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다 김종명… 192cm 中 장신에 막혀 그랑프리 챌린지 준우승

  

3회전 4-4 동점 기술 우선 판정패… 박태준 꺾고 결승 올랐지만 한발 모자라

 

김종명이 결승에서 회심의 왼발 내려차기를 시도하고 있다. 

방콕 월드 태권도 그랑프리 챌린지 결승, 김종명의 발길이 0.1센티미터가 짧았다.

 

22일 태국 방콕 인도어 스타디움 후아막에서 세계태권도연맹(WT) 주최로 열린 '2025 방콕 월드태권도 그랑프리 챌린지' 남자 -58kg급 결승에서 올해 돌풍의 주역 김종명(용인대, 4학년)은 이날 배준서를 준결승에서 꺾은 중국 황커펀에 2-1(4-4 우세승, 0-4, 4-4 우세패) 역전패를 당하며 준우승 했다.

 

그러나 올해 열린 챌린지 시리즈 3개 대회 연속 결승 진출이라는 진기록을 세우며 내년 그랑프리 본선 티켓 3장을 모두 확보했다.

 

상대 황커펀은 만만찮았다. 2022 호치민 아시아청소년선수권 우승자이자 지난 우시 세계선수권 3위. 무엇보다 192cm가 넘는 이 체급에서 보기 드문 압도적인 장신이었다. 빠른 발차기와 기습적인 머리 공격이 주무기. 준결승에서 세계선수권 2회 우승자 배준서를 꺾고 올라온 중국의 신예 강자였다.

 

결승전은 오른발 앞발을 주무기로 삼는 두 선수의 수싸움이었다. 3회전까지 숨이 막히는 접전이 이어졌다.

 

1회전, 김종명이 오른발 앞발로 거리를 재며 날카롭게 탐색전을 펼쳤다. 득점 없이 공방만 주고받았다. 종료 8초를 남기고 김종명의 몸통이 터졌다. 곧바로 반대 발 몸통으로 연결, 순식간에 4-0. 그러나 남은 시간 회피 전략으로 감점 4개를 받으며 위기를 맞았으나 4-4 동점으로 가까스로 경기를 마쳤다. 간신히 기술 우선으로 1회전을 우세승으로 가져갔다.

 

2회전은 두 선수 모두 공격적으로 나섰다. 황커펀의 날카로운 오른발 머리 공격이 연속으로 들어가며 3점 실점. 김종명이 난타전으로 흐름을 바꾸려 했지만 좀처럼 만회되지 않았다. 종료 12초 전 왼발 머리 돌려차기마저 허용했다. 마지막 추격전에서 감점까지 받으며 0-4 완패. 라운드 스코어 1-1, 승부는 3회전으로 넘어갔다.

 

라운드 스코어 1-1로 승부는 3회전으로 넘어갔다. 두 선수 모두 오른발 앞발로 기회를 엿봤다. 같은 전략 속에서 유효타는 쉽게 나오지 않았다. 김종명이 잡는 행위로 감점을 받으며 균형이 깨졌다. 0-1로 끌려갔다. 점수가 나지 않은 채 시간만 흘렀다. 종료 13초 전, 상대 머리 공격이 터졌다. 0-4. 위기였다.

 

김종명이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뒤차기, 돌개차기. 점수를 뒤집을 위협적인 기술들이 쏟아졌다. 몸통 2점을 만회했다. 2-4. 더 거세게 몰아붙였다. 황커펀은 한계선 밖으로 나가 공격을 피했다. 감점 2점. 4-4 동점. 경기가 끝났다. 기술 우선 판정, 황커펀의 손이 올라갔다. 김종명의 발길이 한 발 늦었다.

 

이날 -58kg급은 한국 최강 라인업이 총출전한 체급이었다. 파리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박태준(경희대, 26), 세계선수권 2회 우승자 배준서(강화군청, 25), 세계청소년 챔피언 양희찬(한국가스공사, 20), 그리고 돌풍의 주역 김종명. 그러나 결승까지 오른 선수는 김종명 단 한 명이었다.

김종명(홍)이 준결승에서 박태준(청)과 일전을 벌이고 있다. 

김종명은 준결승에서 박태준을 꺾고 올라왔다. 1회전 몸통 공격을 연거푸 성공시키며 6-0 완승. 2회전은 박태준의 머리 공격 3점에 밀렸지만 몸통으로 4-3 역전에 성공했다. 6-3까지 벌렸다. 종료 3.85초 전 박태준이 6-5로 추격했고 김종명의 감점으로 6-6 동점이 됐다. 종료 1.64초 전 김종명의 몸통이 터지며 8-6. 박태준이 마지막 순간 1점을 성공시켰지만 8-7로 김종명이 가까스로 승리했다.

