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파이터 이다빈 은메달! 인교돈 동… 한국 ‘노골드’


  

이다빈 고질적인 발목부상 딛고 금메달 도전! ‘백전노장’ 만디치 넘지 못해

은메달을 목에 건 이다빈(서울시청)  [사진=세계태권도연맹]

2020 도쿄 올림픽 태권도 마지막 금메달 도전에 나섰던 ‘명랑파이터’ 이다빈이 다잡은 금메달을 눈앞에서 놓쳤다. 이번 올림픽에 나선 한국 선수로서는 최고 성적인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다빈(서울시청)은 27일 일본 지바 마쿠하리 메세A홀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태권도 여자 +67kg급 결승전에서 2012 런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밀리카 만디치(30, 세르비아)와 대결에서 아쉽게 석패했다.

 

경기 시작과 함께 기습적인 머리 공격을 내주며 3득점을 내줬다. 적극적인 발놀림으로 상대에 공격을 했지만 오히려 몸통 받아차기에 걸려 2점을 추가로 실점해 0대5로 1회전을 마쳤다.

 

2회전 몸통 득점으로 만회해 3대6으로 추격에 나섰다. 마지막 3회전 41초를 남기고 6대6 동점으로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지만, 이어 몸통 득점을 연이어 내주며 7대10으로 눈앞에서 금메달을 상대에게 내줬다.

 

3회전 내내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상대를 공략했다. 중요 순간마다 정확한 돌려차기로 상대 몸통을 가격했으나 득점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상대는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 등 여러 대회를 휩쓴 백전노장으로 만만치 않은 체력에 많은 경험에서 나오는 노련한 경기 운영으로 한 수 앞섰다.

 

누구보다 눈앞에서 금메달이 놓친 아쉬움이 클테지만 명랑파이터 답게 결과를 승복했다. 승자에게는 엄지손가락으로 축하 인사를 보내는 품격을 보여줬다. 

 

2014 인천과 2018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2연패와 2016 마닐라 아시아선수권, 2019 맨체스터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등 올림픽을 제외한 모든 메이저대회를 우승했다. 이번 올림픽 금메달만 목에 걸면 모처럼 한국 태권도에 ‘태권도 그랜드슬램’ 탄생이 이뤄졌다.

 

앞서 열린 준결승에서 이다빈은 이 체급 독보적인 랭킹 1위 영국의 비앙카 웍던을 경기 종료 1초를 남기고 대역전승 해 큰 화제를 모았다. 3회전 후반까지 앞서다 19초를 남기고 동점을 허용한데 이어 3초 전까지 2점차까지 뒤졌다. 위기의 순간 포기 하지 않고 집중력을 발휘해 왼발 내려차기로 상대를 무너트렸다.

 

은메달 획득도 사실 놀라운 성과다. 그의 왼발은 정상적이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부상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고교 시절부터 잦은 발목 부상으로 고질병이 됐다. 2019 WT 소피아 그랑프리 경기 중에도 또 부상으로 기권했다. 게다가 올림픽 준비로 한창인 올해 초 수술을 하고, 지난 5월 발목에 또 다시 문제가 생겨 재수술을 받았다. 짧은 준비 기간에도 딛고 일어서 이번 올림픽에서 좋은 성과를 냈다. 스스로 왼발이 버텨준 것에 고맙다고 할 정도이다. 

 

림프암 투병 딛고 일어선 인교돈! 값진 동메달 획득

인교돈(한국가스공사)이 동메달을 획득 후 태극기를 휘날리고 있다.  [사진=세계태권도연맹]

‘투혼의 파이터’ 인교돈(한국가스공사, 29)이 생애 첫 도전에 나선 올림픽에서 남자 +80kg급 동메달을 획득했다.

 

‘3회전 마법사’라는 별명에 맞게 예선전에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준결승에 안착한 인교돈. 가벼운 상대로 예상했던 북마케도니아 데얀 게오르기예프스키를 상대로 고전했다. 5대3으로 뒤진 가운데 들어선 3회전 충분히 역전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몸통 득점을 연이어 내주며 6대12로 패했다.

 

예상치 못한 충격적인 패배 후 마음을 다잡고 나선 동메달 결정전. 슬로베니아 이반 콘라드 트리아코비치를 상대로 2회전까지 4점차로 앞섰지만 3회전 상대가 추격했지만 이를 잘 막아냈다. 5대4로 누르고 값진 동메달을 수확했다.

