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찬 관장일기] 관장과 사범이 친해질 수 있는 이야기


  

신나무 태권도장 이동찬 관장일기 7 - 관장은 사범을 지도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제자에게 그 영향이 미친다.

관장일기를 연재하는 수원 신나무태권도 이동찬 관장

관장은 원래 관 체제였을 당시 관을 대표하는 장을 의미하였다. 하지만 관의 의미가 점차 희미해지면서 단일 도장을 대표하는 장의 의미로써 사범보다 높은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사범이란?

제자에게 본이 되며, 지도하는 실질적인 지도자를 의미한다.

 

그럼 이제부터 관장과 사범의 입장에 대해서 현재의 경영에 대조하여 이야기해 보자.

 

관장은 지도를 극대화하고, 태권도장을 성공시키는 의도를 가지고 경영하고, 사범은 관장에게 경영의 노하우를 배우면서, 지도력을 극대화시키려 태권도장 경영의 동반자인 것이다. 원론적으로는 서로 공생의 관계이지만 실제 일을 하면서는 사범이 나이가 어리기에 그저 갑을관계에 머무는 경우가 허다하다.

 

운동하는 입장에서 대다수가 서로의 선후배, 학연, 지연으로 얽혀져 있기에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다시 생각해보면 관장도 사범에서 시작하였고, 빨리 성공하고 싶고, 더 배우고 싶었던 마음이 컸을 것이다.

 

하지만 관장이 되면 이전에 내가 사범이었을 때를 회상하며 환경적 처우를 개선해주기보다는 최소한의 지출로 최대한의 이익으로 자신의 성공을 위해 뛰는 경우가 많아진다. 그렇기 때문에 대한민국 사범들이 100% 관장의 마음을 헤아리고, 그보다 뛰어나기를 바라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 것이다. 그것은 마치 엄마와 딸의 마음을 보듯이 말이다.

양희은의 노래 “엄마가 딸에게” 중 일부

그럼 왜 이렇게 서로 다른 생각을 하는 걸까?

 

어떤 도장을 만들고 싶은가? 어떤 사범을 만들고 싶은가? 어떤 제자를 키우고 싶은가?

 

이것들의 해답은 도장을 경영하는 관장에게 달린 것이다.

 

내가 지난겨울 전북협회 강의를 하러 가는 도중에 주유소에 들렀다. 그곳에는 차들이 길게 줄을 늘어서 있었고, 셀프여서 가격이 저렴했다. 주유소의 "주유기 앞에는 3명의 직원이 서 있었다." 차량이 계속 몰려들어 셀프로 주유를 하느라 주유 시간은 점점 더 길어졌지만, 직원 3명은 계속 서 있었다. 왜냐면? 셀프이기 때문에 직원이 해주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었다. 이 상황을 주유소 사장이 보았다면 직원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을까? 아마 월급이 아깝거나 해고했을 것이다.

 

태권도장으로 상황을 돌려보자.

 

관장 관점

지인의 소개로 매물로 나온 태권도장을 다녀오던 길이었다. 그곳은 지리적으로 안정적이지만 1순위 위치는 아니었으며, 선점하고 있는 도장이 두 군데 있었다. 시기적으로도 비수기에 들어가는 시점이라 지금 인수하게 된다면 손해가 6개월 이상일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고, 주변의 인지도에서도 약간은 밀리는 곳이었다. 인수해서 도전해보고는 싶지만 아쉬움을 남긴 채 돌아왔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운전하며 도장으로 운전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순간 머릿속에 ‘왜 이렇게 좋은 경험을 나 혼자 하고 있지? 맞아 사범들은 도장에서 교육해야 하니 그렇지, 그럼 사범들은 이런 경험을 하면 안 되는 거야?’라는 수많은 생각이 나를 답답하게 만들었다.

 

사범들은 나를 믿고 함께하고 있는데 나는 그저 혼자의 발전을 위해 찾아다니고 있다.

 

이런 생각에 도장에 들어가자마자 해야 즉시 해야 할 것이 떠올랐다. 빨리 차를 몰아 도장에 도착하였고, 사범들에게 내가 지금 경험한 일들을 정리하여 문제지로 만들어 내일까지 해오라는 과제를 내주었다. 그런데 다음 날 사범들의 얼굴색이 밝지 못했다.

 

'내가 너무 큰 과제를 주었나?' 하는 생각에 일과를 마치고 함께 모여 과제를 펼쳐 보았다. 사범들이 한결같이 보이는 행동은 한숨이었다. 이유를 알아보니 둘 다 어젯밤에 새벽 3시가 넘어서야 잠이 들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숨과는 달리 대화하는 내내 하고픈 말들이 많았고, 자기 생각을 빼곡히 적은 과제물을 설명해나가면서 열정을 보였다.

