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 AG] 박혜진 거침없는 하이킥… 무명 떨치고 아시아 최정상 등극!

  

결승서 182cm 장신 위협적이 머리 공격 피하며, 기술과 집중력으로 금메달

간절했던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확정된 순간 포효하는 박혜진 [사진=연합뉴스 캡처]

마침내 정상에 올랐다. 소문난 훈련벌레로 이미 국내선 실력이 입증된 여자 경량급 기대주 박혜진.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태권도 첫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수차례 국가대표로 선발돼 국제대회에 출전했으나 번번이 예선 탈락했다.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번에 징크스를 끝내고, 무명에서 반짝이는 신성으로 거듭났다.

 

박혜진(고양시청, 24)은 26일 중국 항저우 린안스포츠문화전시센터에서 열린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 태권도 겨루기 종목 둘째 날 여자 -53kg급 결승에서 대만의 장신 린뤠이준을 상대로 3회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라운드 점수 2대1(7-6, 7-9, 12-9)로 꺾고 아시아 최정상에 올랐다.

 

힘겨운 싸움이었다. 자신보다 월등하게 키가 크고, 주특기가 날카로운 머리 공격을 가진 상대였다. 유리한 경기를 위해 근접전을 택했다. 머리 공격을 내준 박혜진은 1회전 종료 직전까지 3대6으로 불리한 상황에 내몰렸다. 종료 직전 회심의 돌개차기가 그대로 상대 몸통에 적중되면서 7대6 극적인 1승을 먼저 따냈다.

 

기세가 오른 박혜진은 2회전 보다 활기찼다. 초반 두 차례 연속 몸통 공격과 주먹까지 성공하며 5대0으로 여유 있게 앞서 나갔다. 그대로 끝나면 금메달이 될 것 같은 분위기였다. 그러나 8초를 남기고 상대의 뒤차기 몸통 공격을 허용하며 7대9로 역전패 당했다.

 

라운드 점수 1대1. 승부는 원점. 마지막 3회전에 승부가 결정된다. 박혜진은 경기 초반 상대의 주특기인 머리 공격을 허용하면서 후반까지 내내 끌려갔다. 포기란 없다. 후반 부지런한 움직임으로 상대의 허점을 끌어내 몸통 점수로 한 점차로 역전에 성공했다. 여전히 위협적인 상대 공격을 잘 피했다. 결정적으로 15초를 남기고 오른발 내려차기로 상대 안면을 적중시키며 승부의 쐐기를 박았다. 종료 직전까지 박빙의 승부를 계속 이어간 끝에 12대9로 금메달을 결정 지었다.

 

누구보다 간절했던 금메달을 딴 박혜진은 포효했다. 곧바로 세컨을 본 황경선 코치에게 달려가 함께 기쁨을 나눴다. 다시 경기장에 올라선 박혜진은 상대 선수를 격려한 후 응원해준 선수단을 향해 큰 절을 올렸다. 

 

깜짝 금메달이었다. 세계선수권 우승보다 어렵다는 국가대표에 수차례 선발된 박혜진은 국제대회 입상과 인연이 닿지 않았다. 2019 맨체스터 세계선수권, 2022 과달라하라 세계선수권 2회 연속 출전했지만, 16강, 8강에서 각각 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경기 종료 직전까지 집중력을 끌어 올려 위기의 순간을 이겨냈다.

 

박혜진의 천금 같은 금메달 획득은 최근 부진의 늪에 빠진 한국 여자 태권도계에 가뭄의 단비 보다 귀한 선물이다. 올해 바쿠 세계선수권에서 한국 여자는 역대 전적과 비교할 수 없는 ‘노메달’에 그친 충격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그래서 이번 아시안게임에 여자부에 거는 기대가 많지 않았던게 사실이다.

박혜진이 국제 메이저 대회에 처음으로 시상대 맨 정상에 올라섰다. 

모두가 기대했지만,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값진 금메달을 박혜진이 불굴의 의지로 해냈다. 뒤늦게 국제대회 최정상을 밟은 박혜진은 자신감을 쌓아 앞으로 있을 국제대회에서 한 단계 성장한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가 된다.

 

박혜진은 대회가 끝난 후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항상 국제대회 나가면 성적을 못 내서 ‘박혜진은 국제대회 나가면 안 된다’라는 말을 들어서 그런 부분이 조금 속상했다. 이제 그런 말 안 들어도 된다는 점이 기쁘다”라면서 “성적을 낸 선수보다는 항상 꾸준하고 성실하게 임했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아시아선수권 출전을 위한 국가대표에 선발되고, 올림픽도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광주 국제고, 조선대를 거쳐 현재 고양시청 소속인 박혜진은 “성실한 선수”, “훈련벌레”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누가 시키지도 않아도 알아서 하는 선수라는 것. 훈련량이 지나칠 정도로 많아 지도자가 훈련을 못하게 할 정도였다는 후문. 그런 눈치 때문에 조선대 시절엔 등산 간다는 핑계로 산악훈련을 했을 일화가 있다.

여자 -57kg급 동메달을 딴 김유진(울산광역시체육회)이 시상대에서 함께 입상한 선수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편, 이날 여자 경량급의 유력한 우승후보로 나선 -57kg급 김유진(울산광역시체육회)은 준결승에서 중국의 뤼쭝스에 라운드 점수 0-2로 패해 동메달을 획득했다. 남자 63kg급 이기범(한국가스공사)는 8강에서 이란의 후세인푸르 알리레자에 져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한국 태권도는 첫날 강완진(홍천군청)과 차예은(경희대)의 품새 동반 금메달 2개와 둘째 날 겨루기 장준(한국가스공사)의 금메달과 혼성단체전(박우혁, 서건우, 김잔디, 이다빈) 은메달, 셋째 날 박혜진의 금메달과 김유진의 동메달로 연일 금맥 레이스가 이어지고 있다.

 

27일에는 남자 -68㎏급 진호준(수원시청)과 남자 -80㎏급 박우혁(삼성에스원), 여자 -67㎏급 김잔디(삼성에스원)가 출전한다. 

 

[무카스미디어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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