 

인교돈의 올림픽 도전은 그야말로 인간승리 그 자체다. 스물 두 살 한창 전성기 시절인 2014년 8월 림프종 혈액암 2기를 진단 받았다. 이후 여덟 번의 항암치료를 받았다. 정기적인 검사를 받던 중 재발로 수술을 받기도. 이런 과정 속에서도 선수 생활을 병행하며 승승장구하는 투혼을 발휘했다. 마침내 지난 2019년 8월 완치 판정을 받았다.

 

인간 승리로 꿈의 올림픽 무대에 선 인교돈에게 누구에게나 꿈이던 ‘금메달’은 아니지만, 메달 색은 중요치 않다. 동메달을 획득하고 누구보다 감격한 이유이기도 하다.

 

경기 직후 믹스존 언론과 인터뷰에서 “다시 운동을 시작하면서 올림픽을 뛸지 안 뛸지 당시에는 생각도 못했다”면서 “시간이 흘러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서 제 자신에게 놀랐다. 투병하시는 분들이 저란 선수로 힘을 내서 잘 이겨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 태권도, 2000 시드니 올림픽 이후 21년 만에 ‘노골드’는 이번이 처음

한국 태권도 대들보 이대훈이 세번째 올림픽 무대에서 동메달 결정전에 패한 뒤 승자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세계태권도연맹]

선수들과 지도자는 최선을 다했다. 결과적으로 기대 했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한국 태권도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수확하지 못한 것은 2000 시드니 올림픽 이후 21년 만에 처음이다.

 

태권도가 올림픽에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후 ▲2000 시드니 올림픽(금3,은1)을 시작으로 ▲2004 아테네(금2,동2) ▲2008 베이징(금4) ▲2012 런던(금1,은1) ▲2016 리우(금2 동3) 등 지난 다섯 번을 겪으면서 여러번 위기는 있었으나 대체로 선전했다. 출전 선수 노메달 기록은 2012 런던 올림픽에서 2체급이 유일하다.

 

이번 올림픽은 특히 남녀 8체급 중 역대 올림픽 중 가장 많은 6명의 선수가 출전했다. 역대 가장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이다빈의 은메달 1개, 장준과 인교돈 동메달 2개가 이번 올림픽 기록이다.

 

세계 각국의 기량이 평준화 된 점, 전자호구 도입 이후 경기 기술과 전술의 급변화, 국제 흐름에 뒤처진 선수 발굴 및 육성,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으로 올림픽 연기, 올림픽 1년 연기에 따른 신진 선수들의 등장과 정보 분석 부재 등 여러 이유로 고전했다.

 

이러한 이유는 다른 국가도 상황은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한국 태권도가 다시 부활하기 위해서는 전면적인 리셋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한국과 함께 세계 태권도 정상을 나란히 했던 이란은 이번 올림픽에서 노메달에 그쳤다. 지난 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를 획득한 강호 중국도 노골드에 동메달 1개 수확이 전부다.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냈던 영국도 두 명의 선수가 결승에 진출했지만 금메달 도전에 모두 실패했다.

 

반면에 코로나19로 인한 사상 초유의 올림픽 1년 연기로 10대 후반의 어린 선수들이 혜성처럼 등장해 전통적인 강호들을 잇달아 제압하며, 금메달과 상위 입상으로 2012 런던 올림픽 이후 10여년 만에 전면 세대교체를 예고했다.

2020 도쿄 올림픽 태권도 종합 기록

유소년부터 청소년, 성인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인 발굴과 육성 시스템을 갖춘 러시아가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로 종목 종합1위를 기록했다. 크로아티아(금1, 동1)와 세르비아(금1, 동1)가 공동 2위, 이탈리아와 태국, 미국, 우즈베키스탄 등이 금메달 하나씩을 획득하며 공동 4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은1, 동2개로 역대 최하위인 종합 9위를 기록했다.

 

[무카스미디어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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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진
무카스미디어 편집장. 

태권도 경기인 출신의 태권도-무술 전문기자. 이집트에서 KOICA 국제협력요원으로 26개월 활동. 15년여 동안 태권도를 통해 전 세계 46개국에 취재를 통해 태권도 보급과정을 확인. 취재 이외 다큐멘터리 기획 및 제작, 태권도 대회 캐스터, 태권도 팟캐스트 등 진행. 늘 부족하지만 도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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