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미국 태권도장 인수 전 알아야 할 '필수사항' 3가지


  

[박호진 변호사의 미국 진출 바로알기 10] 일하던 도장 인수 후 E-2비자 받은 사범과 도장 인수 전 알아야할 3가지

국내 태권도 전공생과 지도자들이 큰 관심을 갖는 미국 태권도 진출에 도움을 주고자 미국 내에서 여러 태권도 사범들의 취업비자와 영주권 업무를 담당해온 박호진 변호사를 통해 현실감 있는 ‘미국 태권도 사범 바로알기’를 연재 합니다. 미국 내에 다양한 사례의 태권도 사범의 정착기와 실패담 그리고 미국 진출에 반드시 알아야할 이슈를 앞으로 매주 목요일 소개 합니다. [편집자 주]

 

박호진 변호사

문 사범은 경기도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경상도 지역에 있는 대학교의 태권도학과에 다녔다.

 

그 대학교를 1년 다니고 휴학한 후 군에 입대했고, 군에서 제대한 이후에도 그 학교에 복학하지 않았다.

 

무슨 일을 할까 고민하던 중에, 문 사범은 문득 미국행을 생각하게 되었다.

 

고교 시절 같은 코치님 밑에서 훈련을 받고 태권도 명문 대학교에 들어간 친구가 미국 도장에 인턴 사범을 다녀와서 들려 주었던 이야기들과 보여 주었던 사진 속의 생경한 풍경들과 인물들의 모습이 문 사범의 마음 속에 새로운 땅에서 새롭게 도전해서 성공하고 싶은 욕망을 강하게 불러 일으켰기 때문이다.

 

미국행을 결심하고 아버지께 의논을 드리자, 아버지는 "그럼 미국에 가서라도 대학은 마치는 것이 좋겠다"고 하셨다.

 

미국 대학들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코넷티컷 주에 무술 학과가 있는 대학이 있었지만, 미국에 가서 한국에서 보다 더 나은 태권도를 배울 수 있을 것 같지 않다는 생각에 선뜻 내키지가 않았다.

 

그러던 중, 우연히 미국의 대학들 중에는 스포츠경영학과 (Sports Management)가 있는 곳이 여럿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괜찮아 보였다. 스포츠경영학 공부를 하면 훗날 미국에서 도장 운영할 때도 도움이 될 것 같아 그 전공을 선택하기로 했다.

 

지원했던 대학들 중에서 두 군데 대학으로부터 합격통지를 받았다. 한국에서 대학을 다녔던 1년 동안 취득한 학점을 인정해 줘서 3년 만에 학사학위를 받을 수 있다고 제안해 온 텍사스 댈러스에 있는 대학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1년 짧게 다녀도 된다는 점 이외에도, 선인장과 붉은 빛 마른 땅이 있는 낯선 분위기의 텍사스에 마음이 끌렸다.

 

문 사범이 미국에 도착한 것은 2014년 8월 말이었다. 8월의 댈러스는 뜨거웠다. 후덥지근한 한국의 여름 날씨와는 다르게 그저 뜨거웠다.

 

대학의 입학허가에는 1년 동안의 영어공부를 마쳐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기 때문에, 문 사범은 미국에 와서 바로 학위과정을 시작하지 않았다.

 

1년 동안 사우디 아라비아 같은 중동 국가에서 온 친구들, 폴란드나 세르비아 같은 유럽에서 온 친구들과 어울려 영어공부를 했는데, 어렵고 어색하기도 했지만 신선하고 재밌는 시간을 보냈다.

 

학위과정을 시작한 지 3년이 되어 스포츠경영학 학사학위를 받았다. 미국에서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OPT라고 해서 1년 동안 일할 수 있는 기간이 있다. 그때 하는 일은 대학교에서 배운 것과 관련이 있는 일이어야 하는데, 문 사범은 이 OPT 기간동안 태권도장에서 일을 하기로 했다.

 

주변에 괜찮은 태권도장이 있는지 알아보았다. 졸업을 한 달 정도 앞둔 어느 주말에 한국 수퍼마켓에 갔다가 집어 들고 온 한인신문에서 댈러스에서 북쪽으로 자동차로 30분 정도 거리에 있는 도장에서 부사범을 구한다는 광고를 봤다. 그 도장 관장님과 짧은 전화통화를 하고 약속을 잡은 후 그 도장에 찾아갔다.

 

중산층 백인들이 많고, 살기 좋아 보이는 동네에 위치한 그 도장에는 부사범들까지 포함해서 사범이 5명이 있었고, 도장 면적도 100평이 넘는 꽤 큰 도장이었다. 관장님도 친절하고 인상이 좋은 분이었다.

 

졸업하면 곧바로 일을 시작하기로 했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하루에 네 시간씩 어린아이들 클래스를 위주로 하여 지도하기로 하고, 처음 한 달은 보조사범으로 일을 배우는 것으로 시작했다.

