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철 칼럼] 교육으로 포장하는 지도자들의 '민낯'


  

올바른 인성에 대한 담론이 필요한 시대

아이들에게 청소를 통해 무언가 가르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서 아이들에게 청소 방법을 알려주고 시키게 되었다.

 

사실 아이들이 청소한다는 것은 편해질 기회가 내게 주어진 것이다. 다소 만족스럽진 못하지만, 우리 시대의 스승님이 했던 것처럼 나 역시 청소를 하면 무엇을 배울 거라 생각을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청소 상태가 조금씩 불량스럽기 시작했고, 어떻게 해서든지 빨리 끝내고 가려는 아이들을 보면서 근본적 문제에 대한 고민을 다시 시작했다.

 

“청소하면서 아이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배울 수 있을까?”

 

그렇게 될 거라 믿고 지시를 내렸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대상은 그저 귀찮은 숙제에 불과했을지 모른다. 교범 역시 실제 리더쉽이라는 명분으로 사범이라는 인력을 대체하기 위한 얄팍한 수작일지 모른다. 그것을 통해 어떠한 교육적 의미나 다른 가치들을 발견해 낼 것으로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지도자의 민낯만 자리 잡고 있다.

 

도장은 깨끗해야 한다. 결론은 내가 다시 예전처럼 정성을 들여 청소하면 된다. 그렇게 결정을 하고 입시 수련생들에게 청소를 시키지 않고 그 시간에 운동을 더하자고 했다. 그리고 혼자 청소를 했다. 구석구석 먼지 한 톨 없는 것 같다. 피죤도 뿌려 걸레질을 하니 도장에 향기도 난다. 쾌적한 환경에서 아이들이 수련할 수 있으니 이것은 가치 있는 일이다.

우린 여전히 우리의 이익과 편안함을 가치로 포장하여 그것을 교육적인 것처럼 수련생들에게 주입하고 있진 않을까?

 

예전 총장기 시합 참석했던 경험이다.

여전히 학부생들이 허드렛일을 하고 있었다. 분명 노동과 교환되는 자본을 받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내가 다닐 때와 동일하게 허리를 숙여 90도로 인사를 하고 있었다.

 

'아카데믹'이라는 뜻에 따라 만들어진 대학에서, 부모들이 인성교육을 기대하고 보냈던 태권도장의 수련생들이 진학한 태권도학과에서, 본인의 적합한 노동의 권리를 배우지 못하고 교수들이 시키면 당연히 주말을 반납하고 해야 하고, 일면 일식도 없는 사람들에게 교수들이 시키면 90도로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있고, 교수 혹은 누군가가 자신의 미래를 이끌어 줄 거로 생각하게 만드는 교육의 형태!

 

내가 다닌 2000년쯤 대학과 지금의 대학과 별 차이가 없다는 게 내게는 적잖이 충격적이었다.

 

인성의 본질적 담론은 서양과 동양의 가치 차이를 이해해야 한다. 동양적 가치는 어떤 추상적인 개념이나 초월적 존재에서 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맺고 있는 관계 속에서 구하는 그런 구조이다.

 

그에 반에 서양적 가치는 존재론적 가치를 추구하기에 모든 가치의 발현은 ‘나’로부터 시작이 된다. 그래서 '자기 계발'이라는 관점은 서양적 가치를 추구하는 바이며, 그것은 동양적 가치로 치환했을 때 자기 계발은, 발전의 개념이 아닌 관계를 통해 만들어지는 가치관이라 볼 수 있다.

 

그것이 왜곡되어 지금의 인맥이 된 것이고 그 인맥은 나날이 괴물이 되어 서로를 갉아먹고 있다.

 

건강한 관계를 맺기 위해 인성이 존재하는 것이라면,

'인사는 왜 해야 하는가'에 대해 집중하지 말아야 하며,

'인사는 왜 필요한가'에 대해서 집중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가르쳐야 할 것이다.

 

그래서 교수들은 학생 스스로가 존경심에 우러나와서 인사 할 수 있도록 행동거지를 바르게 해야 하며, 지도자들 역시 수련생들에게 함부로 지시하면 안 될 것이다.

 

인성, 예의 혹은 사제 간이라는 명분으로 우리는 그동안 너무 부끄러운 행동들을 많이 해왔다.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면 이제는 근본적인 ‘인성’에 대해서 물음표를 던져야 할 것이다. 기회가 된다면 상업적 노선에 존재하는 인성이 아닌 그보다 더 근본적인 인성에 대한 담론을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 글 = 정준철 사범 | bambe7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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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철
긍휼태권도장 관장

브랜드발전소'등불'대표
대한태권도협회 강사
TMP격파팀 소속
<도장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겠습니다>
#정준철 #칼럼 #인성 #권위 #총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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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갑질 한국을 만드는 지도자

    나는 예전 국민학교.중학교, 고등학교 시절 학교 교실도 청소하고 군대에서는 선임 군화, 식기도 닦고 현장 일을 배우면서 체험했다 현장을 잘알게된 나는 선임이 되어가면서 관리자처럼 후임들에게 청소나 작업도 전수하고 감독도 했다
    청소가 왜 나쁘다고 생각하고 내가 봉사하고 헌신하는 것이 왜 지도자들이 지탄 대상이 되어야하나?
    요즘은 어린아이들 주변에 선생님들이 넘쳐나고 칼럼 쓴분처럼 과잉 서비스로 인해 개인주의 이기주의 아이들이 성장하고 있다 오히려 그것이 지도자 민낯 아닌가? 자신이 속해있는 도장을 깨끗이하고 친구들도 추천하여 자신이 속해 있는 도장이 발전을 바라는 마음을 애정을 갖는 것이 좋지 않을까? 청소는 민낯이고 흰띠 인도 는 정당한가? 지도자 민낯을 나쁜 의도로 깍아내린다면 청소말고 자신의 도장은 어떤지 하나부터 열까지 교육이라는 미명에 영업 행위를 하고 있지 않은지? 자신에게 되묻기 바란다 도장은 사업이다 그것이 팩트이다 교육이라고 수련생과 부모에게 부정하는 것이 민낯보다 더욱 나쁘다 생각한다 그냥 도장을 사업으로 보자 더이상 위선자가 되지 말자 사업과 생계, 직업으로 인정 하고 깨끗한척 위선 행위하지 말자 교육자인척 이중 인격자 되지 말자 도장을 교육사업이라고 생각하면 복잡하지 않다
    청소 갖고 지도자 민낯이라하는 것은 빙산의 일각을 갖고 논리를 주장하는 것이다
    청소말고 교육의 이중성, 경영의 이중성 갖고 지도자들의 변화를 얘기하는 것이 진심있는 글 아닐까?
    대한태권도협회 강사 답게 지도자 정체성에 대해 지적하는 것이 대한민국 태권도 미래가 밝을 것이다

    2019-08-06 01:58:33 수정 삭제 신고

    답글 0
    • 무도인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저도 도장을 운영하지만, 도장청소는 지도진이 해야한다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고있고
      선생님 말씀처럼 요즘 태권도장의 과잉서비스로 인해 이기주의 아이들이 성장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도장을 운영을 하는 저도 어릴적부터 쭉 태권도장에서 청소를 하였지만,
      그때부터 지금까지 태권도장 청소를 통해 얻은것(?)은 없다고 봅니다. 얻는 것이 있다면
      태권도장 청소하는방법(?)
      그렇습니다. 선생님이 생각하는 것처럼 지금의 아이들이 선생님과 세대차이 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선생님과 요즘의 태권도 관장들과의 세대차이도 크다는 것입니다.

      2019-08-08 15:01:08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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