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은 듯 친근함으로 다가온 무술, ‘까뽀에라’

  



서울시 외곽에 위치한 어느 무술 도장 안. 이국 무술의 신비함을 느껴보기 위해 찾아간 그곳은 텅 빈 도장의 분위기 만으로는 특별히 여느 무술 도장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다.

저녁 8시가 가까워질 무렵, 수련생 들이 하나 둘씩 도장 안으로 들어선다. 이때부터 도장 안은 조금 전까지의 한산함을 보상 받기라도 하려는 듯 수련생 들의 활기로 분위기를 일신해버린다.

30분 남짓 근육의 긴장을 풀기 위한 스트레칭 시간이 끝나자, 수련생들은 일사불란하게 원을 그리며 빙 둘러섰다.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원, 일명 ‘호다’라고 불리우는 이 원은 ‘조고’(까뽀에라의 겨루기)를 위한 전통 의례 중 하나이다.

마스터의 지시에 따라 베링바우(악기의 일종)가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조고가 시작됐음을 알리는 것이다. 이윽고 아타바크, 판데이로, 아고고 등의 악기도 제 각각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악기의 연주와 함께 노래도 시작됐다. 이국 문화 체험이 시작된 것이다.


오오오~~까뽀에라~~오오오~~~’노래 소리와 연주되는 악기의 리듬에 맞춰서 호다 안에서 조고를 펼치는 두 사람의 움직임도 다양한 변화를 보인다. 까뽀에라가 타 무술과 가장 크게 구별되는 요소는 무술 수련 시에 없어서는 안될 악기 연주와 노래. 그리고 화려한 춤사위와도 같은 동작들이다.
··.
이를 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흥이 난다. 이렇듯 까뽀에라는 낯선 모습으로 다가와 어느새 익숙하지 않은 어색한 친근함으로 우리 곁에 슬며시 자리잡기 시작한 것이다. 모르는 사람이 까뽀에라를 처음 접한다면 마치 악기의 연주에 의해 무용수가 춤을 추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킬 만도 하다.“사실,‘까뽀에라’라는 무술은 아프리카에 그 뿌리를 두고 있지만, 브라질로 끌려온 노예에 의해 새롭게 탄생된 무술이라 할 수 있습니다. 까뽀에라의 동작들이 댄스처럼 보이는 이유는 지배자들에 의해 노예들의 무술 수련이 철저히 차단 되었기 때문에 무술을 익히기 위해서는 춤으로 가장 할 수 밖에 없었던 거죠. 그렇지 않고서는 아예 무술을 익힐 수조차 없었으니까요” 최현화 씨(상계동‘카뽀에라코리아스쿨’대표)의 말이다.


까뽀에라는 타 무술 수련 시에 느껴지는 경직된 분위기와는 달리 환하고 자유스러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아마도 노래와 악기에서 흘러나오는 연주 리듬이 무술 수련 시에 느끼는 딱딱한 분위기를 희석 시켜주는 듯 싶다.

아직까지 까뽀에라는 우리에게 낯선 이국 무술에 속한다. 사실 까뽀에라를 지도하고 있는최 관장도 아주 우연한 기회를 통해 까뽀에라를 접했다고 한다.“제가 까뽀에라를 처음 접한 건 지금으로부터 약 6~7년 전쯤이었던 것 같아요.제 스승이셨던 ‘한국무술클럽 총관장님’(시흥동 소재 까뽀에라코리아스쿨 운영)께서 지나가는 말로 ‘이거 한번 해봐라 배워두면 괜찮을 거야’라는 말에 따라 자연스럽게(?) 까뽀에라 수련을 시작하게 됐으니까요. 그 당시에는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기본 스텝인 ‘징가’를 익히기 위해 하루에도 몇 시간씩을 투자했을 정도였으니까요”최 관장은 이렇게 거의 독학하다시피 어렵사리 익힌 까뽀에라 기술을 대중화시키기 위해 상계동 현재 위치에 ‘까뽀에라코리아스쿨’을 개설했다.

까뽀에라는 상당히 오랜 역사를 지닌 무술이지만, 발전을 위해 타 무술의 장점을 도입해 더욱 발전시켜 자기화시키거나, 항상 꾸준히 새로운 동작을 연구하고, 개발 중에 있는 오픈 마인드를 지닌 ‘현재 진행형의 무술’이다.

“저도 까뽀에라의 오픈 마인드에 맞춰 항상 정체되지 않는 무술인이 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제가 습득한 기술 중에서 평상시에 느끼지 못했던 단점을 보완 받거나, 새로운 기술을 익히기 위해 워크숍 기간에 맞춰 1년에 1~2회 정도는 호주의 모(母)그룹-‘Capoeira Filos da Bahia School(C.F.B.S, 브라질 최대의 까뽀에라 단체인 ‘무젠자’ 그룹 패밀리)’을 방문하고 있습니다. ” 최 관장의 말이다.