 

세계선수권 2회 우승자인 배준서 역시 올해 샬롯 준우승, 무주 우승으로 꾸준히 좋은 성적을 냈다. 이날도 준결승까지 날카로운 기술로 좋은 성적을 기대했으나 중국 황커펀에게 2-1로 아쉽게 역전패를 당했다.

 

황커펀과 3회전까지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다. 1회전은 상대의 연속 머리와 몸통 득점에 밀려 9-12로 내줬다. 2회전에서는 배준서 특유의 왼발 돌려차기가 폭발하며 12-5 완승으로 세트를 되돌렸다.

 

마지막 3회전은 초반 7점을 내주며 끌려갔으나 끈질긴 추격전을 통해 경기 종료 직전 상대의 연속 감점으로 11-11 동점까지 만들었으나 기술우선 판정에서 밀려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3위 결정전은 한국 선수끼리였다. LA올림픽을 향해 물러설 수 없는 박태준과 배준서의 대결. 그러나 배준서가 준결승 부상으로 기권했고 박태준이 자동 승리로 3위를 차지했다.

 

그랑프리 챌린지는 1위부터 3위까지 내년 파리 그랑프리 시리즈 본선 출전권이 주어진다. 단, 한 체급에 같은 국가 선수는 1명만. 김종명이 준우승으로 출전권을 가져갔고, 박태준은 3위지만 출전권을 얻지 못했다. 다만 박태준은 현재 세계랭킹 8위로 자력으로 본선 진출 가능성이 높다.

 

기대를 모았던 양희찬은 16강전에서 이날 다채로운 기술로 눈에 띈 경기력을 선보인 태국 시라윗 마하마드에게 0-2(9-17, 4-15)로 패해 메달권 진입에 실패했다.

 

김종명은 이번 준우승으로 올해 샬롯 우승, 무주 준우승, 방콕 준우승까지 챌린지 시리즈 3개 대회 모두 결승에 오르는 기록을 세웠다. 이로써 내년 로마, 무주, 파리 그랑프리 시리즈 본선 출전권을 모두 확보하며 올림픽 티켓 경쟁에서 가장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여자 +67kg급에서 송다빈(울산광역시체육회, 24)은 극적인 3위를 차지했다. 준결승에서 중국 쉬레이에게 0-2(0-2, 1-3)로 졌지만, 3위 결정전에서 그리스 아고리차 아르테미아 키치우를 2-0(8-5, 11-2)로 꺾었다.

 

1회전부터 송다빈의 왼발 앞발이 살아났다. 상대를 압박하며 기습 머리 공격으로 선취점. 몸통 득점을 추가했다. 공방 중 돌려차기를 허용했지만 후반 몸통 기술을 추가하며 승기를 잡았다. 마지막 몸통을 허용했지만 8-5로 가볍게 1회전을 가져갔다.

 

2회전은 상대 감점으로 선취점을 얻었다. 몸통 득점을 내줬지만 1분을 남기고 근접해 오는 상대를 왼발 앞발 돌려차기로 잡아냈다. 3점 추가. 곧바로 몸통 득점까지 성공시키며 7-2로 달렸다. 후반 왼발 머리 공격이 한 번 더 터지며 11-2 완승. 송다빈은 파리 그랑프리 시리즈 본선 티켓을 손에 쥐었다.

 

한편, 대회 3일차인 23일에는 남자 +80kg급 강상현(울산광역시체육회), 김우진(경희대), 박우혁(삼성에스원), 양준영(한국체대)과 여자 -67kg급 곽민주(한국체대), 이가은(울산스포츠과학고), 최보영(서울체고), 홍효림(용인대) 등 남녀 2체급 총 8명이 출전한다.

 

[무카스미디어 = 태국 방콕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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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진
태권도 경기인 출신의 태권도·무예 전문기자. 이집트 KOICA 국제협력요원으로 태권도 보급에 앞장 섰으며, 20여 년간 65개국 300개 도시 이상을 누비며 현장 중심의 심층 취재를 이어왔다. 다큐멘터리 기획·제작, 대회 중계방송 캐스터, 팟캐스트 진행 등 태권도 콘텐츠를 다각화해 온 전문가로, 현재 무카스미디어 운영과 콘텐츠 제작 및 홍보 마케팅을 하는 (주)무카스플레이온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국기원 선출직 이사(언론분야)와 대학 겸임교수로도 활동하며 태권도 산업과 문화 발전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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