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희 칼럼] 아직도 ITF를 '북한 태권도'로 알고 계신가요?


  

[유승희가 전하는 ITF 스토리] 1화 - ITF 태권도에 대해 알아보자!

칼럼 연재 요청을 받은 뒤 어떤 주제로 글을 시작할지 많이 고민했다.

 

태권도 종주국임에도 제목처럼 아직 ITF 보다 ‘북한 태권도’라는 명칭이 더 익숙한 국내 상황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국내의 여러 타 무도 사범님과 자주 자리를 함께하는데도,이러한 오해는 무도계라고 해서, 또 사범님들이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15년 전에 비하면 ‘ITF 태권도’ 라는 단일한 종목에 대한 인지도는 높아졌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이 아직 '북한 태권도'가 더 친숙한 현실이 지도자이자 수련자로서 또 태권도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가슴 아프다.

 

엄연히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두 개의 태권도이지만, 언론부터 앞다투어 WT는 남한 태권도, ITF는 북한 태권도로 딱 잘라 나눈 지 오래되었다. 우리 태권도가 분단된 조국처럼 남북으로 동강 나버린 것도 무리는 아니다.

따라서 이런저런 고민 끝에 필자의 분야인 ITF가 대체 무엇인지 독자 여러분께 차근차근 알려 드리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된다.

 

일단 ITF에 대한 오해부터 풀어보기로 했다. 물론 필자도 태권도에 대해 완벽하지는 않으며 감히 그럴 수도 없다. 다만 대한민국에서 약 16년 동안 ITF를 현장에서 보급하고 있는 한 명의 지도자로서 보고 느낀 점을 토대로 글을 전개하고자 한다.

 

ITF는 1966년 3월 22일 서울의 옛 조선호텔 로즈룸에서 (월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서독, 미국, 터키, 이탈리아, 아랍공화국, 한국) 9개국이 모여 창설된 대한민국 최초의 태권도 국제기구이다. 현재 우리에게 익숙한 올림픽 종목의 태권도인 WT는 1973년에 창설되었다.

 

ITF=북한 태권도, WT=남한 태권도의 오해 가득한 공식은 아마도 1972년 캐나다로 망명한 창시자 故최홍희 총재와 초기 사범님들이 1980여년대 초반, 북에도 보급한 사실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제 이 칼럼을 읽는 여러분들께 오해는 없기 바란다.

 

대한민국 육군 창설 멤버 100명 중 한 명인 故 최홍희 장군의 행보가 정치적으로는 왜곡되어 보일 수 있으나 실질적인 반한 활동을 한 것은 없다. 오로지 당당한 민족주의 정신으로 한민족에게 동일한 태권도를 보급하고자 하신 것일 뿐. 그 행동 자체가 반한 활동이라 한다면 필자 역시 할 말은 없다.

 

물론 처음에는 故 최홍희 총재도 북에 보급을 하는 것을 꺼리셨다고 한다. 북에 ITF 보급이 결정된 이후 주변의 많은 사범님들이 떠나간 것도 사실이다.(현재 ITF의 원로 사범님이자 당시 故최홍희 총재 측근 이셨던 한 분은 젊은 시절 이 소식을 듣고 낮에는 함께 북한 보급을 결정했다가 밤새 고민하고 아침에는 다시 번복하는 등의 에피소드도 있었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세상이 많이 바뀐 지금도 이념 논쟁은 예민하고 어려운 문제다. 그럼에도 지금보다 훨씬 냉혹하던 그 시대에 몇몇 태권도인들의 용기와 노력, 열의로 북에도 우리나라 ITF태권도가 널리 퍼지게 된 것이다.

 

근래 남북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서로를 알리는 데에 무엇보다 태권도가 많이 활용되고 있다.

 

다만, 앞서 언급했듯이 북한 태권도와 남한 태권도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우리의 태권도를 북에서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먼저 정확히 알려져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의 모든 태권도 수련자들이 오해와 불편함 없이 자부심을 갖고 즐겁게 수련할 수 있지 않을까.

 

중앙도장 개관 후 5년이 지난 지금에도 수련자들은 여전히 주변인들에게 ‘ITF태권도를 하고 있어요’ 하면 대부분 모르거나 ‘아, 사람 죽이는 북한태권도?’ 하고 오해하고 있는 지인들이 많아 쓴웃음을 짓는다고 하니 지도자로서 가슴이 아프다.

 

물론 이제 와서 닮은 듯 달라진 두 개의 태권도를 어찌 할 방도는 없어 보인다. 그러나 최소한 단순히 이분법적 논리로 가르지 말고 역사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잘못된 인식을 바로 잡을 수는 있다. 한 집안의 형제가 외모도 성격도 성장 환경도 다르다고 해서 남남일 수는 없지 않은가. WT와 ITF의 관계도 그와 같다.

 

한국을 대표하는 두 갈래의 태권도가 서로를 인정하고 각자의 장점을 교류 및 활용한다면 태권도 또한 더욱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문화로 안착되리라 생각하며 첫 칼럼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들께서도 넓은 마음으로 ITF에 흥미를 갖고 받아들여 주신다면 앞으로 연재될 내용이 훨씬 더 의미 있게 다가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태권!

 

무카스미디어는 일선 태권도장 지도자의 이야기를 공유하기 위해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금요일에 다양한 칼럼리스트의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유승희가 전하는 ITF 스토리]는 매월 셋째주 화요일과 금요일에 공개됩니다. 무카스는 태권도, 무예인의 열린 사랑방 입니다. 무카스 칼럼을 통해 일선 태권도장 지도자들의 공감대가 형성되길 바랍니다. - 편집자주.

 
[글 = 유승희 사무총장 ㅣ pride655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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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희
현) 사단법인 국제태권도연맹 대한민국협회 사무총장
현) 국제태권도연맹 대한민국협회 중앙도장 지도사범

2017 ITF코리아오픈국제페스티벌&아시아태권도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 사무총장
2017 ITF일본 도쿄 챔피언쉽 대한민국 선수단 단장
2018 ITF아르헨티나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대한민국 대표단장 및 수석코치
#유승희 #ITF #칼럼 #남한 #북한 #태권도 #최홍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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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동석

    ITF는 1966년 3월 22일 서울의 옛 조선호텔 로즈룸에서 (월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서독, 미국, 터키, 이탈리아, 아랍공화국, 한국) 9개국이 모여 창설된 대한민국 최초의 태권도 국제기구이다. 현재 우리에게 익숙한 올림픽 종목의 태권도인 WT는 1973년에 창설되었다.
    ITF 1966년 서울에서 창설, WT 1973년 창설, 2개 모두 대한민국에서 창설 되었네요
    글 잘 읽었습니다

    2019-04-17 18:59:27 수정 삭제 신고

    답글 0
    • 유승희

      또다른 우리의 태권도 관심에 감사합니다^^

      2019-04-17 19:39:4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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