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희칼럼] 태권도 1단이 가라데 1단에게 진다고?


  

태권도 단증은 꼭 가치가 있어야 할까?

몇 년 전, 국기원이 '월단 특별심사'를 진행해 큰 논란이 있었다. 이 일을 계기로 우리 태권도인이 그만큼 단증 가치를 높게 평가한다는 방증일 것이다.

 

다들 아시겠지만 품단 심사는 기본동작, 품새, 겨루기가 기본으로 이루어진다. 여기에서 고단심

사로 넘어가면 필기시험이나 논문, 격파 등이 추가된다. 어떤 무술 단체든 마찬가지겠지만 단수가 높아질수록 난이도가 높아질 것이다.

 

예전부터 문제의식을 가지고 심사 제도의 변화를 주장하는 분들이 많았다. 특히 어린 수련생들이 응심하는 품심사와 저단자(1-3) 심사의 난이도를 높이자는 주장이다. 필자 또한 태권도장을 운영하고 수련생들을 지도하는 입장에서 태권도의 승품 혹은 승단의 난이도가 낮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물론 이는 각 지도자분들이나 수련생들에게 주어진 상황마다 견해가 다를 수 있다. 지금의 심사 제도에도 수련생들이 불합격하여 불만인 분도 충분히 계실 수 있다.

 

하지만 최소한 인정해야 할 것은 태권도의 심사 난이도가 타 무술과 비교했을 때 쉬운 것은 사실이라는 점이다.

 

예컨대 옆 동네 무술인 극진가라데의 경우 1단을 취득하기 위해서 1단 선배들 10명과 연속으로 대련하여 승률 50%를 넘어야 승단이 인정된다. 2단은 20, 3단은 30... 이런 식이다. 주짓수 또한 비슷한 제도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러한 무술들은 초단(1)을 취득하는데 몇 년씩 걸리곤 한다.

 

그래서 사실 태권도 1vs 극진가라데 1단의 구도로 봤을 때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극진가라데 1단이 더욱 무술적 깊이가 깊고 강한 것이 사실이다.

 

"발차기는 태권도인이 더욱 잘 해!", "맷집은 극진가라데인이 더욱 강해!"와 같은 기술의 차이를 떠나 수련 자체의 질과 량이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태권도 1단은 사람마다 다르긴 하지만 보통 1년에서 1년 반 정도를 적당히(?) 수련하면 취득할 수 있지 않은가.

 

이렇게 이야기 하면 필자를 포함해 많은 태권도인들이 사실상 자존심이 상한다. 요즘 말로 뼈를 때리는 팩트 폭행이다.

 

물론 태권도 심사의 난이도가 비교적 쉬운 편이라는 것은 긍정적인 효과도 있었다. 바로 수련인구의 폭발적인 확대이다.

 

수련 인구의 대부분은 전문 선수나 전공인이 아니라 취미로 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태권도를 수련하며 재미를 느끼고 심신의 건강을 향상시키고 싶은 분들이다. 사는 것도 빡빡한데(?) 무슨 전공 시험 보듯이 스트레스를 받아가며 승단에 힘쓰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 적당히 해서 어느 정도 성취를 이루면 보상으로 승단도 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렇게 태권도는 전 세계에서 전무후무한 성장을 이루어왔다(물론 심사 제도만이 태권도의 성장 요소는 아니다.).

 

", 그럼 이제 덩치를 키웠으니 질적인 부분을 높여야겠다. 그러니까 심사의 난이도를 높이고 진정한 실력자가 각 단수에 걸맞는 자격을 갖추게 하자!"

 

독자 분들은 위 말에 동의하시는가?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동의하시는 분도 계실 것이고, 아닌 분들도 계실 것이다. 필자의 경우는 그러든지 말든지 사실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지금처럼 비교적 쉬우면 쉬운 대로 좋고, 높으면 높은 대로 준비를 잘 해서 합격하면 된다. 이것은 여론과 태권도계의 상황을 반영해 제도권에서 최상의 판단을 해주면 될 일이다.

 

필자가 하고 싶은 말은 왜 굳이 우리의 제도를 타 무술과 꼭 비교해야 하나?’ 이다. 옆 동네는 옆 동네의 스타일이 있는 거고, 우리는 우리의 스타일이 있다.

 

극진가라데가 1단을 취득하는데 최소 수년간 수련을 쌓아야 하며 10명이랑 싸워야 한다.’

 

확실히 극진의 승단 시스템은 강력하다. 그래서 승단을 했을 때의 가치와 위엄은 대단하다. 하지만 그것을 굳이 우리와 단순 비교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태권도는 태권도대로 주어진 승단의 단계를 밟아 나아가면 된다.

 

단수段數는 분명 해당 무술의 수련 기간과 깊이를 대략적으로나마 측정할 수 있는 기준이 되는 요소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경기겨루기 선수들의 경우 승단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시합에 출전하기 위한 자격을 갖추기 위해 승단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이 단수가 낮다고 해서 태권도인으로써 자격이나 실력을 갖추지 못했다고 할 수 있는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이다.

