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찬 관장일기] 가득 채우려면 적당히 비워라


  

신나무 태권도장 이동찬 관장일기 5 -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려면 나를 먼저 알아야 한다!

<관장일기>를 연재하는 수원 신나무태권도 이동찬 관장

사범 시절, 결혼을 하지 않는 덕분에 주어진 시간 중 잠자는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은 도장에서 보냈다.

 

일도 너무 재미있었고, 하고픈 일들을 만들어가는 재미가 마치 레고 블록 놀이와 같았다. 원래 내가 받는 급여가 얼마건 액수보다는 내가 역할을 완벽히 해내야 편하게 발 뻗고 자는 성격 때문에 그러기도 했나 보다.

 

이런 생활 속에서 여러 상황을 겪으면서 받는 커다란 스트레스 중 하나는 학부모들로부터 "애 없으시죠? 결혼해서 애 낳아야 이해할 거에요"라는 말을 듣는 거였다. 그 당시의 나의 심기를 건드리는 가장 큰 말이었다.

 

그런 소리가 나올 때마다 아이들을 이해하기 위해 더 열심히 지도하고 노력하며 생활하였다. 그래야만 두 번의 실수를 용납하지 못하는 나에게 부족함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었다.

 

요즘 시대의 태권도장을 경영하려면 꼼꼼하고, 배려 깊은 성격이 많이 필요하다. 때로는 이벤트성 행사를 진행하기도 하고, 부모를 초청해서 성공적인 심사를 치러야 인정받는 시대이기 때문에 준비성이 깊어져서 작은 실수 하나 없이 학부모와 제자들에게 신뢰를 쌓아 성공에 가까워짐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었다.

 

이런 생활을 반복하며 여러 해가 지났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보람이 쌓이기보다는 스트레스가 너무 많이 쌓였다.

 

나는 꼼꼼한 성격 탓에 매사를 철저하게 준비했고, 이런저런 배려 때문에 모두의 만족을 위해서 일 속에 묻혀 살기가 일상이었다. 밤을 새우며 집에 들어가기도 다반사였다. 이러기를 하루, 이틀, 한 달, 두 달, 일 년, 이 년을 지내면서 몸과 마음이 답답하고 더 이상의 해결책이 없어서 도장을 그만두어야겠다는 큰맘을 먹은 적도 있었다.

 

혹시 다른 분들은 이런 경험하신 적 없으셨는지요?

 

나는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으로 며칠을 고민하다 결국에는 머리 회전이 정지되는 꼴이 되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수업도 부실하게 진행하고, '내가 지금 뭘 하는 거야?' 라고 생각하며, 제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결국에는 죄책감으로 커지기 시작하였다.

 

'이대로 교육비를 받고 떳떳할 수 있을까?'

 

내가 가장 좋아하던 다이어리 속에는 빡빡한 일정, 해야 할 일, 앞으로의 계획이 가득 채워있었다. 그 덕분에 이 시기부터 마음이 무너지기 시작하여 주말마다 여행 또는 외부교육을 받으며 시간을 도장으로부터의 외도가 시작되었다.

 

나의 소중한 다이어리를 다시금 볼 때마다 더욱 힘들어져서 결국에는 3년간 깨알같이 적어오던 다이어리도 놓기 시작했다.

 

10년 넘게 길들어온 습관이 하루아침에 바뀌지는 않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점차 적응하며, 잊어보는 연습도 반복했다. 그러면서 너무 꼼꼼해서 날카로웠던 모습이 점차 사라지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제자들이 나에게 힘들어하던 모습도 조금씩 사라지며, 오히려 도장을 운영하는 마음도 가벼워졌다.

 

‘아~ 내가 그동안 너무 큰 짐을 지고 있었구나! 내 욕심이구나! 내가 나를 믿고 따르는 제자와 동료, 그리고 부모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구나’ 라는 느낌도 받았다.

 

이렇게 3년이라는 시간을 흘려보내고 뒤돌아보니 심적 부담이 없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다시 생각해보았다. 왜 갑자기 마음의 짐이 덜어졌을까를 반복해서 생각해보았다. 그 이유는 바로 "세심함을 버리고 적당히 잊어버리는 습관" 덕분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더 꼼꼼하지 않아도 된다. 남의 배려보다는 내 맘에 드는 것을 먼저 따랐고, 그 결과 스트레스도 줄어들었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구멍이 많이 생겼다. 그런데 주위 사람들은 그것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예전보다 나를 편하게 대했다.

