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철 칼럼] 태권도 그리고 사회적 거리두기


  

서로를 존중하는 태권도 문화를 꿈꾼다.

거리가 가진 의미에는 통념과 수치가 함께 엉켜서 존재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통념적 거리가 존재하는 단어는 ‘사랑’이 아닐까 생각을 한다. 거리가 좁혀지는 순간, 사랑이 되고, 멀어지게 되는 순간 이별로서 존재하게 된다.

 

이별로서 존재하는 거리에 담긴 의미는 더욱 복잡하다. 우주와 같은 미지의 영역으로 확장되었다, 손에 잡힐 듯 선명하기도 하다. 거리의 수치적 개념은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의미인 센티미터거나, 손가락 한 뼘으로서도 존재하기도 하다. 그래서 거리는 대단히 선명하지만, 그렇지 않기도 한 것이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우리에게 가장 절실하게 요구되었던 수치로서 해석되는 ‘사회적 거리두기’보다, 어쩌면 바이러스보다 더 무서운 것은 통념적 거리가 지나치게 가깝게 밀착된 문화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을 해본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는 바이러스 예방에 있어 절대적으로 중요하게 되었다. 이것은 표면적으로는 어려운 듯하지만, 인간이 추구하는 욕심과 욕망을 내려놓으면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니다. 2미터라는 거리는, 그 수치가 허용하는 거릴 만들어내거나, 물리적인 공간에 갇히면 해결이 된다. 포기하는 순간 가능해진다. 그러나 인간은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필자는 무엇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수치적, 물리적 제약에서 멈추지 말고, 인식이라 범주 안에 존재하는 통념에서 시급하게 존재하기를 바란다. 인간의 완벽한 휴식은, 자연의 풍요로움에서의 유희가 아닌, 간섭받지 않을 권리로부터 시작한다.

 

그러나 태권도의 관계로서 문화는 어떠한가? 선배라는 이름으로, 계층적 이름으로, ‘단’이라는 이름으로, 오래 했다는 이름으로, 무도라는 이름으로 너무나 쉽게 서로에게 다가설 수 있다는 착각에 사로잡혀있다.

 

지나친 간섭과 개성을 존중하지 않으려는 오래됨이 우리에게 너무 밀접해 있다. 모두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협회 회장과 임원들, 교수들, 심판들, 그리고 태권도장을 오래 경영한 관장들, 수련생이 많은 관장들의 행동 이면에 잔존하는 무례함에는 개인과 개인으로서의 존중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이 코로나로 인해 생겨난 물리적 사회적 거리 두기보다, 너무나 절실한 인식 차원에서 통념적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필요한 이유이다.

 

코로나 극복을 위하여 우리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하나 더, 이제는 같은 것을 했고, 감투를 쓰고, 세월을 입었다 해서 가까울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과 그리고 더 많이 알 것이라는 착각을 경계해야 한다.

 

이제는 태권도라는 이름으로 지나치게 쉽게 다가오지 말길 바란다. 최소한의 겸손과 친절 그리고 상대방의 의사를 묻고 허락을 구하는 문화로서의 태권도, 서로를 존중하는 태권도로서 만나길 희망해본다.

 

[글.  정준철 관장 | bambe7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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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철
긍휼태권도장 관장

브랜드발전소'등불'대표
대한태권도협회 강사
TMP격파팀 소속
<도장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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