 

'아~ 내가 이 생각을 못 했구나!' 사범들이 배우기를 게을리하는 게 아니고 그동안 선배로서 관장으로서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지 못했구나!’라고 느끼게 되었다.

 

사범 관점

처음 사범 생활을 하는 나에게 어느 지인이 조언해 주었다. '너무 열심히 하지 마. 진 다 빠지면 네 것 할 때 힘들어. 적당히 해주고 월급 모아서 빨리 도장 차려. 월급 많이 받는 곳 알아봐 줄까?'라고 진심 어린 조언을 들으며, 술 한 잔 기울이고 또 하루를 넘겼다.

 

대학을 졸업하고 지도 열정에 불타있는 나에게 이 말 자체가 충격이었다. 왜 열심히 하면 안 되는 거지? 그럼 나는 지금 월급 받으면서 무얼 해야 하는 거지? 순간 수만 가지 생각들이 뇌리를 스쳐 지났다. 다행히 나 자신에게 세워둔 원칙이 있어 휘말려 들지는 않았다. 그 원칙은 '돈이 얼마가 되었건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해내고 욕먹을 짓은 말자'였다.

 

덕분에 아직도 열심히 지도하고, 경영하면서 지금 내가 운영하는 태권도장의 원천적인 힘이 되고 있다. 그럼 내가 원천적으로 가지고 지도에 임해야 할 원천적인 신념과 원칙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사범은 태권도장에서 경영과 지도를 배우는 고귀한 지도자이다. 그런 사람에게 주어지는 특권이 하나 있다. 바로 돈 없이 실험해 볼 수 있는 무한의 권한이다. 돈을 받으면서 내가 하고픈 방식대로 지도해 볼 수 있고, 실수해도 내가 잘릴 수는 있겠지만 더 이상의 금전적인 손해는 극히 적다.

 

그리고 사범 생활을 통해 무한의 경험을 통해 자질을 극대화할 수 있으며, 위험부담 없는 고금리의 확정 수익형 펀드가 아닌가? 그럼 더 생각해 볼 것도 없다. 열심히 지도하고 도전하고 경영에 임하는 것이 사범의 역할이며, 이 과정이 무르익으면 제자들이 자발적으로 따르게 되는 기적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제자들은 사범에게 배우고, 사범은 관장에게 배운다. 다시 말해 관장은 사범을 지도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제자들에게 그 영향이 미친다는 뜻이다. 나는 대한민국 관장님 모두가 슈퍼맨을 능가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그러한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하다. 슈퍼맨은 지구의 평화를 책임을 혼자 떠안고 있지만 우리는 태권도장을 사범과 함께하는 경우가 많다.

 

사범과 관장의 관계는 또 하나의 사제의 관계가 될 수 있다. 비록 돈을 내고 배우는 제자는 아니지만, 자신의 인생을 걸고 관장에게 배우고 있다. 우리는 그 이유 때문이라도 사범의 교육에 충실해야 할 의무가 있고, 그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것이 태권도장을 이끌어가고 있는 진정한 지도자로서의 관장의 모습일 것이다. 그 모습에서 사범들의 감정도 자연스레 따를 것으로 생각한다.

 

무카스미디어는 일선 태권도장 사범과 관장의 이야기를 공유하기 위해 매주 화요일 신나무태권도장 이동찬 관장의 관장일기와 매주 목요일 이 도장 이유빈 사범의 사범일기를 약 10주간 연재 합니다. 무카스는 태권도, 무예인의 열린 사랑방 입니다. 관장과 사범의 일기를 통하여 일선 태권도장 지도자들의 공감대가 형성되길 바랍니다. - 편집자주.

 

[글. 이동찬 관장 | 신나무태권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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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형철

    사범의 입장과 관장의 입장이 100% 맞을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갭차이를 어떻게 줄이고 서로간의 이해 관계를 잘 이어나가는 것이 서로가 윈윈하고 오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범님들에게 배움에 기회를 주고 그것을 통해 도장에 발전으로 접목 시키는 것 또한 관장님의 능력이라 생각합니다. 막대먹은 사범들도 많고 아직도 사범들을 도구로 사용하는 관장들도 있지만 정말 사범님과 관장님이라는 호칭을 받는 분들도 많이 계시고 늘어가고 있다는 것.
    그리고 이렇게 깨어있는 분들께서 지속적인 안내와 교육을 통해 태권도계에 좋은 체계가 잡히길 기원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말 한마디." 고맙다. 수고했다, 라는 말 한마디 ^^ 라고 생각합니다~

    2018-06-08 18:24:58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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