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 무에타이 세계선수권 한국 선수단 “졌잘싸”!! 못내 아쉬운 패배

  

대한민국 무에타이 국가대표 선수단의 세계무에타이 도전이 막을 내렸다

대한무에타이협회 국가대표 선수단이 '2023 IFMA 시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했다.

'졌잘싸!!' 졌지만 잘 싸웠다는 신조어다. 무에타이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한 우리나라 선수단의 이야기다. 

 

지난 5일(현지시간)부터 쉴 틈 없이 달려온 대한무에타이협회(회장 김주현, KMTA) 국가대표 선수단(단장 김광열)의 세계 무대 도전이 4일간의 여정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10일(현지시간) 남자 엘리트 +91kg급 4강 준결승전에서 터키의 우뭇 에리일마즈와 대결할 예정이었던 이호재(무에타이던전)가 지난 경기에서의 부상으로 아쉽게 기권하게 되면서 대한민국 무에타이 국가대표 선수단의 '2023 IFMA 시니어 세계선수권대회(이하 세계선수권)' 도전의 대단원이 막을 내렸다.

 

돌이켜보면 아쉬움의 연속이었다. 아직 세계무대의 높은 벽을 절감하며 패배를 달게 경험한 선수들도 있었지만 정말 ‘운’이라고 밖에 설명하기 어려운 한 끗 차이로 고배를 마신 선수들도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가대표 선수들과 그들을 한국과 태국에서 응원했던 많은 팬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한 그 순간들을 다뤄보고자 한다.

 

우선 첫 번째 경기는 지난 7일(현지시간) 일요일에 펼쳐졌던 남자 U23 -67kg급 김인재(부산태한)의 16강전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압도적이었다. 김인재는 러시아무에타이연맹의 세르게이 솔로베프와의 대결에서 경기 시작부터 상대를 압도하는 기량을 보였다.

김인재가 상대방에게 빠른 헤드킥으로 1라운드 초반 견제를 던지고 있다. [출처= 국제아마추어무에타이연맹(IFMA)]

상대방의 머리를 가볍게 치고 빠지는 헤드킥과 앞차기를 경기 초반 견제용으로 사용할 만큼 빠르고 정확했다. 특히 딥(앞차기)과 원투 펀치의 콤비네이션을 앞세운 김인재의 타격 전략이 보기 좋게 우위를 선점했다.

 

빰 클린치 또한 크게 밀리지 않았다. 이번 세계선수권에 출전한 많은 한국 선수들의 주요한 패배 원인 가운데 하나였던 빰 클린치에서의 열세를 김인재는 크게 고전하는 기색 없이 상대와 대등한 공방을 펼쳤다.

김인재의 빰 클린치는 상대에게 전혀 밀리지 않았다. [출처= 국제아마추어무에타이연맹(IFMA)]

1라운드가 중반을 흘러갈수록 링 중앙에 대한 김인재의 독점률은 높아만 졌고, 상대방의 펀치 타이밍에 맞춰 꽂아 넣는 미들킥 카운터 또한 강력한 한방이었다. 미들킥에 이어서 거리를 잡은 김인재의 원투 펀치는 정확히 상대방의 안면에 적중했다.

김인재는 상대방의 펀치 공격 타이밍에 맞춰 로우킥과 미들킥으로 응수했고 곧바로 펀치로 이어지는 콤비네이션을 사용했다. [출처= 국제아마추어무에타이연맹(IFMA)]

경기 종료 후 알게 된 사실은 이날 김인재의 16강전 상대였던 러시아무에타이연맹의 세르게이 솔로베프는 김인재의 펀치에 이미 코뼈가 부러졌었다고 한다.

김인재는 1라운드 내내 높은 펀치 적중률을 보여줬다. [출처= 국제아마추어무에타이연맹(IFMA)]

그러나 확실한 우위를 점했던 김인재에게 한 가지 간과한 부분이 있었다. 바로 빰 클린치 상황에서 팔꿈치 공격이었다. 펀치도 킥도 심지어 빰 클린치 기술도 좋았다. 하지만 무에타이의 대표기술 가운데 하나인 팔꿈치 공격을 피하지 못했다.

