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예판 보이니치 문서 '영류지목록' 17세기 해독문 담은 '이칭일본전'
발행일자 : 2022-12-13 16:10:06
수정일자 : 2022-12-13 16:10:22
[권석무 기자 / sukmooi@naver.com]
현대 무예 학자들 사이의 난제, '영류지목록'의 해독에 관한 17세기 사료 '이칭일본전'
'보이니치 문서'는 처음 발견된 이후로 약 110년간 전 세계 어학자들이 현재까지도 완벽하게 해독하지 못한 불가사의 문서다.
무예계에도 보이니치 문서와 같이 오랫동안 완벽한 해독과 해석을 이루지 못한 문서가 있다. 바로 '영류지목록(影流之目錄)'이다.
영류지목록은 명나라의 장수 척계광(戚繼光, 1528-1588)이 왜구와 싸워 대승을 거둔 1561년에 왜구의 주둔지에서 구한 전리품이었다.
'영류'(影流)는 일본어로 '카게류'(かげりゅう)로 읽는다. 이는 당시 일본의 검술 유파 가운데 하나다. 척계광이 소탕한 왜구의 진중에서 카게류의 목록을 구했다는 것은 당시 왜구가 카게류를 수련했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비록 보이니치 문서처럼 현대에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완전히 상실된 문자 체계로 쓰지는 않았지만 영류지목록의 지독하리만큼 축약된 초서체 때문에 현대 무예학자들과 한문학자들은 한국과 중국, 일본할 것 없이 해독과 해석에 어려움을 겪었다.
영류지목록은 중국과 일본뿐만 아니라 우리 전통무예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친 문서다. 오늘날 ▲일본 검도와 무도 역사 연구 ▲중국 척계광의 <기효신서(紀效新書)>와 모원의의 <무비지(武備志)>에 수록된 '신유도법'(辛酉刀法) 연구 ▲조선에 도입된 <기효신서(紀效新書)> 이후로 편찬된 <무예제보(武藝諸譜)>부터 <무예도보통지(武藝圖譜通志)>까지의 모두 직간접적 영향을 끼쳤다.
이러한 영향력의 중요도를 생각하자면 영류지목록의 정확한 해독과 해석은 한·중·일 삼국 무예·무술·무도 학술 연구에 매우 중요한 과제다.
영류지목록 해독과 해석 시도가 이제까지 전혀 없던 것은 아니지만 학계 모두가 국제적 차원에서 현 단계에 납득할 만한 연구 결과는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본 기자 또한 영류지목록의 판독과 관련한 내용을 일본의 어느 연구가가 개인 홈페이지에 남긴 글에서 확인한 적이 있었으나 그 자체로는 학술적 근거자료로 내세울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던 가운데 최근 한 고문헌을 알게 되었다.
猿飛
此手ハテキニスキレハ意分太刀タリ
虎飛青岸陰見
又敵ノ太刀ヲ取候ハンカヽリ何造作モナウ先直偏カラス彼以大事子切ヲ意婦偏幾ナリイカヽニモ法ニニキリテ有偏シ
猿回
此手モ敵多チイタス時ワカ太刀ヲテキノ太刀ア者ス時取偏ナリ初段ノコトク心得ヘシ
第三山陰
<이칭일본전(異稱日本傳)> 中
<이칭일본전(異稱日本傳)>은 1688년(겐로쿠 원년)에 마츠시타 겐린(松下見林, 1637-1704)이 집필한 역사 연구서다. 상·중·하 권으로 나눠진 이 연구서는 당시 일본의 가장 주요한 인접 국가였던 조선과 중국의 역사를 다루는 내용이었다.
이 가운데 마츠시타 겐린은 중국 명나라의 역사를 다루는 중권에서 모원의(1594-1644)가 1621년에 완성한 <무비지(武備志)>에 수록된 영류지목록과 신유도법을 다뤘다.
그런데 이 책은 여타 한·중·일 삼국의 △<기효신서> △<무비지> △<무예제보> △<무예제보번역속집> △<무예도보통지> 등의 전근대 무예서들과는 다른 점이 한 가지 있었다.
<이칭일본전> 중권에 수록된 영류지목록과 신유도법의 글과 그림 바로 다음에는 현대 학자들이 초서체의 해독을 놓고 오랫동안 골머리를 앓았던 영류지목록의 해독문이 쓰여져 있다.
물론 마츠시타 겐린이 <이칭일본전>에 남긴 영류지목록 해독문의 내용이 실제 영류지목록 원본 초서체에 대한 완전히 올바른 판독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척계광이 왜구의 주둔지에서 영류지목록을 구한 시기와 마츠시타 겐린이 책을 집필한 시기는 이미 당시에도 약 120년의 시간 차 있다는 사실도 간과하지 못한다.
더욱이 <이칭일본전>의 해독문은 이름 그대로 영류지목록 초서체의 글자 판독만 이루어졌을 뿐이다. 본격적인 내용 확인과 교차 검증을 위해서는 판독문을 바탕으로 현대어 해석이 뒤따라야 한다.
오늘날 유파의 계승이 단절된 '카게류'(影流)의 검술을 다루고 있는 내용인데다가 전체 문서의 극히 일부분을 수록한 척계광의 영류지목록만으로는 문서의 전체 내용을 해석하고 이해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이칭일본전>은 17세기 후반에 편찬된 고문헌이라는 사실만으로 무예사 연구에 큰 가치를 지닌다. 향후 영류지목록에 관한 연구에 있어서 <이칭일본전>의 해독문이 그 자체로 중요한 단서이자 근거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무카스미디어 = 권석무 기자 ㅣ sukmoo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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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카스미디어 MMA, 주짓수, 무예 분야 전문기자. 브라질리언 주짓수, MMA, 극진공수도, 킥복싱, 레슬링 등 다양한 무예 수련. 사람 몸을 공부하기 위해 물리치료학을 전공. 무예 고문헌 수집 및 번역 복간본 작가로 활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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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13 05:31:11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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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30 18:51:21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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