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태권도를 사랑합니다 - 형제장교 김성수, 김인수 소위
발행일자 : 2000-08-21 00:00:00
장광석


짧은 머리에 절도 있는 그들의 모습에서는 무언지 모를 위엄과 품위가 있었다.
강하지는 않았지만 자신감이 배어있는 눈매는 믿음직한 군인의 모습을 풍겼으며, 썩 잘 어울리는 깔끔한 정복은 지성미 넘치는 학군장교다운 세련됨이 묻어났다.
태권도를 사랑한다는 이들 형제장교는 군인다운 기백으로 당차면서도 절제된 모습으로 필자를 맞이했다.
김성수(25), 김인수 소위(24).
이들은 지난 2월 29일 경기 성남 학생중앙군사학교에서 학군장교 38기 동기로 임관을 했다. 교육훈련과 임관식으로 적지 않게 지쳐있을 법도 했지만 이들은 시종 진지하고 성의 있는 태도를 보여주었으며 중간중간 열정어린 이야기를 통해 태권도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체력보완을 위해 태권도를 시작

이들이 처음 태권도를 시작한 것은 형 김성수 소위의 경우 고등학교 1학년이던 시절이라고 했다. 경북 안동에 있는 고등학교(안동고)로 진학을 하면서 태권도를 시작했다고 하는 김소위는 자신의 약한 체력이 늘 불만이었다. 그래서 체력보강을 위한 목적으로 처음 태권도를 하게 되었는데 하루하루 점차 태권도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고 했다.
"상당했습니다. 일단 약했던 체력에도 자신감이 생겼고 긍정적인 사고를 갖게 하는 데 태권도가 큰 도움을 주었죠. 이것은 제가 학군장교가 되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한해 터울인 동생 김인수 소위는 형과는 초중고 선후배 사이이기도 했다. 형이 고교 2학년이던 해에 같은 학교로 진학했던 동생 역시 형의 영향을 받아 자연스레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동생 김소위도 태권도에 흥미를 느꼈고 꾸준히 운동을 계속했다.
운동을 하면서 형에게서 도움도 많이 받았지만 지적도 적잖게 받았다며 조용히 웃어 보였다.
현재 형 김성수 소위는 4단을 딴 상태고 동생 김인수 소위는 조만간 3단 심사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태권도와 함께 한 대학시절
대학에 입학하면서 이들은 태권도와 관련 좀더 폭넓은 활동을 하게 되었다. 형은 동아리를 통해 동생은 학군단에서 태권도를 익히게 되었는데

이런 활동들을 통해 태권도를 더욱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었다.
금오공대 출신인 형 김성수 소위는 금오태극회라는 동아리에서 4년 내내 활동을 했다. 봉사활동, 시합, 시범 등을 주로 했던 금오태극회에서 김성수 소위는 다양하게 그리고 열심히 활동했다. 그러한 그의 이력은 몇몇 대회를 통해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해마다 전국대학태권도동아리가 모여 펼치는 전국대회가 있는데 그는 18회 경북대 대회에 플라이급으로 참가, 동메달을 획득했고, 대구경북지역대회에서는 핀, 플라이급에서 1위를 차기하기도 했다.
겸손해했지만 자못 당당한 표정에서 그의 숨길 수 없는 자긍심을 느낄 수 있었다.
이외에도 학내 정기시범이나 봉사활동 등도 있었는데 태권도를 사랑한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김소위는 이런 활동들을 통해 태권도를 널리 알릴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특히 크리스챤인 그가 97년 1월 교회선교단으로 필리핀을 방문했던 기억은 남다른 추억으로 남는 것 중 하나였다. 효과적인 선교를 위해 일행은 도복을 챙겨 방문을 했고 사람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직접 태권도 시범을 펼쳤다. 현지의 사람들은 무척 놀라워했으며 즐거운 반응을 보였다. 사실 아마추어 수준의 실력으로 부족한 점이 많았지만 사람들은 의외로 환호로서 이들의 시범에 답해주었다.
"현지에서 경찰을 한 명 만난 적이 있었습니다. 사실 필리핀의 경우 가라데가 더 많이 알려져 있는 것 같더라구요. 그때 그 사람도 가라데를 하는 사람이었는데 시범을 보고 나더니 자기도 태권도를 해보고 싶다고 하더군요."

