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시범단의 ‘검은 보석’ 브라이언... 가면 속 진짜 주인공이 되다!
발행일자 : 2025-10-26 17:43:27
[한혜진 / press@mookas.com]

[무카스 인사이드] “가면을 벗자, 주인공이 등장했다”… WT시범단 ‘브라이언 칼라무’의 반전

“가면을 벗자, 진짜 주인공이 등장했다.”
지난 8월 무주 태권도원에서 열린 '그랑프리 챌린지 개막식'.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린 가운데 세계태권도연맹(WT) 시범단의 개막식 공연이 한창이었다.
넷플릭스 화제작 ‘오징어게임’을 모티브로 한 공연이 펼쳐졌다. 극적인 순간, 가면 속 보스가 정체를 드러낸다. 놀랍게도, 흑인 청년이었다.
그가 바로 오늘의 <무카스 人사이드>의 주인공 브라이언 칼라무(20).
그날, 이구동성 관객들이 가장 먼저 그의 정체를 궁금해 했다. 태권도는 물론 표현력까지 겸비한 단연 돋보였던 존재였기 때문이다.
이후에도 계속 화제를 불렀다. ‘2025 WT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가 열린 중국 우시. 개막식 무대에 선 WT시범단은 하얀 도복으로 맞춰 입은 22인의 단원과 함께 무대를 수놓았다.
그 사이 단연 눈길을 끈 단원. 바로 또 브라이언. 시범 중간중간 전개되는 케이팝 리듬 위에서 누구보다 자유롭게 몸을 날리고, 날카롭게 발차기를 꽂았다. 춤과 태권도가 절묘하게 맞물리는 순간마다 객석에서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브라이언 칼라무는 경희대학교 태권도학과에 재학 중인 콩고민주공화국 국적의 청년이다. 하지만 그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줄곧 한국에서 살아온 ‘마음만은 한국인’이다.
2005년, 경기도 안산에서 출생해 한국어로 자라난 그는 유창한 불어에 영어는 물론 한국어까지 3개 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글로벌 태권도 청년’이다.
좋아하는 음식도 부대찌개랑 갈비찜, 백숙 등 한식이 주를 이룬다. 귀국하면 가장 먼저 컵라면에 제육볶음을 먹고 싶다며 군침을 삼켰다.

