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태권도 '대부' 박영길 대사범 별세… 향년 83세

  

7일 이탈리아 현지서 급성폐렴으로 별세, 마지막 순간까지 태권도 지도 열정!

생을 마감하는 그 순간까지 태권도복을 입고 지도자로서 소명을 다한 박영길 대사범. (사진 = 이태리태권도협회)

또 한 명의 태권도 개척자이자, 세계화된 태권도 중심의 산증인이 하늘의 별이 되었다.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 태권도 개척자이자 '대부'로 불리며 팔순이 넘어서까지 평생을 태권도복을 입고 태권도 보급에 헌신한 이탈리아태권도협회(FITA) 박영길 종신 명예회장이 12월 7일(현지시간) 오후 7시 20분, 로마의 한 병원에서 급성폐렴으로 별세했다. 향년 83세.

 

최근 이탈리아 북부 트리에스테에서 태권도 세미나를 하던 중 피로 누적으로 건강이 악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태권도 전도사로서 무한열정을 펼치던 고인은 생을 마감하는 그 순간까지 태권도 지도자로서 몸소 실천했다.  

 

그의 별세 소식에 이탈리아와 유럽을 비롯한 세계 태권도계는 깊은 슬픔에 빠졌다. 한 태권도 중진은 “그는 진정한 지도자이자 사범으로, 마지막 순간까지도 현지 태권도인들에게 존경과 사랑을 받으셨던 분”이라며 애도를 표했다.

 

박영길 대사범은 1967년, 스물여섯 살의 나이로 이탈리아에 건너가 태권도를 이탈리아 전역에 보급하며 60년 가까이 그 역할을 다했다. 그의 헌신 덕분에 태권도는 당시 일찍 자리잡은 가라테의 텃세 속에서도 태권도가 이태리 최고의 무예 스포츠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제3회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대표자 회의에 참석한 젊은 시절의 박영길 사범이 대표자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1973년 세계태권도연맹이 창설되고, 제1회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가 창설된 국기원, 88 서울올림픽 시범종목 개최, 이후 태권도가 정식종목이 되는 과정에 이태리는 물론 유럽 내 태권도가 뿌리를 내리는데 중심적인 활동을 왕성하게 펼쳤다.

 

최근에는 수년전부터 이태리 전역에 태권도 붐 조성을 위해 로마, 밀라노 대표도시를 비롯해 베네치아, 알베로벨로, 몬테 디 프로치다, 오로세이, 알게로 등 이탈리아 주요 도시를 WT태권도시범단과 함께 태권도의 우수성을 전파했다. 또한 이탈리아태권도시범단 발족을 주도해 세계적 수준으로 이끌며 국제대회에서 입상을 이끌었다.

 

그는 시칠리아에서 토리노까지 이탈리아 전역에 걸쳐 수백 개의 도장에 약 10만 명의 제자를 길러냈다. 그의 제자들 중 상당수는 세계적인 선수와 지도자로 성장했으며, 현재 이탈리아태권도협회를 이끄는 안젤로 치토 회장(세계태권도연맹 집행위원) 역시 그의 오랜 애제자이다.

 

박영길 사범 '삼형제'는 모두 이탈리아에서 태권도를 보급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큰 형은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故 박선재 회장(WTF 부총재 역임, 2016년 별세)이다. 동생 故 박춘우 사범은 박영길 사범보다 1년 빨리 도이해 태권도를 가르쳤다. 삼형제는 북부 밀라노와 중부 로마, 남부 나폴리를 각각 맡아 이탈리아 전 지역으로 태권도를 보급했다. 

고인은 최근까지도 이탈리아 전역을 정기적으로 순회하며 어린 유소년들에게까지 태권도의 정신, 철학, 그리고 기술을 직접 지도하며 지도자로서의 소명을 다했다.

박영길 대사범은 태권도를 단순한 무예가 아닌 인간의 정신을 함양하는 도구로 여겼다. 그는 "태권도는 삶의 예술이며, 인간을 더 인간답게 만드는 무예"라고 자주 강조하며, 제자들에게 기술보다 정신과 인격을 중시하도록 가르쳤다.

 

그는 태권도의 철학을 바탕으로 이탈리아 태권도에 뿌리를 내리게 했고, 이는 제자들과 학부모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특히 문제아로 불리던 청소년이 태권도를 통해 변화하고, 이후 성공적으로 성장한 사례는 그의 철학을 잘 보여준다.

