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태권도 명예단증 남발… 그리고 꼭 ‘단(段)’이 필요하나?

  

[한혜진의 태권도산책]

명예단증 교부 기준, 심의 절차 확립 필요! 단수 없애고 ‘명예단증’으로

국기원 故 김운용 초대 원장이 태권도가 외국에 많이 알려지지 않던 시절인 1976년 5월 27일 당시 '21세기 최고의 복서'로 세계적인 스타였던 무하마드 알리가 국기원을 방문해 명예 단증을 수여하며 태권도에 각별한 관심과 홍보를 부탁했다. 

태권도에 지대한 공헌과 관심이 필요한 이들에게 특별한 선물이 하나 있다. 바로 ‘명예 단증’이다.

 

대체적으로 각국 정상, 장관급 관료, 국내외 스포츠계 유력한 인사, 국내 지자체장, 정치인 등에게 교부한다. 태권도를 각별하게 잘 챙겨달라는 의미로 ‘명예 유단자’로 인정해주는 것이다.

 

명예단증도 실제 수련자와 동일하게 1단부터 9단까지 있다. 극히 일부에 대해서는 명예 10단까지 있다. 사람도 있고, 캐릭터도 있다. 누가 보더라도 받을만하다고 여겨지는 사람도 있지만, 왜 저 사람이 명예단증을 받았느냐고 의구심이 생기는 대상도 적지 않다.

 

반기문 UN 사무총장을 비롯해, 자크로게 전 IOC위원장, 사마란치 전 IOC위원장,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전현직 IOC위원장이 명예 10단을 받았다. 오늘날 태권도를 세계화를 이끈 김운용 전 국기원장 겸 WT 총재(IOC 수석부위원장) 역시도 명예 10단이다. 프렌치스코 교황도 명예 10단을 2017년 받았다.

 

2009년 방한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명예 9단을 받았다. 인도네시아, 네팔, 온두라스,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기스탄 대통령은 자국 내 태권도 보급에 공헌으로 명예 9단이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퇴임 후 명예 9단을 받았다. 사람이 아닌 애니메이션 캐릭터 주인공인 ‘태권브이’도 명예 4단이다.

 

명예단증을 받은 이들은 매우 만족해한다. 명예지만 태권도 유단자임을 강조하며, 앞으로 태권도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공언한다. 명예단증 수여를 통해 간혹 중요한 위치에 있는 저명인사 또는 정치인이 태권도를 잘 모르는데 인식 개선과 관심을 끌게 하는데 매우 효과적이다.

 

그러나 부작용도 않다. 대체로 ‘힘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 권력과 영향력을 가질 때 수여하는 게 대부분인데, 이들이 퇴임 후 불미스러운 사건 또는 불명예스러울 때 태권도 명예단증의 가치도 함께 떨어지는 경우다.

 

오현득 전 원장은 재직시절 업무방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현직 원장 신분으로 구속 수감되어 태권도 명예를 크게 실추시켰다. 소수 이사가 참가한 가운데 원장에 취임해 논란이 된 그는 5단 콤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해 명예 9단을 셀프로 수여 받았다. 그러나 여전히 명예9단은 유효하다.

국기원 원장 재직 시절 업무방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현직 원장 신분으로 구속된 오현득 전 원장이 자신을 이사와 원장 선임에 영향력을 행사했던 홍문종 전 이사장에게 퇴임 후 재단 이사장으로 있는 경민대학을 찾아가 국기원 명예 10단증을 전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 '홍문종 하루' 개인블로그]

그뿐만 아니라 현역 국회의원 신분으로 당시 여당 실세였던 홍문종 이사장은 퇴임 후 자신이 추천해 이사와 원장에 오르게 한 오현득 전 원장으로부터 명예 10단을 받았다. 태권도 세계화와 올림픽 정식종목 채택 등 공로를 한 김운용 총재, 세계 스포츠 대통령인 IOC위원장과 동급에 준하는 단을 준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한참 지나서야 전해졌다.

 

명예단증이라 할지라도 교부시 반드시 엄격한 절차와 과정이 필요하다. 단증 수여 기준이 명확해야 하고, 연간 발행 매수도 제한하여 희소성 있는 권위를 향상해야 하며, 교부 대상자에 대한 심의위원회 심의 과정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수여 후 문제가 된 인사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취소’해야 한다.

 

단적인 예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국기원과 세계태권도연맹으로부터 각각 명예 9단증을 받았다. 세계태권도연맹은 즉각 단증을 철회했고, 뒤이어 국기원도 단증을 철회했다.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어 어느 때보다 신속한 결단이다.

 

이미 국기원 규정에는 명예단증 교부의 기준과 절차가 있다. 그러나 절차를 잘 지키고 있는지, 공정한지는 의문이다. 더불어 규정 32조 6호 ‘명예단증 교부받은 자의 공적이 거짓으로 밝혀지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경우’에는 취소할 수 있다는 것에 따라 ‘사후관리’가 필요하다.

 

따라서 그동안 명예단증 수여자에 대한 전수 조사를 통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대상자에 대해서는 명예단증을 취소해야 한다. 복수로 교부된 명예단증도 정리해야 한다. 지나치게 단 수를 높게 평가한 이들도 조정돼야 한다. ‘명예’라고 어물쩍 넘어가서는 안 된다.