 

단증 제도가 없는 무술들이 많다. 복싱, 펜싱, 씨름 등 대부분이 그렇다. 그렇다고 이들 세계에 서로 존중이 없거나 실력 및 내공을 판가름 할 수 있는 기준이 없는 것이 아니다. 그렇지 않은가?  단수段數는 어쩌면 숫자에 불과한 지도 모른다. 몇 단이던 간에 해당 분야에 대한 실력, 고찰, 깊이, 업적 등을 보고 판단하면 된다.

 

예전에 한 영상에서 나이가 지긋하신 어떤 원로 사범님께서 한 인터뷰 내용이 생각난다. 혹시라도 그분께 누가 될까봐 어떤 분인지 밝힐 수는 없지만 인터뷰 내용 중 일부를 적어보자면 다음과 같다.

 

이 원로 사범님께서는 태권도의 당시 상황을 비판하시면서 본인은 아직도 5단인데 제자들은 7단인 사람들도 있고, 교수가 된 사람들도 있다고 하셨다. 그런데 아무리 단수가 높고 높은 직위에 있다고 한들, 제대로 수련을 하는 자들은 드물고 태권도에 대해 잘 알려고 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하셨다.

 

개인적으로 이 원로 사범님의 말씀에 100% 공감하지는 않지만 왜 이런 말씀을 하셨는지 알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정리하자면 우리 태권도의 승단 제도(난이도)가 약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타 무술과 비교하며 깎아내릴 필요는 없다. 우리는 우리대로 장점이 있으니 이를 인지하고 더욱 활용하도록 하자!

 

그리고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다른 부분에 있다. 이것을 화두 삼아 스스로 정진한다면 단수段數에 더 이상 집착하는 일이 없어지지 않을까.

 

[무카스미디어 = 이동희 기자 ㅣ jsrclu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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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희
이동희 태권도 관장
이동희 실전태권도 저자
실전태권도 수련회, 강진회强盡會 대표
대한태권도협회 강사
#태권도 #심사 #승단 #이동희 #실전태권도 #KTA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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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본문에 동의합니다.

    본문내용에 백번 천번 동의합니다.

    본문 내용에 조금만 더 첨언해보겠습니다.
    기본적으로 "태권도 승단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무술계'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참고로 태권도 1년 설렁설렁하면 1단 주는 나라는 종주국인 한국 밖에 없습니다.

    제가 미국 교환학생에 시절에 대학 내 태권도 클럽에 가입해서 운동하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요.
    미국에서는 태권도 1단 따는데 2~3년 정도가 걸린다고 하더군요.(4~5년 걸렸다는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그 마저도 한국에서 심사 볼 때처럼 품새 몇 개, 겨루기 잠깐 하는 정도가 아니라 얘기 들어보니 정말 빡세게 하더군요.
    장장 5~8시간 동안 심사를 본답니다.
    그 기준은 기본 발차기부터 품새, 기초체력, 근력테스트까지 하더군요.

    한국은 3단(품)까지는 탈락자도 거의 없고 떨어질까봐 걱정하는 응시자들이 그리 많지 않죠.
    근데 미국에서는 1단 심사에서도 노심초사하며 심사과정을 치룬다더군요.
    그 과정이 어찌나 힘든 과정인지 심사에 합격해 블랙벨트를 받고 감격에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더군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라서 옆에 있던 다른 외국인 유학생 친구들(각자 자국에서 태권도 수련경험이 있는 친구들) 한테도 물어보니까 이 친구들도 그 얘기에 공감하더군요.
    되물어보니 미국만 특이하게 빡세게 하는 게 아니더라고요.
    독일, 프랑스, 캐나다, 호주, 중국 등 다른 나라에서 온 친구들도 다 자기들도 그렇게 단 땄는데 그게 당연한 거 아니었냐고 얘기하는데 물어본 제가 민망했습니다.

    즉 명색에 태권도 종주국이라는 한국만 설렁설렁 단기 승단하는 것입니다.

    근데 재밌는 게 뭔 줄 아십니까. 의구심이 생겨서 다른 무술들도 조사해봤습니다.
    이것 참, 태권도 뿐만이 문제가 아니라 합기도, 유도, 검도 등 대다수의 무술들이 한국에서만 승단기간이 과도하게 짧더군요.

    본문에서 언급하신 극진공수도도 마찬가지더군요. 종주국 일본에서는 5년은 족히 걸리는데 한국에서는 3년.
    합기도도 한국에서는 초단 따는데 1년이면 따죠. 근데 미국이나 유럽 등 해외에서는 3년 이상은 족히 걸린다더군요.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는 유도도 초단 따는데 1년이면 족합니다.
    검도도 성인들은 1년 정도가 걸리죠.
    일본 및 해외에서는 어림도 없는 기간입니다.

    한국 무술계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정확하게는 한국 무술계가 처한 현실이 문제죠.
    중고등학생, 대학생, 성인들은 각자의 삶 때문에 바쁘고 어쩔 수 없이 도장들이 어린이 위주로 도장을 경영해야하는데 그 때문에 어린이들이 지루해하지 않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점점 승단기간이 짧아진 것이겠죠.

    교육열과 사교육열풍에 의한 폐해가 무도장까지 영향을 끼친 거겠죠.
    참 어디부터 잘못된 것인지.......안타깝습니다.

    2020-01-03 01:30:22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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