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무희, 카포에이라의 '기본 의례'
발행일자 : 2002-09-27 00:00:00
조영주
태권도, 가라테, 무에타이, 쿵푸. 이 지구상에는 우리가 직접 익히거나, 현재 수련 중에 있지는 않지만, 이름만 들어도 익히 그 내용을 알 수 있는 무술에서부터 전혀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무술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한 무술들이 존재하고 있다.
무술의 역사는 인류가 지구상에 존재한 이래로 인류의 역사와 그 궤를 같이 할 정도로 실로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브라질의 무술 카포에이라 역시 그 탄생 배경을 살펴보면, 아프리카 노예의 역사와 동일선상에 놓여있다. 탄생배경에 대해서는 지난 기사를 참고하길 바라며, 이 장에서는 카포에이라의 기본 의례(‘호다’의 진행 의례)와 수련복장, 승급 체계에 관해 소개하고자 한다.
‘호다’의 의례에 대해
‘호다’란, 앞서 언급한 바 있지만, 카포에이리스타가 ‘조고(겨루기)’를 시연하기 위한 멍석-멍석을 깔아주면 하던 舞엇(?)도 안한다는데-이라 생각하면 된다.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인위적인 원(=호다)안에서 두 명의 카포에이리스타가 조고를 펼치는 데, 이 때 사람들에 의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원이 바로 ‘호다’이다.
카포에이라 수련 시의 분위기는 타 무술에 비해 상당히 자유분방하다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카포에이라는 ‘유희(놀이)’적인 면이 강하기 때문에, 타 무술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격식과 의례가 적은 편이다. 오히려 호다를 행할 때 하는 의례조차 평소의 수련 모습과 비교해 보면 의아하게 비춰질 정도이다.
실례로, 카포에이라의 본고장인 브라질-아프리카에서 전래되었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무술로써 꽃피워진 것은 브라질이다-에서 조차, 지역에 따라 호다 진행 의례는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아예 생략되는 경우도 많다.그나마 호다 의례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곳은 본고장 중의 본고장 ‘바이아주(Bahia洲)’ 정도를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 더구나 이곳에서 조차호다 진행 의례에 대한 통일된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제부터 소개하고자 하는 카포에이라의‘호다 진행 의례’는 가장 보편화되고 일반적인 것을 바탕으로 했다. 진행 순서는 다음과 같다.
라다이냐(ladainha)à칸도·데·엔토라다(canto de entrada)à코히도(corrido)à조고(jogo) 개시
라다이냐(ladainha)
라다이냐(ladainha)는 포르투갈어로 ‘장가( 長歌)’라는 의미로 말 그대로 약간 긴 노래라는 뜻이다. 비링바우 연주자 중 한명이 연주를 하며, 부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노래 가사는 노예들의 애환을 담겨있거나, 고향에 대한 찬양, 상대에 대한 도발적인 내용이 담겨있기도 한다.
칸도·데·엔토라다(canto de entrada)
라다이냐의 후렴구와 같은 성격으로, 찬양의 성격을 띄고 있으며, 라다이냐의 구절이 끝남과 동시에 ‘이예, 비바’와 같은 구절이 이어진다. ‘엔토라다’는 ‘입장’을 뜻하는 말로, 라다이냐를 부르는 사람이 ‘이에, 비바·메우 데우스’라고 외치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그 것을 되받아서 ‘이에, 비바·메우·데우스·카마라’라고 이어 받는다. 경우에 따라서는 ‘칸토·데·엔토라다;를 생략한 채 바로 코히도를 시작하기도 한다.
코히도(corrido)
카포에이리스타들의 ‘조고’가 진행되는 사이에 불려지는 노래. 선창자의 리드에 대해 주변 인물들이 정해진 추임새를 넣어 흥을 돋구며 부른다. 코히도의 리더는 라다이냐를 불렀던 사람이 계속 맡아 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사정에 따라 다른 사람으로 대체되기도 한다.
수련복장
베일에 싸여있던 남미 브라질의 무술 ‘카포에이라’가 알려지게 된 계기는 아마 가정용 TV 게임 ‘철권’과 일본계 미국 액션배우 마크 다카스코스가 출연했던 영화 ‘온리 더 스트롱’을
통해서 였지 않았을까?
