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희 칼럼] 태권도는 '격투 기능'이 핵심이다!


  

이동희가 생각하는 태권도 시범, 품새, 겨루기

 

나는 '실전태권도'라는 기치를 가지고 수련과 지도를 시작하면서 어쩔 수 없이 이에 대한 주장을 할 수밖에 없었다.

 

태권도는 무술(무예, 무도)이고 이는 당연히 격투 기능이 바탕이고 핵심이 되어야 한다.’

 

이것이 내 주장의 핵심이다. 아니, 내 주장이라기 보다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위 핵심 주장에 대해선 한 걸음도 물러설 생각이 없다.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는 매우 중요한 무술적, 태권도적 가치이다. 이러다 보니 나의 말과 언어 등 표현하는 말에 어찌 보면 보수적인 측면이 있을 수 있고 너무 강성일 수도 있겠다.

 

이러다 보니 으레 주위의 오해를 사기도 한다.

 

품새, 시범, 경기 겨루기 등 기존의 태권도 분야를 부정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

 

나는 위 세 가지 분야를 골고루 그것도 깊게 경험함으로써 그에 대한 애착이 누구보다 깊고 그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태권도의 시범 공연 측면을 보면 가히 전 세계 무술을 통틀어 세계 제일이라 볼 수 있다.

 

시범이란 무엇인가?

 

여러 정의가 있겠지만 말 그대로 시범이다. 태권도의 다양한 측면을 보여주고 이를 통해 대중에게 흥미를 갖게 하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만드는데 그 목표가 있다고 하겠다. 이를 통해 수련 인구 증가를 기대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는 전통적인 시범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6~70년대만 하더라도 전통적인 시범만으로 흥미를 돋울 수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현재는 그것만으로는 대중들의 관심을 얻기가 힘들다고 생각한다그러니 여러 화려한 기술과 공연적 요소가 가미되어 시범을 하게 되는데 이 부분에 있어서는 태권도 가히 최고라 할만하다.

 

그렇다고 이러한 태권도 시범단원들이 그냥 만 하는 것이 아니라 태권도의 전통적, 기본적 기법을 모두 숙달하고 하는 것이다. 그러니 화려한 기술을 선보여도 그것이 사람들 눈에 보이던 보이지 않던 간에 태권도의 기본이 다 녹아들어 있는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있다. 이 비판적 시각에도 분명 일리가 있지만 그럼에도 태권도 시범 공연은 지금과 같은 방향이 맞다고 생각한다. 그래야만 요즘 세상에 목적한 바를 이룰 수 있다. 일단 시선을 끌어야 그 이후에 전통적 가치던 뭐든 전달하지 않겠는가.

 

사람들이 관심의 눈길조차 안 주는데 전통, 정통 따져봐야 무슨 소용이 있는가 싶다. 물론 정말 소수의 정예 제자나 인연 닿는 사람에게만 전달할 경우라면 큰 상관은 없겠다.

 

그리고 품새는 어떠한가?

 

최근에는 새품새, 자유품새 등이 활성화되면서 시범 공연적 기술들이 가미되어 가고 있다. 필자가 품새 선수를 했을 시절만 해도 품새와 시범 기술은 교집합적인 측면이 매우 적었는데, 현재는 이 둘이 거의 합일(合一)되어 가는 것 같다.

 

화려한 기술도 기술이지만, 품새의 단순한 동작에 몸을 사용하는 법과 원리를 익힐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요소가 있다. 나의 경우 품새 선수를 하다가 격투기 선수를 시작했을 때 격투 동작 기술을 매우 빠르게 익혔다(물론 실제로 싸우는 감각은 다른 것). 이는 품새를 수련하여 몸의 움직임에 대한 이해가 높았기 때문이다.

 

, 품새는 자신의 신체 공부를 위한 매우 좋은 수련 체계이고, 이에 대한 중요성은 백 번 강조해도 과하지 않다.

 

그러나 이에 대한 비판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이는 다름이 아니라, 태권도 하면 발기술이 가장 두드러지는 특성이라 할 수 있는데 품새의 움직임과 큰 괴리가 있다는 것이다.

 

, 겨루기의 다양한 발기술 원리가 품새에는 담겨 있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기존의 공인 품새는 몇 십년 전에 만들어졌고, 경기는 계속 발전해 가는 것이니 이것을 그 때마다 품새에 담기는 힘들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품새에는 태권도의 발기술적 특성이 너무 없는 것은 사실이다. 물론 이를 좋게 생각하면 태권도에는 다양한 특성이 공존하고 이를 모두 포괄하는 수련이다.’ 라고 할 수는 있겠다.