상대방에게 팔꿈치 공격을 허용한 김인재. [출처= 국제아마추어무에타이연맹(IFMA)]

1라운드 중반 상대방의 오른 팔꿉 공격을 허용한 김인재의 오른쪽 눈두덩이는 이미 살점이 떨어지고 피가 맺히기 시작했다. 결국 수십 초 후 김인재의 눈썹 출혈을 확인한 심판은 닥터체크를 진행했고 더 이상 경기를 진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링닥터는 닥터스톱으로 경기를 중단했다.

 

오히려 프로 무에타이 경기처럼 팔꿈치 보호대가 없었다면 이번 김인재의 부상보다 상처가 얕았을지도 모른다. 국제아마추어무에타이연맹(회장 삭차이 탑수완, IFMA)의 경기용 팔꿈치 보호대 재질이 선수의 눈썹 부위 상처를 더욱 크게 만들었다는 사실에 국내 관계자뿐만 아니라 해외의 관계자들 모두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발생한 여러 출혈 상황을 토대로 인정하기도 했다.

경기 종료 후 의료진에게 응급처치를 받고 병원 이송을 대기하고 있는 김인재.

결국 김인재의 출혈이 더 빨리 확인된 탓에 이번 경기는 김인재의 패배로 기록되었으나 상대였던 솔로베프 또한 코뼈가 부러진 탓에 8강에는 진출하지 못하고 기권하게 됐다. 김인재와 솔로베프 두 선수는 이날 경기 후 함께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두 번째 경기는 지난 8일(현지시간) 월요일에 진행됐던 남자 엘리트 -75kg급 이경한(광주최고)의 8강전이다.

이경한이 남자 엘리트 -75kg급 8강전에 출전해 와이크루 의식을 치루고 있다. [출처= 국제아마추어무에타이연맹(IFMA)]

전날 16강전에서 한국 선수단에게 사실상 첫 번째 승리의 기쁨을 안겨준 이경한은 호기롭게 8강전 링에 올랐다. 우즈베키스탄의 나임존 투크타보에프와 대결한 이경한의 8강전 또한 순조로워 보였다.

 

지난 16강전에서의 승리가 자신감을 줘서였을까? 이경한의 강점이었던 강력한 펀치와 화려한 백스핀 엘보우 공격이 1라운드부터 쏟아져나왔고 상대방의 고개가 뒤로 크게 젖혀질 만큼 정확한 이경한의 오른손 펀치가 적중하기도 했다.

이경한이 백스핀 엘보우 공격을 상대방에게 적중시켰다. [출처= 국제아마추어무에타이연맹(IFMA)]

그렇게 1라운드가 종료되고 한국 선수단 관계자들을 비롯한 해외 관계자들 또한 이경한의 무난한 10:9 판정 우위를 예상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10:9로 상대방이었던 투크타보에프의 1라운드 승리로 채점되었다.

이경한의 오른손 펀치가 적중하자 상대방의 고개가 뒤로 크게 젖혀졌다. [출처= 국제아마추어무에타이연맹(IFMA)]

한국 관계자들과 일부 해외 관계자들도 의문을 가졌지만 확실한 것은 채점이 뒤바뀐 것은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그렇게 의문의 1라운드 채점 결과를 뒤로 하고 2라운드가 시작됐다. 2라운드에서 이경한은 지난 라운드보다 더욱 매섭게 상대방을 몰아쳤다.

이경한의 오른손 펀치로 확실하게 다리가 풀린 우즈벡의 투크타보에프. [출처= 국제아마추어무에타이연맹(IFMA)]

링 중앙을 확실하게 점유한 채로 상대방을 로프로 몰아넣어 오른손 펀치를 정확하게 상대방 턱에 꽂아 넣었다. 실제 경기 중계 영상에서도 확인되듯이 이 순간 상대방은 펀치 데미지로 다리가 풀렸다. 곧바로 이경한은 플라잉 니킥으로 상대방의 머리를 가격했고 투크타보에프의 다운이 확실했다.