단단한 근육질 몸매를 갖춘 게임 캐릭터 ‘에디 고도’가 펼쳐내는 기술은 때로는 무술처럼 때로는 기계체조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저게 과연 어느 나라 무술이지, 무술이야, 아님 기계체조야?” 평소 무술에 관심을 갖고 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느꼈을 법한 당연한 궁금증이었을 것이다.
‘카포에이라’는 몇 해전 국내에서 방영된 TV 프로그램(아마, 지구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문화를 소개하던 프로그램이었던 것 같다)을 통해 무술을 모르는 일반에게도 그 실체를 드러냈다.
‘그룹의 문양이 선명하게 새겨진 흰색 T셔츠, 재봉선 부근에 세로로 된 긴 한 줄 무늬 팬츠, 그리고 바지가 흘러 내릴까 봐 질끈 둘러맨 허리띠’(사실, 카포에이라 수련자들이 통일된 수련복장을 착용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된 역사를 갖고 있지 않다) 카포에이라 수련복장을 하고, 비지땀을 뻘뻘 흘리며, 국위선양(?)을 위해 애쓰던 어느 미남 탤런트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카포에이라의 전통 수련복장, 흰색 상,하의
사실, 언제부터 카포에이라의 수련복장이 흰색 상,하의로 정해졌는지 정확한 근거 자료는 남아있지 않다. 다만,예전부터 남미 브라질의 도시 중 하나인 ‘살바도르’라는 곳에서는 위,아래 백색 양복을 걸쳐 입고 카포에이라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자주 목격되곤 했다.
하지만,‘카포에이라=흰색’이라는 등식 이전에 ‘흑인들은 행사 복장으로, 또는 외출복으로 흰색 옷을 즐겨 입었다’는 말을 통해 볼 때, 추측컨대 그들 사이에서 ‘카포에이라’도 일종의 행사(?)라는 의식을 갖고 있지 않았을까?
긴 세로줄 무늬가 선명한 하얀 팬츠
‘카포에이라’ 수련자 중 상당수의 사람들이 ‘긴 세로줄 무늬가 선명하게 새겨진하얀 팬츠’를 즐겨 입는다. ‘많은 사람들이 즐겨 입는다’는 것은, 딱히 “카포에이라 수련 시에는 반드시 이것을 입어야 된다”고 정해진 규칙은 아니지만, 이미 암묵적으로 굳어진 전통이나 다름없다. 이미 전통이 되어버린 ‘긴 세로줄 무늬가 선명하게 새겨진하얀 팬츠’는 브라질로 끌려왔던 아프리카의 노예들이 카포에이라를 할 때 즐겨 입었던 것에서 유래하고 있다.
승급 체계에 대해
태권도, 가라테, 유도 등등이 지구상에서 나름대로 전통을 자랑하는 무술은 승단연한이나, 기술 습득 정도에 맞춰 레벨을 정해주는, 이른바 완벽(?)에 가까운 ‘승급체계’를 갖추고 있다. 특히, 태권도의 경우 이미 통일된 하나의 단체를 갖고 있어, 세계 어느 곳에서나 띠의 색깔과 단 수를 통해 그 사람의 수련 정도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카포에이라 역시 타 무술의 그것과 마찬가지로, 나름의 승급체계를 갖추고 있는데,허리에 두른 띠로 수련자의 단위(급수)를 파악할 수 있다. 다만,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그 기준이 수련 그룹에 따라 각기 다르며, 배색의 순서와 수련자에게 단위를 주는 판단은 전적으로 메스토레의 주관적인 판단에 좌우되고 있다는 점이다. 같은 색깔의 띠도 수련 그룹에 따라 단위 체계에 있어서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 일례로 녹색의 코르다운은 브라질 연맹의 경우, 제 1단계에 불과한 급수가 아바다의 경우에는 제 9단계의 베테랑이 갖는 급수에 해당된다.
