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리아의 오뚝이 정신… 불굴의 의지로 꿈의 올림픽 행
발행일자 : 2020-03-20 18:20:32
수정일자 : 2020-03-20 18:26:59
[한혜진 / press@mookas.com]
올림픽 본선을 위해 지도자 찾아! 명장 방영인 감독과 본선행 합작
2016 브라질 리우올림픽 테니스 여자단식 우승자는 주위를 놀라게 했다. 주위 예상을 깨고 푸에르토리코 모니카 푸이그가 우승을 차지했다. 그녀의 금메달은 개인의 영광이기도 하지만, 조국 푸에르토리코에 엄청난 선물이었다. 1948년 첫 올림픽 참가 이후 68년 만에 처음 금메달을 안겼기 때문이다.
이제는 태권도에서 그 영광을 이어간다는 당찬 여성 태권도 선수가 있다.
얼마 전 코스타리카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팬암 지역예선전’에서 예상을 깨고 여자 -49kg급 올림픽 본선 티켓을 획득한 빅토리아 앤 스탬바우(STAMBAUGH Ann Victoria, 26)가 그 주인공이다.
푸에르토리코 출신 미국 이민자 출신인 그는 조국의 태권도 올림픽 메달을 꿈꾸고 지금껏 달려왔다.
여섯 번의 세계선수권대회 도전에서 ‘노메달’에 그쳤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올림픽 본선 도전 역시 이번이 세 번째. 2012 런던 올림픽부터 도전했지만 올림픽 무대는 결코 쉽지 않았다.
세계 태권도의 높은 벽에 번번이 무너졌지만, 그 꿈과 도전 정신은 무너지지 않았다. 넘어질수록 더욱 강해졌다. 2017 라스베이거스 WT 팬암 프레지던트컵에서 우승하면서 자신감을 찾았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지난해 무릎 부상으로 반복적인 수술로 제대로 대회조차 뛰지 못했다.
좌절은 했지만 역시 포기는 하지 않았다. 결국, 꿈에 그리던 올림픽 본선에 오르게 됐기 때문이다. 이 체급에는 절대강자 태국의 패니팍 웅파타나키트와 올림픽 3회 우승에 도전하는 중국 우징위, 한국의 심재영(고양시청) 등 강자들이 포진해 있다.
객관적으로 이들을 상대로 우승은커녕 메달권 진입도 쉽지 않다. 그러나 무대는 올림픽이다. 그렇다. 이변이 속출하는 곳. 우승자는 누구도 예상할 수 없는 무대가 올림픽이다. 모니카 푸이그가 테니스 여자 단식에서 우승할 것이라고 예상은 누구도 못했다. 그 무한도전에 빅토리아가 지금처럼 도전한다.
지도자 찾아 삼만리! 마침내 명장 방영인 감독과 만남!
빅토리아의 꿈의 올림픽 무대에 오르는 꿈은 혼자 힘으로는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태권도를 전략 종목으로 든든하게 국가대표팀이 꾸려진 나라 역시도 만만치 않다. 푸에르토리코는 그야말로 ‘각개전투’ 방식이다.
본인을 올림픽 선수로 만들어줄 든든한 지도자가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그는 리우 올림픽 실패 후 미국 내 여러 도시에 유명한 지도자를 찾았다. 어떤 곳이든 달려갈 준비가 돼 있었다.
“2016년 3월 지역 예선에서 탈락 후 시련을 겪었다. 그만두고 싶었다. 그러나 하나님이 아직 기회가 있다고 포기하지 말라고 하셨다. 그래서 훌륭한 트레이너와 훈련 환경을 달라고 기도했다. 2016년 리우 올림픽 전까지는 나의 성장을 위한 지도자가 없었다. 훈련도 집 차고에서 혼자 훈련했다.”
빅토리아는 자신을 키워줄 지도자를 간절하게 찾았다.
