다.

『진원윤의 연구; 陣元贇の硏究』(1962)

  진원윤은 오늘날 중국 항저우시(杭州市; 항주시) 위항구(餘杭區; 여항구) 진가교(陳家橋) 자연촌(自然村)에서 1587년에 출생했다. 이후 독서, 서법, 회화, 작문과 일본어, 도기 제작 등을 배우고, 27세에는 현재 중국 허난성(河南省; 하남성) 덩펑시(登封市; 등봉시)에 위치한 소림사(少林寺)에서 소림권법(少林拳法)과 포인술(捕人術) 같은 무예뿐만 아니라, 의학, 한약, 침구, 식료, 기공까지 수련 및 공부했다.

'소림사'(少林寺) [중국 위키피디아]

33세가 되는 1619년도에는 일본 나가사키(長崎; 장기)에 잠시 머물렀다가 2년 뒤에는 나가사키로 완전 거처를 옮겼다. 그 후에 일본에서 각종 분야를 망라하는 서적을 집필하고, 1625년도에는 에도로 다시 거처를 옮겼다.

 

40세가 되는 1626년도에 본격적으로 무예 관련 활동을 일본에서 시작하는데, 오늘날에도 ‘코쿠쇼지’(國昌寺; 국창사)에 머물면서 승려들에게 중국의 소림권법(少林拳法)과 포인술(捕人術)을 전수했다. 이와 동시에 일본 토착 권술(拳術), 즉 스모와 ‘와쥬츠’(和術; 화술)를 연구하면서 중국 소림권법과 일본 토착 권술, 즉 스모 또는 와쥬츠와의 융합을 시도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결국 브라질리언 주짓수와 강도관 유도 이전의 이른바 일본 ‘고류유술’(古流柔術)은 중국의 소림권법에서 비롯하였기에 중국 무술을 뿌리로, 혹은 더욱 레디컬하게는 중국 무술에 포함해야 할까?

 

물론, 진원윤에게 소림권법을 배워서 유술 유파를 창시한 세 명의 인물들과 그 유파들이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유술과 유도, 그리고 서구사회의 주짓수(Jiu-Jitsu/Ju-Jitsu)의 역사에 끼친 영향이 막대한 것은 사실이다. 료이신토류, 미우라류, 이소류로 말미암아 직간접적으로 유파 형성에 영향을 받아 개파한 유파만 나열해도 ‘키토류’(起倒流; 기도류), ‘세키구치류’(關口流; 관구류), ‘시부카와류’(澁川流; 삽천류), ‘지고텐신류’(自剛天眞流; 자강천진류), ‘한다 야타로’(半田彌太郎)의 ‘다이토류’(大東流; 대동류) [‘다케다 소카쿠’(武田惣角)의 ‘다이토류’와는 구분되는 유파다.] 그리고 강도관 유도 등이 있다.

 

하지만 이들 모두의 뿌리가 오로지 중국 소림권법만이 전부고, 심지어 일본의 고류유술과 강도관 유도, 브라질리언 주짓수마저도 중국의 무예로 편입시켜야 하는 것이냐고 묻는다면, 필자 개인으로는 그렇지 않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그러한 논리를 확대 적용하자면, 오늘날의 브라질리언 주짓수 또한 일본 무도계 입장에서는 일본 무도에 뿌리를 둔 아류이거나, 브라질의 신체문화가 아닌 일본만의 무예로 전부 편입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

 

무예뿐만 아니라 모든 무형으로써 문화적 가치를 가지는 역사의 산실은 짧게는 수십 년, 길게는 수천 년의 역사를 가진다. 그토록 지고한 시간의 흐름 속에 오롯이 처음의 형태 그대로 오늘날까지 전해졌다고 믿고, 주장하는 것만큼 허무한 기력 소모도 없다.