다리가 풀린 우즈벡의 투크타보에프에게 이경한은 연이어 플라잉 니킥으로 공격했다. [출처= 국제아마추어무에타이연맹(IFMA)]

하지만 이경한을 애써 붙잡고 늘어지는 투크타보에프를 떼어놓기만 할 뿐 심판은 다운 카운트를 시작하지 않고 다시 경기를 속행했다. 그럼에도 이경한은 계속해서 펀치를 쏟아냈고 결국 2라운드 1분 24초만에 첫 번째 다운을 얻어냈다. 누가 보아도 2라운드는 이경한의 라운드였다. 그렇게 2라운드 종료되고 3라운드가 시작되기 직전에 판정 채점 결과가 공개됐다.

이경한은 힘겹게 상대로부터 첫 번째 다운 카운트를 얻어냈다. [출처= 국제아마추어무에타이연맹(IFMA)]

또다시 10:9로 상대방이었던 투크타보에프의 2라운드 승리로 채점되었다. 이경한이 지난 1, 2라운드에서 보여줬던 기량과 경기내용, 심지어 쇼맨십까지 생각한다면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판정이었다. 두 개 라운드 모두 채점 부심 3명 가운데 1명만이 이경한을 선택했고, 나머지 2명은 계속해서 우즈벡 투크타보에프의 손을 들어줬다.

2라운드가 종료되고 양 선수는 서로의 승리를 어필했다. [출처= 국제아마추어무에타이연맹(IFMA)]

결국 흥이 식어버린 3라운드가 무난하게 종료되었고, 역시나 앞선 라운드들과 마찬가지로 3라운드 또한 10:9로 투크타보에프의 승리로 채점되었다. 이렇게 호기로웠던 이경한의 세계선수권 도전기는 8강전을 끝으로 마침표를 찍게 되었다.

결국 라운드별 3:0 판정으로 이경한은 남자 엘리트 -75kg급 8강전에서 고배를 마셨다. [출처= 국제아마추어무에타이연맹(IFMA)]

마지막 세 번째 경기는 10일(현지시간) 수요일에 진행될 예정이었던 남자 엘리트 +91kg급 이호재(무에타이던전)의 4강 준결승전이다.

 

이번 경기는 결국 치러지지 못했다. 지난 8일(현지시간) 월요일에 이호재가 치렀던 8강전에서 서로 다운을 주고받으며 슈퍼헤비급의 슈퍼 육박전을 펼친 탓에 왼쪽 눈에 부상을 입었다.

 

결국 4강 준결승을 속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노재길 국가대표 선수단 감독은 이호재 본인과의 상의 끝에 기권을 결정하게 됐다.

 

지난 8강전을 직접 관람하지 않은 IFMA 관계자들 또한 이호재의 경기 소식을 알고 있었을 만큼 그의 지난 경기는 이번 세계선수권 현장을 뜨겁게 달궜다. 그런 만큼 기권을 이번 세계선수권 도전기를 마칠 수밖에 없다는 상황이 못내 아쉽기만 한다.

 

이로써 슈가펀딩, 와플포커, 엑스네지(xnazzy)의 후원으로 파견된 대한민국 무에타이 국가대표 선수단의 2023년 세계선수권 도전기는 그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그러나 본 세계선수권은 오는 13일(현지시간)까지 공식 행사 일정이 계속되며 무에타이 경기뿐만 아니라 각종 관련 행사들이 남아있다.

 

비록 대한민국 선수단의 도전은 마무리되었지만 무카스 미디어는 태국 방콕 현지에서 '2023 IFMA 시니어 세계선수권대회'의 소식을 폐막식 당일까지 계속해서 전달할 예정이다.


[무카스미디어 = 태국 방콕 - 권석무 기자 ㅣ sukmoo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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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석무 기자
무카스미디어 MMA, 주짓수, 무예 분야 전문기자.
브라질리언 주짓수, MMA, 극진공수도, 킥복싱, 레슬링 등 다양한 무예 수련.
사람 몸을 공부하기 위해 물리치료학을 전공. 
무예 고문헌 수집 및 번역 복간본 작가로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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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아이

    이제 시작입니다. 정부지원없이 협회 힘으로만으로도 훌륭했어요.

    2023-05-10 13:23:04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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