태권도와 인연은 ‘우연’ 그 자체. 중학생 시절, 시장을 지나던 중 도장에서 흘러나온 기합 소리에 이끌려 발걸음을 멈췄다. 그날 이후 그는 태권도를 놓지 않았다. 품새도 겨루기도 아닌, 그는 처음부터 시범에 빠져들었다. 유튜브에서 본 환상적인 시범공연 영상이 결정적이었다.
“이게 내 길이다”라는 확신은 그를 경희대로 이끌었고, 마침내 WT시범단의 눈에 들었다.
그를 캐스팅한 이는 WT시범단 나일한 단장은 "“경희대 학부에 외국인 학생 중에 눈에 띄는 실력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직접 만나봤다. 첫인상부터 인상적이었다. 단숨에 느낌이 딱 왔다. 귀한 보물이 되겠구나”라며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WT시범단은 전 세계 무대에 오르는 만큼 이상적으로는 다양한 국가 출신 단원들로 구성되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국내 상시 훈련과 일정 운영상 대부분 한국인 단원들로 채워져 있다.
가끔 해외 공연 시 현지 시범단과의 협업(콜라보)을 통해 글로벌 이미지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국내에서 거주하거나 유학 중인 외국인 중 실력을 갖춘 인물을 꾸준히 발굴하고 있다.
현재 WT시범단에는 브라이언 외에도 중국인 마잉(경희대, 20), 콜롬비아 출신 바니엘라(가천대, 25) 등이 함께 활동 중이다.
모두 한국에서 수련과 학업을 병행하며 실력을 인정받아 발탁된 케이스다. 브라이언 역시 이 같은 시스템 속에서 주목받고, 결국 WT시범단의 중심으로 성장한 사례다.
브라이언은 객원단원으로 시범단에 합류했고, 무주 개막식 무대 이후 정식단원으로 위촉됐다.
나일한 단장은 “브라이언은 공연에서 봐서 알겠지만, 평상시 매우 유쾌하다. 에너지도 넘쳐난다. 중요한 시범 실력도 뛰어나고, 다른 단원들과 호흡도 아주 좋다. 게다가 노력형이다. 앞으로 더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실제로 브라이언은 무주 공연에서의 활약으로 관객들 사이에서 단연 화제가 되며, 단숨에 WT시범단의 ‘얼굴’ 중 하나로 떠올랐다. 이어진 이번 중국 우시 공연에서도 무대를 장악했고, 다음 달 예정된 아프리카 적도기니 공연에도 파견이 확정됐다.
브라이언은 "동료들과 함께하면 어디라도 갈수 있는 각오가 돼 있다. 아직 경험도 부족하고, 실력도 많이 부족하다. 부족함이 많은데도 동료들이 만들어놓은 판에서 돋보인 상황이다. 그래서 더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을 벗어난 것은 이번 중국 공연이 처음이었다. 비행기도 이번이 처음 탄 거라고. 그는 떨림 반 설렘 반으로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고 소개했다.
브라이언은 “태권도를 사랑하게 되면서 저 스스로도 한국 사람이라고 늘 느낀다.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니 당연한 감정이다. 다만, 국적이라는 벽은 아직 있다. 기회가 된다면 귀화를 하고 싶다. 조금씩 준비하고 있고, 부모님도 응원해주고 계신다”고 말했다.
그는 ‘태권도의 조나단’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방송인 조나단처럼, 한국에서 성장한 콩고 청년이라는 공통점 때문. 하지만 브라이언은 웃으며 말한다. “그 별명 좋다. 그런데 난 아직 이뤄낸 게 많지 않다. 진짜 조나단이 되려면 더 많은 걸 해야한다”고 말을 이어갔다.
그의 든든한 팬이자 응원군은 바로 4살 터울의 동생 제이든. 브라이언은 “겉으로는 아닌 척하면서도, 사람들 앞에서는 ‘우리 형 멋있다’고 자랑하는 동생이다. 제이든도 태권도 시범을 하고 있어서 저를 롤모델로 삼는다고 한다. 그래서 더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가족을 소중히 여긴다는 브라이언은 “앞으로 태권도가 내 인생이 전부가 될 각오로 여기까지 왔다. 아직 갈 길이 멀고 부족한 점도 많다. 부모님께서 늘 든든히 응원해주시고 계신다. 언젠가는 부모님을 WT 공연장에 꼭 직접 초대해서 당당한 아들의 무대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더 열심히 하겠다”고 소망을 전했다.
가면을 벗고 드러난 진짜 얼굴, 브라이언 칼라무. 태권도를 통해 진짜 ‘내 길’을 찾은 그의 이야기는 이제 막 시작됐다. 앞으로, 브라이언의 활약이 기대된다.
[무카스미디어 = 중국 우시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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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진 |
| 태권도 경기인 출신의 태권도·무예 전문기자. 이집트 KOICA 국제협력요원으로 태권도 보급에 앞장 섰으며, 20여 년간 65개국 300개 도시 이상을 누비며 현장 중심의 심층 취재를 이어왔다. 다큐멘터리 기획·제작, 대회 중계방송 캐스터, 팟캐스트 진행 등 태권도 콘텐츠를 다각화해 온 전문가로, 현재 무카스미디어 운영과 콘텐츠 제작 및 홍보 마케팅을 하는 (주)무카스플레이온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국기원 선출직 이사(언론분야)와 대학 겸임교수로도 활동하며 태권도 산업과 문화 발전에 힘쓰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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