월급은 첫 달은 1,500 달러로 하고, 그 다음 달부터는 1,800 달러를 받기로 했다. 댈러스는 물가가 싸기 때문에 1,800 달러 정도면 혼자서 생활하기에 큰 불편함은 없는 액수였다.

 

일을 시작한 지 6개월이 지났을 무렵, 관장님이 그 도장을 팔려고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관원 수도 예전보다 조금 줄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180명은 넘었고, 대부분의 관원들이 다닌 지 1년이 넘어 소위 충성도가 높은 (loyal) 데다가 도장 시설도 좋은 편이어서 사실 문 사범도 욕심이 나는 도장이었다.

 

더군다나 평소에 겪어 본 관장님의 친절하고 정직한 성품에 비추어 보면 바가지를 씌울 것 같지도 않았다.

 

내가 정말 도장을 잘 운영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대학교에 다니면서 배운 것도 있고 영어로 의사소통하는 데에도 어느 정도 자신이 생긴 데다가, 그 도장의 위치나 평판이 좋아서 자신이 성실하게만 노력한다면 망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또 한 가지 고려한 부분은 비자 문제였다. 이제 6개월 정도 남은 OPT 기간이 끝나고 나면, 미국을 떠나든가 아니면 다른 비자로 바꿔야 했다. 그런데 자신이 받을 만한 비자가 마땅치가 않았다. 만일 도장을 인수한다면 E-2 라는 투자비자를 받을 수 있었다.

 

한국으로 아버지께 전화를 드려 의논을 했다. 평생 직장생활을 하시면서 문 사범이 처음 태권도를 시작할 때부터 줄곧 후원을 아끼지 않으셨던 아버지셨다. 문 사범의 갑작스러운 말에 처음에는 짐짓 놀라시던 아버지는 ‘우선 관장님이 얼마를 원하시는지부터 좀 알아보라’고 하셨다.

 

다음 날 출근하니 관장님이 이미 나와 있었다. 도장을 살 사람이 나섰는지를 물어보니 얘기하고 있는 사람은 있는데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했다. 얼마를 생각하시느냐고 물으니 ‘글쎄… 한 30만 불은 받으려고 하는데… 모르지 뭐’ 하신다. 문 사범은 생각보다 큰 금액에 속으로 제법 놀랐지만 그런 티를 내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날 밤에 다시 한국으로 아버지께 전화를 드려 관장님이 원하는 금액을 말씀드렸다. 한 동안 말씀이 없으시던 아버지는 ‘주변에 좀 잘 알아봐라. 그 도장이 30만 불 정도면 적당한지… 어디 물어 볼 데는 좀 있냐?’ 하셨다.

 

대충 답을 드리고 전화를 끊은 후에, 궁리를 거듭 했다. 사실 미국에 와서 대학을 다니면서는 새롭게 알게 된 태권도 쪽 사람들은 없었고, 기껏해야 OPT 동안 일하면서 알게 된 같은 도장의 동료 사범들이 전부였는데 그들에게 이런 질문을 할 수는 없었다.

 

며칠 고민한 끝에, 관장님에게 자신이 그 도장을 사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렸다. 그러면서, 1년에 총매출이 얼마나 되는지 알려 주실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 질문을 듣자마자 관장님은 사무실로 들어가 어떤 서류들을 들고 나왔다. 문 사범은 처음 보는 미국 사업체의 세금보고 서류였다. 그 서류를 넘기면서 관장님이 설명해 주는 손길을 따라 살펴보니, 그 도장의 1년 총매출은 35만 달러 정도였다.

 

관장님의 설명은 이어졌다. ‘사실 여기에 있는 총매출에는 포함되지 않은 것들이 많이 있어, 문 사범. 현금으로 들어오는 것하고 승급심사 비용 같은 것은 여기에 포함되어 있지 않아. 회계사가 그렇게 해도 된다고 해서...’

 

그날 밤 집에 들어와 소파에 누워 곰곰히 생각을 해 보니, 그 도장의 1년 총수입은 적어도 50만 달러는 넘을 것으로 짐작이 됐다. 승급심사로 들어오는 돈도 상당한 규모인데다가, 현금으로 내는 관원들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30만 달러를 들여 도장을 사더라도, 넉넉잡아 3-4년이면 투자한 돈을 뽑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게다가 E-2 비자를 받을 수 있으니 비자 스폰서 찾느라 고생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었다.

 

2주 휴가를 얻어 한국에 가서 아버지와 본격적으로 의논을 했다. 결국 아버지는 25만 달러 정도에 합의가 된다면 도장 인수자금을 마련해 주기로 하셨다. 그리고, 사전에 E-2 비자를 받는 데는 문제가 없는지도 알아 보라고 하셨다.

 

미국으로 돌아와 문 사범은 필자에게 전화를 걸어와서 E-2 비자에 관하여 상담을 청해 왔다. 도장 인수자금의 출처가 25년 동안 한 회사에서 근속해 오신 아버지의 월급이고 그 월급에 관해서 국세청 세무자료를 제출할 수 있다는 점, 대상이 되는 태권도장이 8년째 잘 운영되어 왔고 도장 매출 신고액이 상당하다는 점 등을 파악하고 보니 문 사범의 E-2 케이스는 승인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었다.