 

지난 9월경 고인은 자신의 태권도 인생을 담은 자서전 <태권도, 사명이 끝날 때까지>를 출간(상아기획, 2024)됐다. 이 책은 그가 태권도를 통해 겪은 도전과 성취, 그리고 제자들과 함께 이룬 감동적인 순간들을 담고 있다.

 

박 대사범은 생전에 이 책을 통해 태권도의 철학과 가치를 후대에 전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으며, 이는 그가 남긴 가장 소중한 유산 중 하나로 평가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조정원 총재는 이 책의 추천사를 통해 "박영길 사범은 이탈리아 태권도의 '산 역사'이다. 무예 세계에서 얻은 지식과 경험을 살려  WT에 많은 기여를 했다. 이탈리아가 서울 올림픽 시범종목을 시작으로 2012 런던 올림픽과 2020 도쿄 올림픽 금메달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박 사범이 기반을 잘 다져 놓은 덕이다"라면서 "특히 2016년 WT시범단과 이탈리아태권도협회가 바티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 앞에서 역사적인 첫 태권도 시범을 선보이고, 2027년 교황께 명예단증을 수여할 수 있었던 것은 박영길 사범이 두 조직간 가교 역할을 충실하게 해 온 결과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내 10만명의 제자를 양성한 박영길 사범은 그의 제자 중 한 명인 이태리태권도협회 인젤로 치토 현 회장으로부터 2016년 이탈리아태권도협회 종신 명예회장으로 위촉됐다. 

박영길 대사범은 2016년, 제자인 안젤로 치토 회장이 이탈리아태권도협회의 신임 회장으로 취임하며 FITA 종신 명예회장으로 추대됐다. 이는 이탈리아 태권도 역사상 처음으로 명예회장직이 신설된 것으로,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이례적인 예우였다.

 

안젤로 치토 FITA 회장은 그의 별세 소식에 "박 대사범은 우리에게 태권도라는 소중한 선물을 남겼다. 그의 가르침과 열정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며, 하늘에서도 그의 사명은 계속될 것"이라고 애도했다.

 

박영길 대사범은 단순히 태권도 지도자를 넘어 이탈리아 한인 사회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는 오랜 기간 재이탈리아 한인회장(1990~2000)을 맡았으며, 1994년부터 2005년까지 한글학교 초대 교장(1994~2000)을 지내며 한인 사회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

 

태권도 보급과 발전 및 한인 사회 기여로 1990년 대한민국 외부부 장관 표창과 1994년 대한상공회의소 표창, 1997년 대한민국 구장부장관 표장, 2000년 김대중 대통령 표창, 2008년 대한민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 2016년 이탈리아 올림픽위원회 CONI 동장 등을 수상했다. 

 

박영길 대사범의 장례식은 12월 11일 오전 11시, 로마의 San Paolo dentro le mura 교회에서 열릴 예정이다. 그는 부인 박창성 여사와 1남 1녀, 이태(이탈리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위원) 씨와 이정 씨를 가족으로 남겼다.

 

세계태권도연맹(WT)은 일생을 태권도 개척과 보급에 앞장선 고인을 추모하기 위해 서울 본부에 9일부터 3일간 분향소를 설치한다고 밝혔다.

 

박영길 대사범은 이탈리아 태권도의 역사이자, 태권도 철학을 전 세계에 알린 진정한 사범이었다. 그의 헌신과 가르침은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탈리아태권도협회 회원들에게 환호를 받고 있는 박영길 사범의 생전 모습 (사진=이탈리아태권도협회)

 

[무카스미디어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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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진
태권도 경기인 출신의 태권도·무예 전문기자. 이집트 KOICA 국제협력요원으로 태권도 보급에 앞장 섰으며, 20여 년간 65개국 300개 도시 이상을 누비며 현장 중심의 심층 취재를 이어왔다. 다큐멘터리 기획·제작, 대회 중계방송 캐스터, 팟캐스트 진행 등 태권도 콘텐츠를 다각화해 온 전문가로, 현재 무카스미디어 운영과 콘텐츠 제작 및 홍보 마케팅을 하는 (주)무카스플레이온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국기원 선출직 이사(언론분야)와 대학 겸임교수로도 활동하며 태권도 산업과 문화 발전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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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영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24-12-11 19:18:23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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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사범

    박영길 대사범님 수고하셨습니다. 대사범님의 태권도개척의 정신은 영원할것입니다. 편히쉬십시요-

    2024-12-10 09:30:2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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