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희 칼럼] 태권도 핵심기술은 무엇인가?


  

태권도만의 기술이라는 것이 있나? 가라데만의 기술은? 주짓수만의 기술은?

태권도의 원천源泉 움직임은 무엇일까?

 

최근 몇 회의 칼럼을 살펴보니 태권도 기술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쉰 것 같다. 그래서 오늘은 태권도 기술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태권도를 떠나 모든 무술은 여러 가지 기술로 구성되어 있다. 사실 기술이 해당 무술 그 자체일 것이다.

 

항상 하던 말이지만 무술에서 정신은 기술을 올바로 사용하기 위해 꼭 필요한, 중요한 덕목일지언정 무술 그 자체가 될 수는 없다. 정신보다 기술이 먼저이다(정신은 제쳐두고 기술만 파고든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그렇다면 태권도만의 기술이라는 것이 있을까? 가라데만의 기술은? 주짓수만의 기술은?

 

우리가 보통 가드를 내리고 스텝을 뛰며 나래차기나 뒤후려차기와 같은 발차기들을 주로 사용하면 저것은 태권도이다.’라고 생각한다. 맞는 말이다. 태권도의 특징적 움직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이것을 태권도만의 기술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왜냐하면 무술은 보통 생명체와 같이 항상 변화 및 발전하기 때문이다. 무술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 변하는 유기적인 성질을 갖고 있다.

 

예컨대 태권도 경기 겨루기만 해도 20년 전과 현재는 움직임이 매우 많이 달라졌다. 이것은 기술의 발전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전자호구라는 도구와 규칙의 변화 또한 큰 영향을 미쳤다. 이처럼 하나의 무술 안에서도 큰 변화가 있을 수 있다.

 

무에타이에서 유명한 모 선수의 발차기를 보면 나래차기부터 시작해서 뒤후려차기 등 발차기가 영락없는 태권도 기술을 구사하는 선수도 있다. 혹은 올림픽 진출을 노리는 가라데의 쿠미테(겨루기)를 얼핏 보면 스텝과 발차기가 태권도와 구분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이들의 기술을 태권도라 할 수 있을까?

 

물론 이들이 태권도를 잠시 배웠거나, 영감을 받았을 수도 있다. 만약 이것이 아니라면 선수 개인의 취향 혹은 경기룰의 영향으로 인해 수련하다가 깨닫고 터득하게 된 움직임일 수도 있다.

 

내 개인적인 견해는 이들이 위 예시 중에 어떠한 과정을 통해 해당 기술을 습득했다 하더라도 이들의 기술은 그냥 무에타이 혹은 가라데라고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 자체가 낙무아이(무에타이 선수), 가라데인이고 그 정체성을 기반으로 발전시킨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실 무술이라는 것이 인간의 몸으로 하는 것이다 보니 같은 상황(규칙)에서 싸우다보면 비슷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처럼 무술을 기술 자체로만 구분하기에는 어찌 보면 무리가 있을 수 있다.

 

이런 이야기는 깊이 들어가면 조금 복잡해지니 일단 각설하고, 다시 태권도의 이야기로 돌아와 보자.

 

과연 태권도의 원천源泉 기술, 즉 태권도의 핵심적 움직임은 무엇일까?

 

태권도의 핵심이니 태권도 기술을 살펴봐야겠다.

 

교본을 살펴보면 워낙 많은 기술이 나온다. 이 중 어느 것을 핵심 기술이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교본만 봐서는 모르겠으니 머리를 좀 비우고 간단히, 크게 생각해 보자.

 

태권도에는 크게 품새, 경기 겨루기가 있다. 어떤 분들은 시범도 있다!’라고 할 수 있겠지만 시범은 말 그대로 태권도 기술을 선보이는 장場을 의미하지 시범 자체가 어떤 기술 체계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럼 품새와 겨루기를 살펴보면 되는데, 또 어떤 분들은 품새 자체가 태권도 기술이고 이를 통해 겨루는 것이 겨루기다!’ 라고도 하실 수 있을 것 같다. 본질적으로는 필자도 같은 생각이다. 그러나 여기서 필자가 말하는 것은 품새와 경기 겨루기.

 

왜냐하면 이 둘은 본질적인 움직임 자체가 달라도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일단 기존의 공식 품새들은 손기술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경기 겨루기는 발기술을 주로 사용한다. 이는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필자 생각에 이 둘은 본질적으로 더욱 큰 차이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움직이는 방식의 문제인데, 품새는 걷는다.’ 그리고 경기 겨루기는 달린다.’