코르다운(cordào)=허리띠
카포에이리스타(수련생, 경우에 따라서는 시연가)의 단위(급수=띠)를 나타내는데 사용되는 허리띠는 그 짜임새에 따라 ‘코르다(corda)’, ‘코르다운(cordào)’, ‘코르데우(cordel)’ 등의 호칭으로 불려지는데, 그 중 가장 일반적인 호칭이 ‘코르다운(cordào)’ 이다.
카포에이라에 최초로 승급 시스템을 도입한 이는 헤지오날(현재 브라질에서는 헤지오날을 통칭 ‘카포에이라’라고 한다. 이하 카포에이라는 헤지오날을 의미한다)의 창시자인 ‘마스토레·빔바’였지만 당시 그는 허리띠 대신 목 스카프를 채용했다. 코르다운을 처음으로 도입한 곳은 ‘상파울로’혹은 ‘리오 데 자네이로’ 의 카포에이라 그룹이었다고 알려져 있다.
각 단체의 승급체계
앞서 잠깐 카포에이라는 수련 그룹에 따라 승급체계가 크게 다르다는 점에 대해서 언급한 바 있다.카포에이라를 대표하는 두 단체를 통해 상이한 승급체계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코르다운을 통해 본 승급체계는 다음과 같다.
브라질·카포에이라연맹(Conferração Brasileira Capoeira)
①초보자(aluno iniciante) : 코르다운이 없다
②세례를 받은 자(aluno batizado) :초록
③수련생(aluno graduado ) : 노랑
④수련생(aluno graduado) :파랑
⑤중급자(aluno intermediãrio) : 초록·노랑
⑥상급자(aluno adiantado) : 초록·파랑
⑦연수생(aluno estagiãrio) : 노랑·파랑
⑧졸업생(aluno formado) : 초록·노랑·파랑
⑨강사(monitor) : 초록·흰색
⑩선생(professor) : 노랑·흰색
⑪준사범(contra -mestre) : 파랑·흰색
⑫사범(mestre) : 흰색
①~⑧은 수련생의 범주에 속하며, ⑨~⑫는 교관의 범주에 속한다.
연맹은 수련생들의 승급에 대해서는 각 도장(아카데미아)의 메스토레(마스터)의 재량에 맡기고 있으며, 교관 이상의 레벨에 대해서만 연맹이 주최하는 강습회 등의 교육을 수강하도록 지도하고 있다. 참고로, 브라질 연맹이 정식 발족한 것은 1994년이다.
각각의 단위에는 최저 수련 기간을 정해두고 있다. 이 최저 수련기간을 경과해야만 다음 단계로의 승급이 가능하다.
아바다·카포에이라(ABADÁ Capoeira)
①초보자(iniciante) : 무색
②수련생(aluno) : 무색·노랑
③수련생(aluno) : 노랑
④수련생(aluno) : 노랑·오렌지
⑤수련생(aluno) : 오렌지
⑥수련생(aluno) : 오렌지·파랑
⑦상급수련생(aluno graduado) : 파랑
⑧상급수련생(aluno graduado) : 파랑·초록
⑨상급수련생(aluno graduado) : 초록
⑩상급수련생(aluno graduado) : 초록·보라
⑪강사(insrutor) : 보라
⑫강사(insrutor) : 보라·밤색
⑬선생(professor) : 밤색
⑭선생(professor) : 밤색·빨강
⑮준사범(mestrando) : 빨강
⑯사범(mestre) : 빨강·흰색
⑰최고사범(Grão-mestre) : 흰색
‘아바다’의 경우, 브라질 연맹(12단계)과는 달리 사범 자격을 부여 받기까지 16단계의 승급 단계를 거쳐야 한다. 코르다운의 색깔이 갖는 의미는 각각 다음과 같다
노랑=금, 오렌지=태양, 파랑=바다, 초록=숲, 보라=수정, 밤=카멜레온, 빨강=루비, 흰색=다이아몬드
16세 이하 청소년의 경우 별도로 정해진 규정에 따라 승급이 결정된다
최고사범은 항상 1명만을 인정하고 있는데, 현재 최고사범은 ‘메스토레·카미자·호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