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민우의 마음도장] 국기원으로 돌아온 한마당… 그 안에서 마주하는 '도장(道場)의 본질’
발행일자 : 2026-07-29 21:39:41
[전민우 교수 (경희대학교 태권도학과) / yesjmw@khu.ac.kr]

승패를 넘어선 몰입과 성장, 한마당이 주는 가장 큰 심리적 선물

태권도의 모태이자 전 세계 태권도인의 고향, 국기원 도장 위에 다시 뜨거운 기합 소리가 웅장하게 울려 퍼질 예정이다.
오랜만에 국기원에서 펼쳐지는 이번 세계태권도한마당은 단순한 대회 개최를 넘어 국경과 인종, 세대를 넘어 하나의 마음으로 모인 전 세계 태권도인들의 가슴속에 묵직한 설렘과 숭고한 감회를 불러일으킨다.
역사적으로 태권도 한마당은 태권도사(史)에 매우 특별한 이정표를 가진다. 1992년 첫 닻을 올린 태권도 한마당은 승패 중심의 겨루기 경기에서 소외되었던 일선 도장의 수련생과 지도자들을 무대의 주인공으로 불러세웠다.
겨루기 일변도에서 벗어나 태권도 본연의 무도성(武道性)을 회복하고 생활체육으로서의 저변을 넓힌 '태권도 문화 혁신'의 시초였던 것이다.
이처럼 한마당은 득점과 판정의 틀에 갇힌 일반적인 대회와 그 결을 달리한다. 위력격파, 종합격파, 창작품새 등 태권도가 가진 무도적 다양성과 예술성의 극한을 선보이는 축제이자, 상대와의 비교나 승패를 넘어 내가 그동안 도장에서 단련해 온 기술의 깊이와 한계를 스스로 증명해 내는 '자아실현의 무대'이다.

스포츠심리학에서 성공을 정의하는 기준은 선수의 심리 상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Burton & Naylor, 2002). 오직 타인과의 비교나 승리만을 성공의 기준으로 삼을 때, 자신의 능력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순간 선수는 쉽게 '실패성향(Failure Orientation)'에 빠지게 된다. "남에게 무능해 보이면 어쩌지?", "실패해서 망신당하면 어쩌지?"라는 불안과 두려움이 마음을 짓누르는 것이다.
반면, 성공의 기준을 타인과의 승패가 아닌 자신의 기술적 완성과 한계 극복(Performance/Task Orientation)에 둘 때 선수의 마음은 완전히 달라진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내려놓고, 동작 하나하나에 오롯이 몸과 마음을 내맡기는 최적 수행 상태(Flow)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한마당이 출전 선수들에게 주는 가장 큰 심리적 선물이 바로 이 '승패를 넘어선 몰입과 성장의 즐거움'이다. 그리고 이 한마당이 전 세계 수련자들의 고향인 국기원이라는 공간과 만날 때, 선수의 마음에는 또 다른 차원의 숭고함이 피어오른다. 언어도, 문화도, 피부색도 다른 수천 명의 태권도인들이 오직 '태권도'라는 하나의 언어로 교감하며 한자리에 모이는 것이다.
국기원은 1970년대부터 수십 년간 전 세계 태권도 거장들과 선배들의 땀과 기합이 겹겹이 배어 있는 '산 역사'이다. 심리학에서는 특정 장소가 사람의 정체성과 심리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장소 앵커링(Place Anchoring)'이라 부른다. 각각의 국가에서 수련하던 선수들이 국기원이라는 도장의 묵직한 공기를 마시며 바닥을 디디는 순간, 마음은 승패의 불안을 떠나 거대한 글로벌 태권도 공동체와 연결된다.
내가 혼자가 아니라, 전 세계 태권도 유산의 뒤를 잇는 '진정한 수련자'임을 깊이 체감하는 것이다. 국기원 마룻바닥을 강렬하게 울리는 기합 소리와 송판이 부서지는 청량한 소리는 결코 상대방을 꺾기 위한 파괴음이 아니다. 그것은 내 안의 두려움과 불확실성을 깨부수는 소리이자, "나는 왜 도장에서 태권도를 수련하는가?"라는 원초적 질문에 온몸으로 답하는 전 세계 태권도인들의 기합 소리이다.
매일 거울을 보며 땀 흘리던 자신의 도장에서 시작해, 마침내 태권도의 본부인 국기원이라는 도장에 서서, 세계 모든 태권도인들이 타인을 이기는 기쁨이 아닌 스스로를 넘어서는 가슴 벅찬 순간을 경험하기를 응원한다.
[무카스미디어 = 전민우 교수 (경희대학교 태권도학과) ㅣ yesjmw@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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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민우 교수 (경희대학교 태권도학과) |
| 경희대학교 체육대학 태권도학과 조교수 경희대학교 체육대학원 태권도학전공 조교수 KHU-SPLab 지도교수 세계태권도전문트레이너협회 대표 대한장애인펜싱협회 이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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