 

좀 더 자세히 이야기 하자면 품새를 살펴보면 앞서기, 앞굽이, 뒷굽이 등 어떤 서기와 움직임을 하던지 간에 대부분 양발을 걷듯이 번갈아가며 움직인다. 즉 양 발이 번갈아가며 신체의 체중이 모두 실려 있는 형태로 움직인다. 물론 학다리 서기처럼 한 발로 서거나 태극 5장의 마지막에 뛰듯이 하는 움직임이 있지만 품새 전체의 움직임 경향은 분명 한 발 한 발 걸어다니는 형태이다.

 

그러나 경기 겨루기는 좀 다르다. 요즘 전자호구로 바뀌면서 스텝이 많이 없어졌다고 하는데 어쨌든 경기 겨루기의 움직임 경향은 달리는 형태이다. 무슨 말인가 하면 빠르고 경쾌한 스텝을 뛰면서 순간적으로 '양 발이 모두 땅에서 떠 있는 움직임'이 발생한다. 발차기를 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 전진 스텝을 통해 좀 더 자세히 예로 들자면 겨룸새 자세에서 앞발이 먼저 가고 뒷발이 따라 오는데, 이것을 한 발 한 발 차근히 하는 것이 걷기 패턴’이라면, 양발이 거의 동시에 움직이며 말 그대로 뛰듯이 가는 것을 달리기 패턴’이라고 한다.

 

걷기달리기’! 나는 이것이 태권도의 품새와 경기 겨루기를 구분 짓는 핵심적인 움직임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연구 과정에 이 두 움직임 중 무엇을 더 태권도스러운 움직임으로 볼 수 있는가를 고민했다. 물론 둘 다 태권도 움직임이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자세히 설명할 수 있겠지만 두 움직임은 각자 장단점이 존재한다. 그렇기에 이 두 가지 움직임을 모두 포괄하는 것이 태권도라는 기분 좋은 결론에 도달 했지만, 그래도 타 무술과의 구분을 위해 굳이 한 가지를 선택하자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했다.

 

나는 이 과정에 달리기 패턴’을 선택했다. 품새 같은 경우 사실 중국무술의 일부나 가라데와 매우 비슷한 움직임과 패턴(걷기)이지만 경기 겨루기만큼은 전 세계 어떤 무술과 비교해도 독특한 움직임이라 판단됐기 때문이다. 물론 달리기패턴의 스텝은 다른 무술에도 많다. 복싱과 팬싱같은 경우도 비슷한 스텝을 사용한다. 그러나 이들은 손(무기)을 사용하는 무술이지, 발차기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태권도의 특성은 달리기 패턴을 기반으로 하여 주로 발기술을 다양하게 구사하는 움직임이라는 나름의 결론에 도달했다. 위 결과를 바탕으로 손기술이나 유술 등 태권도 교본과 품새의 다양한 기술을 적용하려는 것이 내가 추구하는 태권도 기술체계의 핵심이다.

 

ITF태권도는 사인웨이브signwave라는 움직임이 있고, 택견에는 오금질 혹은 품밟기라고 풀리는 움직임이 있다. 이 자체는 공격이나 방어의 기술이라기보단 하나의 움직임 원리일 뿐이다. 대신 이 움직임이 해당 무술의 모든 기술에 적용된다. 그렇게 ITF, 택견은 매우 독특하고 유니크한 원천源泉 움직임이 공식적으로 존재한다.

 

필자는 우리 태권도에도 이런 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떤 사범님 분들에게는 이미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명칭과 수련법이 제도적으로 결정된 바가 없어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체계가 잡히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필자는 태권도의 태跆를 따서 태력跆力이라는 명칭을 만들고 그 체계를 연구했다. 跆가 태권도에서는 발기술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자의字意적으로 보면 밟을 태跆. 모든 힘은 땅을 밟아 형성되는 지면반력이 그 핵심이다. 그래서 땅을 밟아 생성되는 힘을 자유롭고 온전히 사용할 수 있는 몸 상태를 만들고, 이를 통해 수많은 기술에 적용하는 방법의 체계를 만들고 최근 지도를 시작했다.

(걷기 패턴과 달리기 패턴도 결국 지면반력을 통해 형성된다.)

 

하지만, 이는 나와 내 수련생들, 나의 기술에 관심을 갖고 있는 분들이나 알 뿐, 당연히 태권도의 대표성을 띄지 못한다. 사실 부족한 점이 아직은 많아 그렇게 될 수도 없을뿐더러 그저 나와 내 제자들, 마음이 맞는 분들에게 공유되면 족할 뿐이다.

 

각설하고 태권도는 아직 원천적 움직임 원리가 공식적으로 정리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움직임을 연구하고 개발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이런 움직임이 개발되고 정의되면 우리만의 특성을 더욱 본질적으로 잘 주장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무카스미디어 = 이동희 사범 ㅣ jsrclu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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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희
이동희 태권도 관장
이동희 실전태권도 저자
실전태권도 수련회, 강진회强盡會 대표
대한태권도협회 강사
#이동희 #실전태권도 #핵심기술 #가라테 #전자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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