 

앞서 설명했듯이 일본에는 진원윤이 중국 소림권법을 전하기 이전부터 일본에서 발전되어온 스모, 와쥬츠와 같은 토착 권술들이 있었다. 이렇게 본다면, 오늘날의 일본 고류유술과 더불어, 강도관 유도, 브라질리언 주짓수(Brazilian Jiu-Jitsu), 심지어 20세기 초반에 유럽으로 전파되어 오늘날까지도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이외의 서구 주짓수(Ju-Jitsu)들의 역사적 뿌리는 어느 특정 국가 또는 장소에서, 어느 특정 인물에 의해서만 증명되는 배타적 창조의 역사가 아니라, 시대의 흐름에 따라 여러 장소와 인물 간의 교합과 분열로 이루어진 주거니, 받거니로 설명되는 문화교류적 관점의 역사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유럽에 역사적 기반을 두고 있는 국제주짓수연맹(JJIF)의 세부 종목별 경기 모습

최근 국내 주짓수계뿐만 아니라, 국제 관계에서 여러 문화적 산물에 대한 원조 논란으로 시끄럽다. 과연 누가 원조이고, 어느 것이 진짜고 가짜냐는 논란이 공통된 골자다. 그러한 주장과 논쟁을 즐기는 이들에게 어떠한 경제적 이익이 따를지는 필자도 정확히 알지 못하나, 진정 각자의 분야에서 발전적 관점을 제시하고자 한다면, 원조의 시시비비를 따지기보다는 과거의 역사를 비추어보았을 때, 현재의 우리가 미래로 도약하며 어떠한 방향성을 가져야 하는지, 건설적인 토론과 존중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참고 문헌>>

 

『圖說 古武道史』(1966) 綿谷雪

『陣元贇の硏究』(1962) 小松原濤

『비전 고류 유술 활법 소생술 BIBLE』(2019) 최찬익

 

[무카스미디어 = 권석무 기자 ㅣ sukmoo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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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석무 기자
무카스미디어 MMA, 주짓수, 무예 분야 전문기자.
브라질리언 주짓수, MMA, 극진공수도, 킥복싱, 레슬링 등 다양한 무예 수련.
사람 몸을 공부하기 위해 물리치료학을 전공. 
무예 고문헌 수집 및 번역 복간본 작가로 활동.
#주짓수 #브라질리언 주짓수 #유도 #유술 #진원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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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도만배운거맞음

    마에다가 배운유술은 강도관유도밖에 없는데요??
    그전에 스모하다가 어전유술대회에서 강도관유도가 다른 유술들은 박살내고 우승한걸 보고
    처음배우기시작한게 유도입니다
    그리고 유도자체가 기토류유술+텐진신요류유술을
    합친 거예요

    잘못된 정보 수정부탁해주세여

    2022-12-21 20:42:05 수정 삭제 신고

    답글 0
    • 뭔소리냐이건

      일단 마에다 미츠요는 순수하게 강도관 유도만을 수련했다고 단언하기보다는 스모와 ‘텐진신요류’(天神眞楊流; 천신진양류) 쥬쥬츠(柔術; 유술)을 수련했다는 사실 또한 고려하여, 브라질리언 주짓수의 역사를 논한다면 이에 관한 기법과 역사를 반드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23-08-06 08:34:43 수정 삭제 신고

      0
  • 전통을빼라

    인간들의욕심 돈이다 상표권 싸움그이상
    그이하도아님 아마도 새로운 무술이또나오겠지 무술은 진화중이다 돈을 위해서
    왜~ 멸종위기이니깐! 먹고살아야지
    단수이 먹고말기위해 그게정답아니가

    2022-04-27 09:25:13 수정 삭제 신고

    답글 0
  • 언어의힘

    용어단어에 있다 중국에유도라는무술이
    있나 아니면 태권도라는무물이있나
    모든 문헌에는 각자 그나라의고유의
    무의대한 단어용어가있다
    예를들어 마상무예 마상육기 마보무예
    기록과역사 어떤것이 역사적 가치 뿌리인지 태권도은 한국 유도일본 유슈중국
    그나라의 이름은 모든것을 포함하고있다
    이름의힘 언어 단어 글씨의힘이다

    2022-04-13 10:53:46 수정 삭제 신고

    답글 0
  • 무술인

    떼놈들은 무엇이든 인기가 좀 있어 보이면 자기들 거라고 헛소리하는 놈들이다. 머지않아 모든 인간도 중국이 씨라고 우길 놈들이다

    2022-02-19 10:24:09 수정 삭제 신고

    답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