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메이카의 첫 태권도 올림픽 메달, 우리가 만들어낼 겁니다”


  

<무카스 人사이드> 브랜든 실리·변태우 감독의 10년 동행… 의대생과 사범이 꿈꾸는 ‘태권도의 기적’

의대생 선수 브랜든 실리(Brandon Sealy) 와 그를 이끄는 한국계 지도자 변태우(Thomas Byun) 감독

자메이카의 태권도는 여전히 ‘무명의 섬’에 가깝다. 하지만 그 작은 섬나라에서 세계무대를 향해 조용히 땀을 흘리는 한 사제(師弟)가 있다.

 

의대생 선수 브랜든 실리(Brandon Sealy) 와 그를 이끄는 한국계 지도자 변태우(Thomas Byun) 감독이그 주인공.

 

이들의 목표는 단 하나! 자메이카 최초의 올림픽 태권도 메달리스트의 탄생이다.

 

자메이카는 '육상의 나라'이다. 태권도는 ‘변두리’. 자메이카는 인구 280만 명의 작은 섬나라. 우사인 볼트, 셸리 앤 프레이저-프라이스 등 세계적인 단거리 육상 스타들로 유명하지만, 육상 이외의 종목은 거의 존재감을 찾기 어렵다.

 

학교 대회조차 TV로 생중계될 정도로 육상은 ‘국가의 종교’에 가깝다. 그 속에서 태권도는 오랜 시간 변방에 머물렀다.

 

1977년 협회가 설립된 뒤 꾸준히 국제무대에 나섰지만, 아직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메달은 ‘0’. 올림픽 출전도 단 한 번, 2012 런던올림픽의 케네스 에드워즈가 유일했다.

 

뉴욕의 태권도장, 그리고 한 제자의 도전 변태우 감독은 미국 뉴욕에서 ‘태권V’라는 도장을 운영하며 뉴욕시태권도협회장을 맡고 있다.

 

어린 시절 한국인 아버지 변한구 사범을 따라 브라질로 이민을 갔다가, 다시 미국으로 건너왔다. 선수 출신은 아니지만, 태권도 교육과 지역 리더십을 통해 지도자의 길을 걸어왔다.

 

그의 제자 브랜든 실리는 다섯 살 때부터 도장에서 태권도를 배웠다. 꾸준한 훈련 끝에 미국 청소년 대표로도 선발된 실력자였고, 현재는 미국 내 의과대학에서 공부 중인 ‘의대생 국가대표’다.

 

어느 날 브랜든이 변 감독에게 말했다. “사범님, 전 자메이카 국기를 달고 세계무대에 서고 싶어요.” 브랜든의 부모는 자메이카 출신으로, 그는 이중 국적을 보유하고 있다.

 

변 감독은 “의대 공부와 병행하기 어렵지 않겠냐”고 물었고, 브랜든은 “힘들어도 반드시 해내겠다”고 답했다. 그 한마디가 지금의 자메이카 대표팀을 있게 했다.

 

단 한 명의 선수에서 시작된 국가대표팀 그때부터 변 감독은 제자와 함께 자메이카 대표팀을 만들기 시작했다. 선수는 단 한 명, 지원은 전무했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팬암지역 세미나와 국제 코치 워크숍을 직접 찾아다니며 세계 각국 지도자들에게 배우고, 빈틈없는 훈련 프로그램을 직접 설계했다.

 

“나는 선수 출신이 아니기에 더 배워야 했다. 팬암 대륙의 코치들을 찾아가 하루라도 같이 배우려 했고, 한국 지도자들로부터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렇게 10년이 흘렀다. 현재 자메이카 태권도 대표팀은 남녀 4명이다 그중 한 명이 브랜든이다.

 

의대생과 사범의 꿈, LA 2028 브랜든의 하루는 늘 빠듯하다. 오전엔 의과대학 수업, 오후엔 훈련의 반복이다.

 

그는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는 게 쉽지 않지만, 태권도는 제 인생의 또 다른 전공”이라고 말했다.

 

브랜든은 27일 중국 우시에서 열린 '2025 WT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남자 -80kg급에 출전했으나, 첫 경기에서 호주의 리암 스위니에게 패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웃었다.

 

“한 걸음씩 가고 있다. 올림픽 메달, 분명히 가능하다고 믿는다”

 

변 감독은 “브랜든은 다른 나라 선수들보다 훈련 여건이 훨씬 열악하다”며 “전자호구 장비 하나 구하기도 어려운 환경이지만, 그 의지 하나로 버티고 있다”고 했다.

설명

그는 이어 말했다.

“스포츠의 진짜 가치는 동등함에 있다. 잘사는 나라나 그렇지 않은 나라나, 경기장 안에서는 모두 똑같다. 그래서 우리는 꿈을 꾼다. 자메이카 최초의 태권도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되는 꿈을”

 

 “태권도는 희망을 만드는 운동이다” 현재 자메이카태권도협회는 세계태권도연맹(WT)의 ‘드림 프로그램(Dream Program)’을 통해 장비와 교육을 지원받고 있다.

 

변 감독은 “WT가 우리 같은 나라를 위해 기회를 만들어주고 있다”며 “그 지원 덕분에 브랜든도, 나도 포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브랜든 실리와 변태우 감독의 이야기는 단지 한 나라의 스포츠가 아닌, 태권도가 만들어내는 희망의 서사(敍事) 그 자체다.

 

그들이 꿈꾸는 ‘첫 올림픽 메달’은 자메이카를 넘어 태권도의 세계화를 상징하는 또 하나의 도전이 될 것이다.

 


[무카스미디어 = 중국 우시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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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진
태권도 경기인 출신의 태권도·무예 전문기자. 이집트 KOICA 국제협력요원으로 태권도 보급에 앞장 섰으며, 20여 년간 65개국 300개 도시 이상을 누비며 현장 중심의 심층 취재를 이어왔다. 다큐멘터리 기획·제작, 대회 중계방송 캐스터, 팟캐스트 진행 등 태권도 콘텐츠를 다각화해 온 전문가로, 현재 무카스미디어 운영과 콘텐츠 제작 및 홍보 마케팅을 하는 (주)무카스플레이온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국기원 선출직 이사(언론분야)와 대학 겸임교수로도 활동하며 태권도 산업과 문화 발전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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