마침내, 멕시코 올림픽 대표팀을 세계 최강팀으로 일군 방영인 감독이 휴스턴으로 이사를 온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 소식만으로도 그는 설렜다. 새롭게 태권도장을 문을 연 ‘방 엘리트 스포츠 태권도장(Bang Elite Sport Taekwondo)’을 무턱대고 찾았다.
“휴스턴에 좋은 훈련장과 지도자가 없어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하려고 했다. 그런데 2016년 7월 말 멕시코 올림픽팀 방영인 감독이 휴스턴에 태권도장을 개관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소식을 듣고 믿기지 않았다. 그해 10월 하나님은 나의 기도에 응답하셨다. 사범님과 ‘2020 도쿄’를 목표로 열심히 준비하게 됐다”
그는 “저를 올림픽에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라고 애원했다. 십수 년 가족과 생이별 하면서 멕시코대표팀 육성에만 전력을 다했던 방 감독은 당시 성공적인 도장을 꿈꾸고 있었다. 엘리트보다는 생활체육을 지향하던 그를 빅토리아가 ‘자극’했다.
반평생 넘게 태권도 선수와 엘리트 지도자의 길을 걸어 온 방영인 감독의 빅토리아의 간절한 눈빛으로 애원을 뿌리칠 수 없었다. 얼떨결에 ‘수락’했다. 본인도 그가 올림픽 본선행에 오를 것이라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그 간절함을 뿌리칠 수 없었다고 전했다.
방영인 감독은 “제가 뭐라고, 올림픽에 가고 싶다고 저를 찾아 와준 것만 해도 정말 감사한 일이죠. 미국 내 다른 유명한 코치도 많을텐데”라면서 “너무도 간절해 보였다. 도장을 자리 잡아야 해서 부담이 컸다. 그래도 약속을 한 이상 책임을 질 수밖에 없었다. 많은 선수를 키웠지만 정말 독하게 훈련했다”고 소개했다.
2017년 도쿄올림픽을 향한 두 사람의 도전은 시작됐다. 훈련 스케줄을 세우고 빅토리아가 부족한 기술을 보완하고 주요 상대 선수별 전략분석을 통한 맞춤형 기술훈련을 이어갔다. 주 3회 이상 방 감독 도장에서 준비를 이어갔다.
올림픽으로 가는 마지막 기회인 지역예선전 8강전에서 콜롬비아 무노즈 모라 카르멘 다 야나를 15대 9로 꺾었다. 지역예선 체급별 2위까지만 본선 출전권이 주어지다.
한 경기를 더 이겨야 한다. 캐나다 카파다르 조시파를 4대2로 꺾고 올림픽행을 결정지었다. 결승에서 브라질 예지에르스키 도스 헤이스에 4대5로 한 점차로 아쉽게 패해 2위에 만족해야 했다.
빅토리아는 “본선무대 꿈을 이뤘으니, 이제는 올림픽 메달을 위해 사범님 방과 새로운 꿈을 향해 함께 도전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방영인 감독은 “사실 멕시코를 떠나면서 다시는 올림픽 갈 일은 없으리라 생각했는데”라면서 “빅토리아가 정말 기적 같은 일을 해냈다. 올림픽에서 빅토리아가 꼭 메달을 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말했다.
불굴의 의지로 도전한 빅토리아, 도쿄 올림픽에서 그는 푸에르토리코에서 최초의 태권도 메달리스트로 이름을 올릴지 기대된다.
[무카스미디어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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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진 | |
태권도 경기인 출신의 태권도·무예 전문기자. 이집트 KOICA 국제협력요원으로 태권도 보급에 앞장 섰으며, 20여 년간 65개국 300개 도시 이상을 누비며 현장 중심의 심층 취재를 이어왔다. 다큐멘터리 기획·제작, 대회 중계방송 캐스터, 팟캐스트 진행 등 태권도 콘텐츠를 다각화해 온 전문가로, 현재 무카스미디어 운영과 콘텐츠 제작 및 홍보 마케팅을 하는 (주)무카스플레이온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국기원 선출직 이사(언론분야)와 대학 겸임교수로도 활동하며 태권도 산업과 문화 발전에 힘쓰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