 

태권도의 위상과 국기원 단증 권위를 높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한번쯤 해야 할 일이고, 이후로는 상시 모니터링 하여 즉각적인 조치를 해야 한다.

 

관련하여 명예단증 남발도 막아야 한다. 대부분 태권도를 평생 수련하지도 않은 지도층 인사들이 ‘기득권 찬스’ 또는 ‘청탁형’ 등으로 단증을 받는 경우가 다반사다. 힘없는 민주 시민에게 수여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국기원 명예단증 및 추서단증 교부 관련 규정

명예단증 발급은 태권도심사규정과 명예단증 교부 규정에 따라 국기원장, 심사수임단체장이 추천할 수 있고, 관련 서류를 제출받아야 한다. 교부 취소는 ‘심사공정위원회’ 심의, 의결을 거쳐 국기원장 승인으로 확정되는데, 교부 역시도 ‘심사공정위’ 또는 신설 ‘명예단증교부심의위원회’와 같은 심의, 의결 과정이 필요하다.

 

단증은 수련과 심사를 통해 합격자에 대해 발급된다. 명예단증 역시도 공적 조사와 명예단증 심의를 통해 적법한 절차로 수여해야 한다. 이런 과정 없이 국기원과 세계태권도연맹 등 태권도 단체 수뇌부가 입맛대로 또는 즉흥적으로 수여해서는 안 될 일이다.

 

또 하나 고민해야할 것은 꼭 명예단증에도 꼭 ‘단(段) 수’를 지정해야 하는 것이다. 나름 국기원에서는 단별 교부 기준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 기준은 매우 모호하다. 특히 6단부터 고단자로 칭하는데, 명예단증 역시도 6단 이상은 권위를 상징해야 한다. 다수가 정치인과 기득권층이 고단자 명예단증을 받는다.

 

이런 모습은 보고, 평생을 수련하며 어렵게 고단자에 오른 태권도인은 어떻게 생각할까. 상대적 박탈감에 빠진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래서 명예단증에 꼭 단을 지정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명예 단은 마치 권력과 사회적 지위를 서열화하는 느낌을 받아 오히려 부작용도 분명히 있다. 

 

단수 없이 해당 거주지에 살지 않지만, 그 지역에 공헌 또는 우호 관계를 맺기 위해 ‘명예시민’으로 인정하듯, 태권도를 수련하지 않았지만 태권도에 지대한 공헌, 공헌을 해줄 것을 당부하는 의미로 단수 없이 ‘명예단증’ 하면 안 될까. 오히려 교부 대상자가 주위 다른 명예단증 교부자와 단수를 비교하지 않고, 명예 태권도인 또는 명예 유단자로서 자부심을 품게 해주면 안 될까 싶다.

 

태권도는 이제 전세계 212개국이 회원국을 보유한 명실상부한 세계가 인정한 무도 스포츠이다. 태권도를 통해 한국을 알린 한류의 원조이기도 하다. 태권도를 통한 민간 외교에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그 견인은 각국의 유력 인사에 명예단증이 큰 효과를 발휘했다. 이제는 자체 경쟁력이 생겼다. 남발과 숫자 놀음은 줄이고, 위대한 태권도 단증의 위상이 빛날수 있도록 점검이 필요할 때이다. 

 

[무카스미디어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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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진
태권도 경기인 출신의 태권도 - 무예 전문기자. 이집트에서 코이카(KOICA) 국제협력요원으로 26개월 활동. 20여년 동안 태권도 전문기자로 전 세계 65개국 이상 현지 취재. 취재 이외 다큐멘터리 기획 및 제작, 태권도 각종 대회 중계방송 캐스터, 팟캐스트 등을 진행. 현재 무카스미디어 운영사인 (주)무카스플레이온 대표이사를 역임하면서도 계속 현장 활동을 하고 있다.   
#국기원 #명예단증 #단증 #유단자 #명예유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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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철환

    이 태권도 단증인가요?
    https://mooders.co.kr/taekwondo-mono/

    2024-08-12 09:57:42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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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도인

    난 한혜진 기자가 참 좋아.
    눈치안보고 거침없이 기사쓰는거
    그게 진짜 기자쥐

    2022-07-22 16:36:58 수정 삭제 신고

    답글 0
  • 관상가

    관상은 과학이여...
    히야...

    2022-07-22 16:36:19 수정 삭제 신고

    답글 0
  • 무인

    이미 실전성 안되는 깔짝 깔짝 발펜싱,
    또는 유아체육 놀이체육으로 정평이 났는데
    무슨 소용?
    100단되도 의미 없다

    2022-07-22 00:09:13 수정 삭제 신고

    답글 0
    • 발펜싱 ㅠ

      발 터치 놀이입니다.

      2022-07-23 21:58:01 수정 삭제 신고

      0
  • 배규태

    명예단증 남발기사, 일리가 있는 기사내용입니다.

    2022-07-21 23:03:31 수정 삭제 신고

    답글 0
  • 사범

    홍문종 전 이사장은 진짜 황당하네

    2022-07-21 22:33:59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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