충북대 출신인 동생 김인수 소위의 경우 학군단에서 주로 활동을 했는데 그의 학교에서는 학군단의 정식과목으로 태권도가 채택되어 예비장교들이 유단자로서의 실력을 가지고 일선에 투입될 수 있게 하고 있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태권도를 수련했던 김소위는 학군단 내에서 후배들을 가르치는 사범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학군단 생활 중 태권도 수련은 체력단련의 측면에서도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되고 있으며 가르치는데 있어서도 상당한 권위가 있다고 했다.
김소위의 경우 후배학군 시절인 3학년 때 승단 심사가 있었는데 당시 같은 태권요원선배였던 훈육관에게 혹독한 훈련을 받았던 것이 기억이 남는다고 했다.
"당시 심사가 있었던 게 11월이었거든요. 상당히 추웠었는데 그때 심사를 바로 앞두고 훈육관에게 새벽 3시에 불려나가 훈련을 했었습니다. 무척 춥고 힘들더라구요."
김소위는 학군단 생활 중에 단을 딸 수 있었던 것은 싼 심사비 때문에 경제적인 면도 있었지만 상당히 좋았던 경험이었다고 했다.
군 태권도를 변화시켜 보고 싶습니다
앞으로 군생활에 대해 묻는 필자에게 이들 형제장교는 상당히 의미있는 답을 주었다.
형 김성수 소위의 경우 현재 군에서 태권도가 행해지고는 있지만 아쉬운 부분이 몇가지 있다고 했다. 사실 현대 태권도의 시작은 군이 처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현재의 상황은 그렇지 못한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현재 군의 태권도라고 하는 것은 단지 쉽게 단을 딸 수 있는 곳 정도로 인식되는게 전반적인 흐름이다.

김소위는 군이 하나의 도장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훨씬 많은 지원이 있었으면 하는 바램을 내비쳤으며 태권도에 관련한 보직의 필요도 이야기했다.
보병으로 배속될 예정인 동생 김인수 소위 역시 형과는 크게 다르지 않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나 보병의 경우 태권도의 비중은 꽤 크다고 할 수 있으므로 앞으로 자신의 역할에 대해 많이 고민하겠다고 했다.
좋은 장교가 되고 싶다며 소년같은 표정으로 조용하게 이야기를 하는 김소위는 미더운 안정감을 주었다.
이들은 또 순수 아마추어 정신이나 사회스포츠로서 성인 수련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국내환경에 대한 아쉬움도 피력했다. 앞으로의 계획을 이야기하면서 장기복무를 하지 않을 경우 도장을 경영하고 싶다고 했는데 경제적인 이해 때문에 어린 수련자만을 받는 현재의 시스템과는 차별화된 도장을 운영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자신있게 태권도를 사랑다고 말하는 이들의 신념어린 표정을 보면서 태권도 저변에 대한 밝은 희망을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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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오래 되었어요.. 저는 지금 육군항공 소령이 되었고, 6단 취득한지도 4년이 지났네요.
UN 남수단 임무단에 1년간 개인파병 되어 5월7일 귀국했구요... 남수단에서는 UN 본부안에서의 도장운영, 남수단태권도협회 창립 등 많은 일들을 하였습니다. 13년도 더된 이글을 읽고 나서, 아~~ 그래도 내가 그 정신을 아직도 가지고 있구나~~ 싶어 미소가 저절로 생깁니다.
동생 김인수는 학군장교 단기로 전역해서, 지금 경기도 광주의 여고 국어교사가 되었구요..
세월은 많이 흘렀지만, 변하지 않은 태권도 정신에 가슴이 벅찹니다.2013-05-20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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