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사람] 격투기 도전하는 왕년 복싱챔피언 박종팔

  


"다른 사람들은 날 보고 맞아도 끄떡없는 맷집왕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었어. 난 한대씩 맞을 때마다 죽고 싶도록 심한 고통을 느꼈지. 내게 링은 지옥이었어." "이 바보, 그런 걸 왜 한다고 덤볐어?" "왜…. 왜냐고?" 인기 만화이자 영화로도 제작됐던 <지옥의 링>에서 주인공 까치가 여자친구 엄지에게 죽으면서 남긴 말이다. 링의 세계는 언제나 냉정하다. 도망갈 곳도 없다. 사각의 링에 올라선 복서들은 그동안 흘렸던 자신의 땀과 주먹을 믿고 승부의 세계에 자신을 던진다. 아무도 도와줄 수 없다. 자신만이 승부의 세계를 헤쳐나가야 한다. 그러기에 복싱을 인생에 비유하기도 한다. 한국 중량급 역대 최고의 복서로 인정받는 전 세계복싱협회(WBA) 슈퍼미들급챔피언 박종팔(45). 불혹의 나이를 넘긴 그가 15년 만에 링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그가 선택한 인생의 마지막 링은 복싱이 아닌 격투기다. 세계챔피언으로 부와 명예를 누린 그가 낯선 격투기에 자신의 이름을 건 이유는 무얼까?


하나도 변하지 않은 남자
 
박종팔은 지난 1984년 국제복싱연맹(IBF) 슈퍼미들급 타이틀을 획득한 후 8차 방어전을 끝으로 타이틀을 반납했다. 그리고는 87년 12월6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WBA 슈퍼미들급 챔피언인 멕시코의 강타자 헤수스 갈라르도를 2회 캔버스에 눕히며 왕좌에 올랐다. 그러나 89년 2차 방어전을 끝으로 사각의 링을 떠났다. 링을 떠난 지 15년 만에 그가 다시 링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그를 만나기 위해 서울 양재동의 록키체육관을 찾았다. 체육관에 들어서자 그는 자신과의 싸움을 치르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커다란 눈에 짧은 머리, 우람한 체격. 복싱을 그만둔 지 15년이 지났다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슉, 슈∼욱. 주먹이 닿자 샌드백은 허공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그는 한마디 던졌다. "링 위에서 덜 맞으려면 땀을 많이 흘려야지∼잉." 그가 맹연습하는 이유다. "아따, 망신이나 안 당해야 될 텐디. 이제는 훈련하고 나면 다음날 회복이 잘 안 돼부러야" 하며 너스레를 떨었다.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에 솔직한 표현. 다소 덜렁대며 상대를 편안하게 만드는 말솜씨. 세월이 흘렀어도 박종팔은 그대로였다.


싸움꾼의 마지막 선택
 
그는 2년간의 고민 끝에 링 복귀를 선택했다. 평생 복싱만 해온 그가 선택한 링은 복싱이 아닌 이종격투기다. 그는 오랜 친구이자 전 격투기 선수(11전11승11KO)였던 이효필(45)과 다음달 17일 오후 3시 서울 힐튼호텔 컨벤션센터 특설링에서 한판 대결을 펼친다. 한때 복싱도 했던 이효필은 지난 77년 서울시 신인대회와 전국 신인대회 결승전에서 박종팔에게 모두 승리를 거두기도 했다. 따라서 박종팔에게 있어 이번 대결은 지난 패배를 설욕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셈이다.
 
격투기로 대결하는 이유를 묻자 "나는 세계챔피언을 지냈는데 주먹으로 하면 상대가 되겠는가. 발이라도 쓰게 해야지. 그래도 발보다는 주먹이 조금 더 빠를 것이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사실 세계챔피언을 지낸 그로서는 이기면 본전 지면 망신일 수도 있는 이번 대결을 쉽게 결정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링에 올라가보지 못할 것 같았다. 내 인생에 있어 자신과의 마지막 싸움을 해보고 싶었다. 40대들도 뭔가 새로운 목표를 향해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며 대결에 임하는 각오를 밝혔다.



인생의 진정한 챔피언
 
89년 링을 떠난 그는 복싱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지난 93년 동양프로모션을 인수했다. 그러나 그는 복싱인들의 권력싸움에 휘말려 결국 94년 프로모션을 처분했다. 평생 복싱만 해온 그로서는 마땅히 다른 일을 찾을 수 없었다. 그는 95년 서울 강남구 역삼동 르네상스호텔 건너편에 지금의 챔프라는 단란주점을 오픈했다. 그는 "세계챔피언이 술장사가 뭐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내 자신이 떳떳하면 그만이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그는 "복싱도 많이 참아야 되지만 술장사를 하면서 인생을 알고 더 많이 참는 법도 배웠다. 여러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알게 됐다"고 강조했다.

혹시 불량배들이 시비 거는 일은 없었느냐고 묻자 "나는 세계가 인정한 주먹이고 걔들은 무허가 주먹인데 싸움이 되겠느냐"며 "오히려 플라이급들이 이유없이 술먹고 설쳐대면 아주 미쳐부러. 그래도 손님인데 어떡해, 참아야지" 하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이제 딸들을 위해 술집을 처분하려고 한다. "딸이 시집가는데 왕년의 챔피언인 아빠가 유흥업소를 운영한다고는 할 수 없지 않겠어? 그렇다고 벌써부터 놀 수는 없고 서울 양재동에 조그마한 건물이 하나 있는데 거기에다 식당을 한번 해볼까 해"라고 말했다. 딸들 시집보내고 나면 시골에서 농장을 운영하는 게 그의 꿈이다.
 
15세 때 단돈 1만4,000원을 들고 서울로 상경해 낮에는 중국집 배달원으로, 저녁에는 체육관에서 챔피언의 꿈을 키웠던 박종팔. 눈물 젖은 빵을 먹어봤기에 그는 인생을 낭비하지 않으며 열심히 살아왔다. 그는 복싱선수로서 또한 인생에 있어서도 진정한 챔피언이었다.
#박종팔 #복싱 #격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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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재승

    돈 빌려같으면 300백만원 빨리 돌려줘야 할꺼아니야 나쁜놈아 니가 챔피언이냐?

    돈을 빌려같으면 고빠로 있는데로 갑아야지 전화도 안받아? 전화번호 알려줄테디 전화

    꼭해라

    011-265-7703 (종팔이 에게)

    2005-08-27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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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앗..

    이 분이셨구나;;;;

    2004-07-26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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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랑

    훌륭 하십니다.
    화이팅! 이예여^^

    2003-07-03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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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태운

    40대에게 희망을,,,,,,
    진정한 챔피언이십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하시고자 하는 일 모두 잘되길 기원합니다.

    2003-06-24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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