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기 위대한수업] 디테일한 논리로 쪼개기


  

<4강>사범으로 산다는 것

캐나다와 미국을 가로지르는 나이아가라 폭포가 있는 곳, 미국의 땅 끝, 버팔로 시티. 그곳엔 태권도장 성공신화의 주역, 세계적인 명문 태권도장 '월드클래스'가 있다. 맨 손으로 미국으로 이주해 미국 태권도장 성공 신화를 이룩한 정순기 관장은 <위대한 수업>을 통해 그가 그동안 겪은 다양한 이야기를 공개한다. [편집자 주]

동작을 쪼개 세부적인 논리를 가지고 가르치다 보면 어린 아이들도 ‘아~ 다리를 쭉 펴서 차는 것이 잘하는 것이구나. 기합을 크게 넣는 것이 좋은 것이구나. 내가 이렇게 하니 사범께서 칭찬해 주시는 구나.’ 하게 된다. 디테일한 논리가 있어야 어떤 동작이든 그 감흥을 수련생과 공유할 수 있다.


수련생이 잘하지 못하는 것은 대부분 사범이 잘 가르쳐주지 않아서다. 초보자에게 대충 보여주고 잘 따라하기를 기대하기란 어렵다. 몰라서 못하는 것을 잘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것이 사범의 일이다. 배우는 사람에게 지속적으로 용기를 북돋아주고 조금씩 잠재력을 끌어내 우뚝 서게 만들어야지, 대충 동작을 보여주고 따라하라는 것은 교육이 아니다.

 

사범의 일이란 긴장과 도전의 연속이다.논리적 디테일이 풍부할수록 수련생들에게 유효적절하게 동기부여를 할 수 있다. 난 골프를 친 지 오래됐고 잘 치는 편이다. 싱글 핸디캡이다. 서른여섯 살 아들과 골프를 치면 아직도 내가 이길 때가 많다. 하루는 아들이 자기 스윙을 보고 무엇이 문제인지 조언을 부탁했다.

 

점수는 내가 좋은 편이지만 젊은 아들의 스윙 폼이 나보다 월등히 나아 뭐가 문제인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기껏 해준다는 말이 “힘이 들어가서 그래, 마음을 비워!”였다. 나를 쳐다보는 아들의 눈빛이 탐탁지 않았다. 평생 선생으로 산 사람의 조언이 그것밖에 안 되느냐는 듯.


나로서는 보는 눈이 부족해 하는 수 없이 스윙 레슨을 받도록 클럽 프로와 자리를 주선하고 곁에서 지켜보았는데, 스윙 하나를 두 시간 넘게 땀을 뻘뻘 흘리며 따라 배웠다. 아들도 골프를 잘 치긴 하지만 프로의 눈에는 아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가 한눈에 보였고 스윙 하나를 세밀하게 쪼개서 설명하고 가르친 것이다. 


배우는 사람 역시 깊은 감흥을 느끼며 흥미진진하게 따라 배웠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지적하고 격려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늘 사범들에게 말하던 디테일한 로직을 골프레슨에서도 활용하고 있구나 싶어 무릎을 탁 쳤다. 동작 하나를 디테일하게 쪼갤수록 수련생에게 동기부여가 많아지고 태권도 수련에 더 강한 자극을 주는 좋은 사범이 된다.


뒤차기를 예로 들어보면 “빨리 차!, 세게 차!” 이런 정도로만 지도한다면 수련생과 뒤차기에 대한 감흥을 공유하거나 동기부여 할 기회를 가지지 못한다. 그런데 사범이 “자, 이번엔 이렇게 한번 차볼까? 앞발을 조금 더 틀어 봐, 허리를 틀고 엉덩이를 더 깊숙이 넣어 차 봐, 어때? 뭔가 다르지?” “어? 정말 그렀네요!” 이럴 때 오가는 교감은 정말 파워풀한 것이다.

 

‘역시 사범은 뭘 아시는 구나! 내가 느끼는 모든 감흥을 공감해 주시는구나!’ 하는 신뢰가 생겨난다. 스피드를 만들어내는 방법, 파워를 만들어내는 방법, 목표에 정확히 타격하는 방법, 더 깊게 차 넣는 방법, 상대가 다가올 땐 어떻게 차고 멀어질 땐 어떻게 차야 하는지 논리가 정연하다면 뒤차기 하나 만으로도 얼마든지 흥미진진한 수업을 끌어낼 수 있고 태권도가 배울수록 깊이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그런데 어느 순간 ‘태권도엔 더 이상 배울 것이 없구나. 내가 이미 다 아는 것들의 반복일 뿐이구나.’ 싶으면 수련생은 떠나고 만다. 그러면 태권도의 생명력도 짧아지게 된다. 그러니 무엇을 가르치느냐보다 어떻게 가르치느냐가 더 중요하다. 주먹지르기 한 동작에도 여러 가지 다른 설명방식을 가지고 어떻게 해야 주먹을 더 세게, 빠르게, 정확하게 지를 수 있는지 수련생들의 수준에 맞게 설명해 줄 수 있어야 한다. 동작마다 이런 논리의 총알들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가에 따라 수련생들의 흥미를 얼마나 길게 끌고 갈 수 있느냐가 결정된다. 


이런 생각으로 공부하고 연구하다 보면 ‘이 동작을 이렇게도 설명할 수 있겠구나!’ 하며 깜짝 놀랄 정도로 많은 논리를 찾아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자신의 부족한 점을 돌아보면서 더 잘 가르치는 사범이 되기 위해 정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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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카스미디어는 '정순기 관장'의 도서 [위대한 클래스]를 공유하기 위해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도서의 목차 순서대로 연재합니다. 무카스는 태권도, 무예인의 열린 사랑방 입니다. 무카스를 통해 일선 태권도장 지도자 및 수련생들의 공감대가 형성되길 바랍니다. - 편집자주


[글. 정순기 사범 | 미국 월드클래스 press@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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