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희 칼럼] 과연 태권도 품새는 필요한 것일까?


  

종목을 막론하고 격기 종목은 품새를 따로 수련하지 않는다!

과연 격투 기능적으로 봤을 때 품새는 필요한 것일까?

 

우리는 태권도를 시작하면서부터 품새를 시작했고, 심사를 볼 때도 품새의 숙련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이러한 세월이 오래 축적되면서 품새에는 전통성과 권위가 생겨났다고 본다.

 

그러나 전통과 권위 때문에 마치 신성불가침처럼 비판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면 이 또한 잘못된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품새의 전통과 권위를 무너트려서는 안 될 것이다. 그 자체가 역사이고 전통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가치는 인정하고 보존해야 마땅하다.

 

일단 이 점을 바탕에 두고 이번 글을 시작하고자 한다.

 

품새라는 것은 공격과 방어의 기술을 특정한 동작 패턴과 진행선(품새선)을 통해 만들어 놓은 것이다. 여기에는 여러 철학적 요소가 내재하여 있을 수도 있고(품새 선의 의미 등), 기술적인 요소 또한 당연히 들어가 있다.

 

이러한 형식을 외움으로써 손쉽게 후대에 기술적, 철학적 지식을 전달할 수 있다.

 

그러나 무술의 본질인 격투 기능적으로 봤을 때 품새에 과하게 집착하는 것은 좋지 못하다. 품새 선수가 되어 입상 등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면 품새가 어느 정도 숙련이 되었을 때 다른 기술을 익히거나 응용을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좋다.

 

종목을 막론하고 격기 종목들은 품새를 따로 수련하지 않는다.

 

종합격투기는 물론이고, 태권도 경기 겨루기, 복싱, 무에타이, 레슬링, 주짓수 등 여러 무술들이 순전히 격투(혹은 겨루기)를 위해서 품새와 같은 외워서 하는 형식의 수련을 하지 않는 것이다.

 

(물론 기술의 콤비네이션을 품새로 볼 수 있지만 여기서 말하는 품새는 태극 1장과 같은 형태를 의미)

 

왜냐하면 이러한 형식이 효과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격투 상황에는 수많은 변수가 있는데 품새는 동작과 형식이 정해져 있어 이 수많은 변수에 모두 대처할 수 없다. 혹자는 품새에 숨겨진(?) 원리가 있다고는 하는데, 그것이 사실이라면 그 원리를 바탕으로 필요한 것만 빼서 응용 차원에서 수련하면 된다. 굳이 품새 자체를 붙잡고 집착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예컨대 태극 3장의 뒷굽이 손날막고 앞굽이 지르기가 효과적인 전술이라고 한다면 태극 3장을 주구장창 수련하는 것은 어느 시점 이후부터 크게 효과가 없다.

이 부분에 대한 원리를 이해하고 움직임이 숙달 됐다면 실제 움직이는 상대와 겨루면서 직접 적용을 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 맞을 것이다. 그러면서 여러 응용 기술 데이터들이 축적되고 새로운 기술이나 전술이 개발될 수도 있다.

 

자 그럼 격투 기능 및 전술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품새는 분명 한계가 있다. 게다가 전술이라는 것은 날이 갈수록 발전되는데 품새는 한 번 만들어지면 그 품새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

 

즉, 발전되는 전술의 추세를 모두 맞춰 품새가 만들어지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물론 수련자 개인의 차원이나 사제 간은 가능할 수 있지만 전 세계 모든수련자에게 공식적으로 전수되는 공인 품새 차원에서는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면 품새는 격투 기능적 측면으로 봤을 때 적당히 수련하다마는 그런 존재일 수밖에 없는 것일까?

 

약간 시각을 돌려서 생각해 보자. 아무리 기술과 전술이 발전돼도 무술에는 본질적 기능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팔 힘을 기르고 싶은 사람은 운동을 처음 시작한 사람이던 전문 트레이너나 웨이트 선수라도 모두 팔 힘을 기르는 운동을 한다. 물론 운동의 방법이나 무게가 다르겠지만 팔 힘을 기른다는 목적을 두고 운동을 하는 것은 동일한 것이다.

 

태권도를 예를 들어보자. 태권도를 처음 배우는 사람이던 올림픽 금메달의 선수든 간에 스텝은 꼭 필요한 것이고 항상 수련한다. 물론 양자 간의 기술적, 움직임의 깊이는 하늘과 땅 차이겠지만 스텝(이동하는 움직임)의 기능을 향상시킨다는 목적은 동일하다.

 

그렇다면 품새에 이런 기본적이면서도 본질적인 그리고 깊이 있는 원리를 체득하고 숙달시킬 수 있는 것들로 구성한다면 평생 수련이 가능하지 않을까?

 

팔괘장이라는 중국 무술을 보면 주권이라는 수련 형식이 있다고 한다. 일종의 품새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이것은 특정 자세를 취하고 원으로 돌며 계속 움직인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팔괘장이라는 무술이 추구하는 기능을 향상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비록 깊이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초심자나 숙련자나 모두가 이 수련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태권도 또한 품새의 방향을 이렇게 잡고 나아가면 좋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되려면 태권도가 추구하는 본질적 기능이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할 듯하다. 이 본질적 기능이라는 것이 사실 태권도 수련자 개인이나 단체마다 다를 수 있다.

 

그래서 지극히 필자 개인의 생각을 예로 들면 태권도의 본질적 기능 중 하나는 스텝이라 생각한다. 예전 칼럼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는데 이는 걷기 패턴달리기 패턴으로 구분했다. 태권도 품새의 경우 99%가 한 발 한 발 움직이는 걷기 패턴인데 경기 겨루기의 경우 달리듯이 움직이는 달리기 패턴이 대부분이다.

 

여기에서 이 태권도 스텝(달리기 패턴)에 숙달할 수 있는 품새가 없다는 것을 쉽게 생각해 볼 수 있다. 만약 달리기 패턴을 기반으로 하는 태권도 스텝의 여러 기능을 향상하고 원리를 깨우칠 수 있는 품새가 만들어진다면 초보자, 숙련자 모두 오랫동안 수련 가능한 품새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특정 동작의 조합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공격의 원리, 방어의 원리, 힘을 내는 발력發力 원리 등 태권도의 근본적 기능과 원리를 깨우치고 향상하는 품새가 생겨나길 기원해 본다.

 

[글. 이동희 사범 ㅣ이동희태권도장 관장 | jsrclub@nav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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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희
이동희 태권도 관장
이동희 실전태권도 저자
실전태권도 수련회, 강진회强盡會 대표
대한태권도협회 강사
#태권도 #품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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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범

    이번글은 생산적인 글이네요 !
    새품새를 만드는일에 관여하신분들과 앞으로 새품새를 만드실 분들은 참고할만한 글입니다.

    2019-12-06 14:19:3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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