 

또다시 생각해보았다. '아~ 내가 대단히 꼼꼼했었구나'. 나는 그것을 장점으로 생각하고, 적당히 비우는 연습을 지속하고 있다.

 

가득 채워진 마음속에는 더 이상의 틈이 생기지 않기에 더 이상의 저장 공간이 없고 다른 생각할 여유도 없다. 마치 버퍼링이 걸린 컴퓨터처럼 말이다.

 

반대로 비어 있음이 부족할 수는 있겠지만 다른 것을 받아들일 저장 공간이 넘쳐난다. 그러기에 더욱 여유가 생길 수 있다. 더 창의적인 것도 채울 수 있고, 해보고 싶은 모든 것을 채워 넣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허점이 생겨나고 인간미가 느껴진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하지만 실수와 기억력의 한계에 부딪혀 부실한 모습에 또 다른 어려움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이런 마음을 달래기 위해 다시 채우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이전과는 다른 채우기 방식이다. 지나치지 않게 채우고, 부족하지 않게 비우는 것이다.

 

이해하기 쉽게 표현하자면 업무(책상 달력 메모, 업무의 분담, 교육의 분담)를 효율적 분담(나 아니면 안 돼! 라는 마음을 없애라)을 통해 운영하고, 자료를 차곡차곡 쌓아가면서 임기응변을 잘 이용하는 것 등을 활용했다.

 

나와는 정반대의 털털한 성격의 소유자라면 “달력에 일정 적기, 다이어리에 스케줄 기록하기, 포스트잇으로 해야 한 일을 챙겨나가기, 휴대폰 달력 이용하기, 휴대폰 메모 이용하기 등의 자기 관리 방법을 쉽고 간단하게 해나갈 수 있는 법을 추천한다.

 

기록해 두었다가 본인이 해결한 일들에 줄을 긋거나 표시를 해두어 빈틈을 매울 수 있다. 이렇게 관리하다 보면 더 체계적 관리요령이 생겨 경영에 더없이 좋을 것이다.

 

'나만 아니면 돼!, 빨리 가르쳐주고 싶어!, 왜 이걸 이해 못 하지?, 왜 나를 이렇게 대하지?' 라는 생각이 들면 나는 다시 생각해본다.

 

'내가 아니면 다른 사람도 할 수 있겠지!, 천천히 배우면 더 오래 배울 수 있겠지!, 이걸 못하면 더 쉽게 지도해야지! 내가 이 사람의 마음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구나!' 라고 말이다.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려면 나를 먼저 정확히 파악할 줄 알아야 한다. 나를 정확히 알면 상대의 이해가 더욱 편하다는 것을 지도자는 먼저 알고 있어야 한다. 내 속에 상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여유 공간을 더 많이 가지고 있어야 하며, 늘 비우고 있어야 채워 넣을 수 있다.

 

욕심도 버리고, 사심도 버리고, 나도 버려야 얻을 수 있는 기술이다. 이것이 태권도장의 리더들에게 말하고 싶은 "가득 채우기 위한 적당한 비우기"이다.

 

무카스미디어는 일선 태권도장 사범과 관장의 이야기를 공유하기 위해 매주 화요일 신나무태권도장 이동찬 관장의 관장일기와 매주 목요일 이 도장 이유빈 사범의 사범일기를 약 10주간 연재 합니다. 무카스는 태권도, 무예인의 열린 사랑방 입니다. 관장과 사범의 일기를 통하여 일선 태권도장 지도자들의 공감대가 형성되길 바랍니다. <무카스>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습니다. 기고, 연재, 제보는 press@mookas.com로 보내주세요.  - 편집자주.

 

[글. 이동찬 관장 | 신나무태권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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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보성

    공감이되고 제마음이 차분해지는 말씀입니다. 감사합니다.^^

    2018-05-28 13:42:58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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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형철

    비우는게 정말 어려운데 해야만 하는걸 알면서도 쉽지가 않네요
    그래도 그래야만 된다는걸 아니 더 노력하는 하루가 되야겠네요^^

    2018-05-23 12:54:29 수정 삭제 신고

    답글 0
  • JBTTKD

    적당히 비워둘 수 있어야 한다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스마트시대에 꼭 필요한 덕목?인듯 합니다
    너무 많은 정보와 치열한 경쟁이 우리를 너무 조급하게 만들고 쫓기게 만들어 뒤를 돌아 볼 여유도 없는 생활~~
    적당히 비워두도록 하겠습니다^^~

    2018-05-23 09:46:29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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