 

아무튼 최근에 만들어진 새품새에는 발기술적 특성이 기존의 공인 품새보다 훨씬 많이 추가되어 있다. 하지만 이조차 아크로바틱적 요소가 강한 듯해 아쉬움이 남는다.

 

 

다음은 경기 겨루기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다.

 

솔직히 필자는 태권도 경기 겨루기야 말로 태권도의 핵심이라 본다. 동의하지 않으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언젠가 인류가 멸망해 태권도에 대한 기록을 단 하나만 남길 수 있다고 한다면, 나라면 주저 없이 경기 겨루기를 택할 것이다.

 

품새, 시범에 대한 것은 단 한 줄도 남기지 못한다 하더라도 경기 겨루기를 택할 것이다. 그만큼 태권도 경기 겨루기는 전 세계에 유래가 없을 정도로 유니크한 기술체계를 이루고 있다.

 

사람이 태어나 죽을 때까지 발을 허리 이상으로 높일 일이 얼마나 있을까?

 

일부러 운동을 하려고 하지 않는 이상 평생 그럴 일은 없을 수도 있다. 이처럼 인간이 발을 잘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사실은 이상한 일이다이렇게 어려운 일은 태권도는 하고 있다. 과장을 조금 보태면 발을 손보다 자유롭게 사용하는 것이다. 이러니 웬만한 수련으로는 어림없다.

 

여기까지만 보면 태권도는 비합리적으로 실용적으로 사용하기 어려운 무술이라 생각할 수 있다. 실제로 이런 측면 때문에 타 무술과 붙었을 때 지는 경우가 비일비재 한 것이다.

 

생각해 보자. 우리가 일상에서 편히 사용하는 손으로 싸우는 것과 잘 사용하지 않는 발로 싸우는 것. 일반인 기준으로 누가 더 유리하겠는가? 당연히 손으로 싸우는 것이 유리하지 않겠는가. 사실 이런 점 때문에 태권도가 약하다는 평을 받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생각만 약간 바꾸면 매우 다르게 와 닿을 수 있다.

 

이것은 태권도가 매우 고급 무술이라는 반증이 될 수 있다.

 

, 무협지 같은 것을 봐도 최고의 상승 무공, 기술들은 익히는 것이 어렵지 않은가. 그러나 제대로 익혀 놓으면 적수가 없다.

 

내 생각에 태권도 기술이 그렇다. 사정거리가 길고 강력한 파워를 가진 발차기, 그리고 빠르고 다양하게 사방팔방 예측할 수 없는 움직임을 만드는 태권도 스텝을 시간과 공을 들여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게 되면 상대 입장에서는 매우 까다롭게 된다.(물론, 여기에 기본적인 손기술과 몸싸움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전제된다.)

 

그렇다고 다른 기술처럼 남들이 시간 좀 들여서 배운다고 함부로 흉내 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나는 이것이 태권도의 단점이면서도 최고의 장점이라 본다.

 

그리고 이것을 가능케 하는 것은 태권도 안에서도 경기 겨루기적 요소이다. 물론 이 또한 발펜싱이니 뭐니 비판적 시각이 있다. 그렇다고 해도 태권도 발기술은 전 세계 어떤 무술에서도 찾을 수 없는 특성을 가지고 있고 이는 크나큰 장점이다.

 

이처럼 내가 볼 때 태권도는 여러 방면에서 유래 없는 발전을 이루었다.

 

나같은 사람도 이런 커다란 태권도가 있기 때문에 이 품 안에서 내 주장도 나름대로 하고 깝죽대면서 조금이나마 활개치고 다닐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진심으로 자랑스럽다.

 

다음 칼럼에 자세히 이야기 하겠지만 이런 태권도의 발전이 가능했던 것은 바로 자유로움’과 '유연함'이라고 본다.

 

앞으로도 태권도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하면서 다음 칼럼에서는 '자유로움'과 '유연함'을 가지고 더욱 즐겁게 태권도에 대해 이야기 해봐야겠다.

 

[글 = 이동희 사범 ㅣjsrclu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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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희
이동희 태권도 관장
이동희 실전태권도 저자
실전태권도 수련회, 강진회强盡會 대표
대한태권도협회 강사
#이동희 #실전태권도 #칼럼 #시범 #품새 #겨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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