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희 칼럼] 태권도는 공식적인 창시자가 없다?!


  

태권도의 기술적, 사상적으로 ‘절대자’가 없었다.

저번 시간에 태권도의 자유로움에 대해 생각해본다고 했다.

 

그렇다! 내 생각에 태권도는 자유롭다.

 

물론 어떤 곳이나 보수와 진보가 존재한다. 이 둘은 첨예하게 대립하긴 하지만 지금까지 태권도의 행보를 보자면 진보적인 성향이 강하지 않을까 싶다.

 

예컨대 기존의 공인 품새를 넘어(?) 새품새를 만들기도 하고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자유품새가 유행하고 있다. 경기 겨루기는 룰을 갈아치워 바꾸기도 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경기에서 사용하는 기술의 형식이 변화하기도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시범 공연에서는 정통적 시범을 탈피하여 태권도가 아니라고 할 수 있는 체조기술을 도입하기도 하며, 심지어는 음악과 춤을 적용하기도 한다. 그 외에도 말하자면 얼마든지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를 모두 '태권도'라고 할 수 있는가.

이에 대해 논하자면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고 이견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태권도의 5대 정신.

 

예의, 염치, 인내, 극기, 백절불굴... 이는 사실 국기원, WT(?)에 기반한 태권도 정신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는데, 이는 사실 ITF5대 정신이다.

 

물론, ITF도 자랑스러운 우리의 태권도 문화이다. 지금은 국기원(혹은 WT)과 구분되어 다른 길을 걷고 있지만 말이다. 아무튼 적어도 국기원을 기반으로 한 태권도인이라면 우리의 정신이 바로 이 5대 정신이다.’라고 이야기하려면 일단 이것은 ITF 측의 공식 정신임을 알고 사용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태권도(국기원)자유로움을 논하자면서 갑자기 정신 이야기는 왜?

 

왜냐하면 이 정신이라는 것도 우리 태권도(국기원)에서는 여러모로 정의를 시도하며 변화를 주기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 태권도는 기술, 문화, 정신 측면에서 매우 자유로운 행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필자 생각에 '이는 공식적인 창시자가 없다'는 요인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필자와 다른 생각을 가진 분들에게는 논란의 여지가 큰 발언일 수도 있겠다. <태권도의 창시자는 최홍희이다>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특히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필자가 한 발 물러나 말을 돌리자면, 그런 분들의 생각을 반박한다거나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히지는 않겠다.

 

다만 이것을 이야기 하고 싶다. 지금까지 우리 태권도(국기원 혹은 WT)에는 행정적, 정치적으로는 몰라도 기술적, 사상적으로 절대자가 없었음은 사실이다.

 

어떤 창시자절대자가 있고, 이런 사람이 '태권도의 기술과 정신은 이러저러한 것이다!' 라고 못 박아 놓으면 후대에서 이를 수정하거나 바꾸기는 매우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러나 다행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현재 우리의 태권도는 이런 부분에서 큰 제약 없이 매우 자유롭게 행보하고 있음은 사실인 듯하다.

 

무언가를 주장하고 세상에 내놓는 과정에 대중, 사람들의 평가는 있을지언정 누구 하나의 눈치를 볼 일은 없으니 말이다.

 

나는 어찌 됐든 우리 태권도의 생명력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본다.

 

자유롭기 때문에 누구나 본인의 철학과 기술을 세상에 주장할 수 있고, 여기서 세상의 평가를 받고 뜻이 같은 사람들은 자유롭게 조직을 만들어 활동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각자 따로 떨어져 행보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국기원 혹은 대한태권도협회 아니면 WT? 뭐라 불러도 좋으니 우리 태권도라는 필드 안에서 함께 뭉쳐 행보한다.

실전태권도의 가치를 함께 실현하고 계시는 '강진회' 사범님들 중

이렇게 얽히고 설키는 과정 중에 우여곡절도 있지만 성장하고 있다고 나는 믿는다.

 

다만 나는 태권도의 본질인 기술적 측면을 좀 더 자유롭게 다루는 문화가 생겼으면 한다.

 

나 자신은 내가 참으로 진보적인 태권도관을 지녔다고 생각하지만 이런 부분을 보면 또 보수적인 듯도 하다.

 

예컨대 솔직한 말로 음악, , 기계체조, 줄넘기... 이것들만 따로 빼놓고 봤을 때 이것들은 태권도가 아니다. 이 견해에서만큼은 나는 한 발자국도 물러설 수 없다. 그러나 이것을 태권도와 접목을 하고 그것을 태권도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바로 이런 점이 태권도의 자유로움’, ‘유연함이 아닐까.

 

, 그럼 태권도가 아닌 것을 접목해서 태권도이다라는 주장도 하는 판에... 본래 태권도의 기술인 것을 조금 응용한 것 가지고 태권도가 아니다라고 한다면 이 무슨 모순인가 말이다.

 

이 글을 보고 계시는 분 중에 태권도에 주먹으로 얼굴을 지르는 기술이 있다고 생각하시는가? 아니면 없다고 생각하시는가?

본 도장 겨루기 수련 중, 얼굴 지르기를 하고 있다.

태권도인이시라면 누구나가 아시다시피 당연히 있다.

 

교본에도 품새에도 기본동작에도 얼굴지르기는 있다.

 

, 그렇다면 본래 태권도에 있는 이 기술을 가지고... 허리춤에서 지르는 것이 아니라 소위 말하는 가드를 올리고 턱 옆에서 지르는 식으로 응용이나 변화를 하면 이건 왜 복싱이나 타 격투기라 하는가?

 

왜 이런 것들을 태권도로 보지 못 하는가?

 

음악 틀고 공중을 돌거나 스텝 밟고 웨이브 좀 타면 태권체조혹은 자유품새라 하면서, 본래 있는 태권도 기술을 위치 좀 바꿨다고 태권도로 보지 못한다면.

 

이것은 상당한 모순이지 않을까 싶다.

 

물론 최근에는 이런 풍토가 상당히 없어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다행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내 생각에 조금 더... 조금만 더 자유롭게 우리의 기술을 다뤘으면 좋겠다.

 

예컨대 복싱이나 무에타이, UFC에서 하는 종합격투기를 봐도 대부분의 기술들을 태권도 기술이라 해도 어색함 없이 볼 수 있고, 그렇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이들이 태권도를 한 것이라고 왜곡 하라는 것이 아니다. 단지 그런 곳에 나오는 기술들도 태권도 기술들을 응용해 충분히 발현할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태권체조를 하는 만큼, 공중에서 도는 만큼, 경기의 룰을 바꾸는 만큼...

 

우리의 기술들을 자유롭고 유연하게 생각해서 발전시키는 풍토가 더 강렬해지고 자리잡히길 바라며 이번 글을 끝맺는다.

 

[글 = 이동희 사범 ㅣ jsrclub@nav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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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희
이동희 태권도 관장
이동희 실전태권도 저자
실전태권도 수련회, 강진회强盡會 대표
대한태권도협회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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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사범

    I totally agree with that. 이동희 사범님의 생각에 동의합니다. 예를 들어 전통 유도는 스포츠화가 되고 그레이스 가문에서 변형된 Jujitsu 가 탄생 됨으로서 굉장히 애매(?)한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차라리 태권도가 Jujitsu 와 같이 진화 되더라도 다른 무술이 아닌 태권도가 될 수 있는 것이 필요하며 모든 무술은 발전해야 합니다.

    2019-07-04 04:00:4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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