호주의 모그룹으로부터 필요한 악기나 유니폼, 기술교류, 바티자드행사(승단심사 개념으로 생각하면 된다) 때 가끔 지원을 받기도 한다고.

“수련생들은 도대체 어떻게 알고 이곳까지 찾아오나요?” 라는 기자의 질문에, “그래도 예전에 비하면 나아진 편입니다. 초창기에는 오로지 인터넷과 간단한 인쇄물에 의한 홍보가 전부였는데, 요즘에는 각 방송국이나 신문사, 잡지사 등의 매체에서활발히 취재를 해줘서 덕분에 홍보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그 만큼 초창기에 비해서는 낯설다는 느낌이 많이 사라진 거지요. 또, 우리도 자체적으로 홍보를 위한 다양한 이벤트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최 관장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취재 도중에도 입관 문의를 위한 전화벨 소리가 여러 번 울렸었다.

실제로, 최 관장은 도장에서 수련생을 가르치는 한편으로, 비정기적이기는 하지만 최소한 2주일에 한번 꼴로 지하철 공연을 위해 시간을 할애하고 있으며, 그밖에도 각종 클럽 초청 공연과 강연 등을 통해 까뽀에라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고 한다.

현재 이 도장에서 까뽀에라를 배우고 있는 실제 수련생은 대략 50여명 남짓, 물론 전체 등록자 수는 이보다 훨씬 많다고 한다. 전체 수련생 중에서 20대 이상의 성인층이 차지하는 비율은90 % 정도이고, 그 중20~30% 정도가 여성 수련생의 비율이라고 한다.

까뽀에라 수련인구는 해마다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에 있으며, 다음과 프리첼, 세이클럽 등의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활동하는 잠재 수련 인구도 상당수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한양 체육관 소속 수련생 중 최고령자는 올해 38세의 성인남자로, 수련한지2년 정도 되었다고 하는데, 초기의 엉성하던 폼도 이제는 제법 자세가 잡혀가고 있단다.

“아휴 말도 마세요 지하철 공연 모습에 홀딱 반해 그 길로 쫓아와서 등록을 하긴 했지만, 수련하면서 기술이 빨리 늘지 않아 속으로 얼마나 고민했는데요. 같이 시작했던 사람이 한달 후에는 훨씬 앞서가는 모습을 보면, 나도 빨리 어려운 동작도 마스터해서 멋진 공연도 펼쳐보이고 싶은데, 그렇지 못하는 내 자신을 보고 있노라면 정말이지 너무 답답하고 속도 많이 상하더라구요. 물론,‘저 사람은 나보다 훨씬 젊으니까’라며 스스로를 달래보지만···.그래서 저도 이 악물고 연습해서 이 만큼 흉내라도 낼 수 있게 된 겁니다. 저 스스로도 대견하고, 기특하다고 느끼고 있어요”김진모 씨(38세, 자영업)의 말이다.

두 번째 방문을 했을 때 기자의 눈길을 붙들었던 이는 파란 눈을 가진 외국인 수련생 ‘달시(24세, 캐나다)’였다. 달시는 현재 주한 외국인학교 영어 교사로 재직 중인데, 우연히 지하철 공연 모습을 보고 까뽀에라에 반했다가, 나중에 인터넷을 열심히 뒤져서 겨우겨우 이곳 위치를 확인하고 그날부로 입관 등록을 했다고. “그게 작년 9월의 일이니까 벌써 일년이나 됐네요. 이제는 꽤 하는 편인데, 오늘은 아마 카메라를 의식해서인지 실수를 자주하더군요” 최 관장은 애제자(?)를 위한 애교(?) 섞인 변명도 아끼지 않았다.


입관 희망자 중에는 지하철 공연이나 방송, 인터넷 동영상 등을 통해서 보았던 화려한 동작을 보고 환상에 젖어 찾아오는 사람도 많지만, 이러한 동작은 초보자가 단시일 내에 마스터하기에는 다소 어렵다. 수련생 개인에 따라서 편차는 보이지만, 평범한 성인 남성이 까뽀에라의 기본기를 익히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2개월 정도 걸린다고 한다. 게으름 피우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면 이 기간 동안이면 물구나무서기 동작부터 시작해 간단한 기본기 쯤은 누구나 다 소화해 낼 수 있다고.

현재 수도권 지역에서 까뽀에라를 수련할 수 있는 ‘까뽀에라스쿨’은 상계동(최 현화관장, 문의: 3392-4382)과 시흥동(문의: 895-3292)의 두 곳이 있으며, 분당에도 까뽀에라 스쿨을 개설하기 위해 준비 중에 있다고 한다. 까뽀에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다이얼을 돌려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카포에이라 #카포엘라 #까포엘라 #까뽀엘라 #까포에일라 #까뽀에일라 #브라질무술 #조고 #호다 #최현화

댓글 작성하기

자동글 방지를 위해 체크해주세요.
  • 신민기

    내년에 서울 올라가믄 꼭 다녀야지.

    2003-04-23 00:00:00 수정 삭제 신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