 

문 사범은 관장님과 마지막 딜을 했다. 결국, 관장님은 25만 달러에 도장을 팔기로 합의하였고, 도장을 넘긴 후에 석 달 동안 문 사범이 도장 운영에 관한 모든 사항들을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로 했다.

 

그 후의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이 되었다.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한 달 정도 후에 잔금을 지불하고 소유권을 넘겨받는 클로징을 하였으며, E-2 비자 신청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도 관장님은 매우 성실하고 적극적으로 도와주었다. 필자의 조언에 따라, 문 사범은 이민국이 아니라 주한미국대사관에 E-2 비자를 신청하는 쪽을 선택했다.

 

클로징이 있은 지 한 달 정도가 지났을 때 E-2 비자 신청 준비가 끝났고, 문 사범은 그 시기에 맞춰 한국으로 갔다. 그리고 한 달 후에 주한미국대사관에서 비자 인터뷰를 받았고, 4일 후에 E-2 비자 스탬프가 붙은 여권을 돌려받았다.

 

5년 짜리 비자를 받았기 때문에, 한 번에 2년씩 주는 체류기간이 끝나더라도 돈들이고 시간들여서 이민국에 연장 신청을 할 필요없이 그 대신 한국이나 해외로 여행을 하고 미국으로 다시 들어가면 다시 2년짜리 E-2 체류신분을 받을 수 있게 되어 다행이었다.

 

E-2 비자를 받고 미국에 들어온 문 사범은 지금도 댈러스 외곽의 교외지역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하고 있다. 얼마 전에 전화통화를 할 기회가 있어 들어 보니 자기가 넘겨 받은 지 3개월 만에 관원 수가 30명이 늘었다고 말하면서 기뻐했다.

 

문 사범의 케이스를 돌아보면 담당 변호사로서 준비하기 수월한 E-2 비자 케이스였다. 그런데, 가끔 문 사범이 지불한 매매가격이 적절했는지…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도장의 적정한 가격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많은 요소들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의 관원 수와 수입이 얼마인지도 중요하지만, 그 지역에서의 그 도장의 평판이 어떠한지 그리고 주변에 있는 경쟁 도장들의 시장경쟁력이 어느 정도인지 등도 장래의 사업확장 가능성을 고려하는 데 있어서 중요할 것이고, 도장의 크기나 인테리어의 상태 등도 기본적인 고려 사항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동안 필자가 태권도 비전문가로서 옆에서 지켜본 바로는, 미국에서 태권도장을 살 때 가장 주의해야 하는 점은 ‘실질적인’ 관원 수가 몇 명인가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다.

 

파는 입장에서 매매가를 올리기 위해 자주 사용되는 편법으로는,

1) ‘반짝 관원’을 늘리는 방법, 다시 말해서 프로모션 행사를 통해 예를 들어 4주 동안만 1/3 가격에 도장에 다니게 한 다음에 그들도 관원 수에 포함시켜 매매가를 결정하는 방법,

2) 이미 오랫동안 도장에 나오지 않고 있는 사람들도 active한 관원으로 포함시키는 방법 등을 들 수 있겠다.

비슷하지만 조금은 다른 맥락에서 살펴봐야 하는 것이, 장기계약 관원들로서 이미 1년 치 또는 3년 치 체육관비를 다 낸 관원들이다. 이런 관원들은 반짝 관원도 아니고, active한 관원이 맞기는 하지만 도장을 인수하고 난 후에 오랫동안 수입원이 되지 못할 사람들인 것이다.

 

미국에서 태권도장을 사고 팔 때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매매가 결정 방식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경험 많은 관장님들이 자신이 생각할 때 납득할만한 방법을 고안해 내서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누군가가 널리 통용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거나 만들어내면 좋겠지만, 그것이 쉬운 일이 아닐 것이므로, 그 때까지는 특히 미국에서 도장사업을 운영하는 일에 경험이 없거나 적은 상태에서 도장을 인수하려고 하는 분들 스스로가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알아보고 결정하는 도리 밖에는 없겠다.

 

- 외부 기고문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박호진 변호사는 성균관대 법과대학과 비즐리 로스쿨 출신의 뉴욕주 변호사로 현재 뉴저지 포트리시에서 변호사 사무실을 운영 중이다. 뉴저지로 옮기기 전에는 맨하탄 소재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 위치한 로펌에서 이민법 변호사로 활동했다. 미주 최대 웹커뮤니티 헤이코리안 닷컴을 통해 10년 가까이 무료 법률상담을 제공해 오고 있다. 현재는 태권도 사범의 미국 진출을 위한 토탈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콘 컨설팅의 고문변호사로도 활동 중이다.

 

[글 = 박호진 변호사ㅣ lawyer@beaconib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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