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택용의 태권도다움] 태권도 격파대회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태권도 격파의 본질은 사라지고 기술만이 부르짖는 안타까운 현실

그림1. 국가대표시범단 중국파견 곽택용 격파시범

태권도 시범대회는 1992년 국기원 한마당대회 계기로 시작됐다. 이어 2009년 KTA 격파왕대회와 주요 대학 총장기 격파대회를 통하여 시범 기술이 날로 향상 되었다.

 

세계태권도연맹(WT)도 '2018 WT 세계비치태권도선수권대회' 격파부분을 공식적으로 승인했고 대회도 성공적으로 마쳤다.

 

시범에서 격파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대한태권도협회 기준 비공식 대회이나 각 대학에서 격파대회 입상자들을 입시에 반영함에 따라 겨루기, 품새 못지않은  대회로 인정받고 있다.

 

대한태권도협회에서도 새로운 격파 경기규칙을 만들어 대한체육회 승인을 기다리는 중이며, 심판을 육성하여 내년 공식대회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격파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들이 점차적으로 늘어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고등학교에서 대학을 진학할 수 있는 수시전형에서 선발권을 가질 수 있어 더욱 그러하다. 2021년 용인대학교 총장기 대회에 2천126명의 선수가 참가하였다.

 

표1. 격파대회 연혁

 

격파대회는 날이 갈수록 선수층이 두꺼워 지고 있으며 각 시·도 시범단, 격파 전문 도장이 늘어나고 기술 또한 높아져 대학 선수들에 버금가는 기량을 뽐내고 있다.

 

시범이란 무엇인지? 또 시범 속에 왜 격파가 들어가는지에 대한 깊이 있는 사고도 필요하다고 필자는 보고 있다.

 

돌아차고 회전하여 깨고 부시는 것만이 시범인지? 멋있어 보이고 화려함만이 우리가 추구하는 것이 시범인지? 시범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싶다.

 

격파 대회 중 착지 과정에서 무릎이 밀려 다친 선수가 있다. 응급 치료를 받기 위해 엠블런스가 대회장에서 떠나는데, 선수단의 격파 연습으로 엠블런스 통로가 막혀 빠른 이동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다반사다.

 

코로나 팬데믹 전 경기장에서 휴지와 음식물 처리(쓰레기 정리 수거)를 하지 않아 경기장 관중석에 필히 물만 반입을 한다는 유리문에 붙여진 문구의 사진이 SNS에 함께 올라온 경우도 있었다.

 

2021년 격파대회 중 밀접 접촉자가 있어 격파 경기를 중단하고 지도자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밀접접촉자의 검사반응 결과가 음성으로 나와야 내일 경기를 다시 진행할 수 있습니다. 우선 숙소로 돌아가 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혹시라도 양성일 경우 전파의 감염도 생길 수 있어 연습은 방역차원에서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라는 대회의 심각함을 전해주었다.

 

그러나 그런 심각성은 안이하고 대회장 밖에는 매트를 깔고 연습하는 광경을 지켜보게 되었다.

 

우리 선수만 아니면 되는가? 우리 선수도 혹 감염이 되어 전파의 감염을 일으킬 수 있으며 이는 격파경기가 다음 대회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생각하지 않는 건지?

 

지금처럼 코로나 확산으로 민감한 사항에서 대회를 치룬다는 것은 선수들의 기술향상은 물론 대회를 통해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는 큰 의미가 담겨있어 위험을 무릅쓰고 대회를 진행하였던 것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받아들이는 지도자와 선수들은 위험 촉발의 시간임에도 나와는 상관없다는 다른 행동을 해 대회의 의미가 무색해질 정도였다.

 

실제 격파 경기에서 송판이 깨지는 것은 메달 경쟁 순위에 들어가는 기술의 첫째 조건으로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송판을 잡는 보조자와 송판을 차는 격파자의 호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격파대회에서 송판의 완파는 심판들의 기술력에 막중한 점수를 부여할 수 있기 때문에 일탈행위가 일어나기도 한다. 실제 일어났던 상황에 이야기를 전달하려 한다.

 

격파 경기에서 보조자는 격파의 부담감으로 혹시나 하는 생각에 양손에 힘을 가해 격파자가 가격을 하지 않은 송판에 힘을 주어 격파되기도 하는 행동을 종종 볼 수 있었다.

 

격파대회의 열기가 뜨거워 지다보니 문제되는 행동이 실제로 일어났었다. 손톱이나 다른 도구로 송판에 금을 그어 완파를 시도하려 하였다. 시합도중 심판진들에게 적발되어 한동안 대회를 중지 한 적도 있었다. 이러한 행위 자체가 불법이다. 선수 자신이 완파 중압감에 시도한 것인지 지시에 의한 것인지 알지 못하지만 시범의 본질인 격파가 승인대회로 가기도 전에 일탈 행동이 나타났다.

 

그렇다고 전체 선수 팀들의 문제는 아니다. 소수 팀에 한정된 이야기지만 이런 행동이 메달로 이어지게 된다면 대회는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스포츠 경쟁의 승리지향에서 오는 스포츠 일탈 현상이 격파대회에서 도드라지게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현상은 누구의 잘못인가? 선수의 잘못인가? 지도자의 잘못인가? 겨루기와 품새에 한정되어 있던 대학전형이 격파선수들에게 주어진 좋은 기회를 하루아침에 날릴 수 있다.

 

태권도 격파의 본질은 사라지고 기술만이 부르짖는 안타까운 현실에 놓여 있다.

 

시범이란 무엇인가? 태권도의 종합적인 기술을 보여주고 태권도에 내포되어 있는 정신적 기풍까지 보여 주는 것이 시범이다.

 

격파 기술에 녹아있는 정신적 자세가 수련을 통하여 몸에 배어져 행동 모습으로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즉 수련을 통하여 습득한 기술을 대인간화(對人間化)된 송판의 격파 물을 타격함으로써 격파의 기량을 평가하는 것이다.

 

격파는 기술과 내면적 정신이 수련이 되었을 때 선수들은 페어플레이 경기에 임할 수 있다고 본다. 정정당당을 국어사전에는 이렇게 해석하고 있다. 비겁한 짓을 하지 않는 바르고 떳떳한 태도를 가리키는 말. 우리는 이 말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 까?

 

지도자는 기술만이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기술 외에 이루어지는 행동하나하나에 신경을 쓰며 솔선수범하여 지도 할 때 여러 가지 문제의 현상에 벗어날 수 있는 대안점이라 생각한다.

 

지도자와 선수의 인식 변화와 성찰(省察)을 통하여 격파 경기장의 새로운 문화로 자리매김 하길 기대한다.

 

 


[무카스미디어 = 글 곽택용 용인대교수 ㅣ press@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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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찌니

    앞으로 격파대회가 가야 할 방향과 시범의 정의를 명쾌하게 써 주셨습니다.
    좋은 기사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2021-11-19 14:18:33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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