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장애인 태권도 선수들에게도 관심과 사랑을...

  

“2015 타오위안 아시아 태평양 농아인 태권도 대회”
25일간의 강화 훈련 및 아시안게임을 다녀와서(1부)


임영진 감독

필자는 영광스럽게 2013년에 이어 2015년에도 장애인태권도대표팀을 맡아 선수들과 함께 합숙훈련을 하고 대만 타오위안에서 열린 ‘2015 아시아 태평양 농아인 태권도선수권대회’까지 참여하게 되었다.

13년도에는 이천 장애인 훈련원에서 강화 훈련 코치로 이번 15년에는 감독으로 대표팀을 이끌게 되어 개인적으로는 매우 영광스럽기는 했지만, 코치라는 직책과는 다르게 감독이라는 위치에 대한 중압감은 매우 컸다.

우선 필자는 장애인 태권도협회의 공개채용을 통해 대표팀 감독을 맡으면서 내 자신 스스로 다짐을 한 내용이 있다.

첫째는 감독이라는 모든 기득권을 없애고 권위의식을 버리자.
둘째는 선수들과 함께 호흡하고 하나가 되자.
셋째는 희생과 봉사 정신으로 임하자.

물론 그동안 24년 동안의 지도 경험과 노하우는 최대한 살리되 잘못된 관행들은 과감하게 버리자고 하는 마음가짐으로 나 자신부터 노력하고 실천한다면 가능하다는 믿음을 갖고 훈련에 참여했다.

장애 구분은 청각, 지체(절단), 지적, 시각 등 네 가지로 구분이 되지만, 태권도 종목에서 국제대회가 열리는 장애의 구분은 청각과 지체만 국제대회가 열리고 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할 청각 장애를 가진 국가대표팀 구성은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해 5명을 선발하였다.

여자는 -49Kg 김희화(26세), -57Kg 손아름(18세), 남자 -57kg 이홍석(19세), -68kg 오원종(34세), -80kg 이학성(22세) 선수가 국가대표 선수로 발탁되었다.

김희화 선수와 손아름 선수 그리고 이홍석 선수는 처음으로 대표 선수로 발탁이 되었으며, 오원종 선수와 이학성 선수는 2013년 소피아 농아인 올림픽에 출전하여 은메달과 금메달을 획득할 정도로 기량이 출중한 선수들이다.

대표 선수들의 나이나 경험을 볼 때 지금 농아 선수들은 자연스럽게 세대교체가 되고 있는 시기이며 이번 국가대표 구성은 특이하게도 1-2-3세대가 고루 발탁이 되었다.


지도진을 보면 필자는 감독에 그리고 코치는 경민대학에 김병기 코치가 트레이너는 신성대학에 전혁수 트레이너가 맡았다. 농아 특성상 국내 수화 통역에는 황정숙 통역사가 국제 통역사에는 채진병 통역사가 맡게 되었다.

일단 우리 농아 대표 선수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엘리트 선수들처럼 체계적인 훈련을 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기본기에서 다소 미흡한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훈련기간은 짧고 대회는 한 달 후에 열리는 관계로 실전 감각을 익히는 훈련이 중요할 수도 있지만, 우리 지도진은 선수들의 미래를 보고 2016년에 세계대회 2017년에 농아인 올림픽을 위해서라도 기본기 지도에 충실하자는 계획을 세웠다.

또한 중요한 게임을 앞두고 체력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하는 문제와 여자 선수들의 전자호구 적응능력을 키우는 문제는 당장 눈앞의 문제로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강화훈련은 시작이 되었다.

올림픽에 출전했던 오원종, 이학성 선수는 대도 전자호구를 경험해 봤지만 나머지 선수들은 대도 전자호구 경험이 전혀 없어 적응 능력을 키우는 일은 쉽지 않았다.

25일간 동거동락한 농아인태권도대표선수단


훈련원에는 총 여섯 벌의 전자호구가 준비되어 있지만 수신기가 2개 밖에 없어 훈련시 약간 어려움이 있었다. 훈련원 담장자와 장애인협회에 보고하여 수신기 확보를 요구했기 때문에 차기 훈련 시에는 개선이 될 것 같아 그나마 다행스럽다.

문제는 이뿐 아니라 농아선수들에 대한 가장 큰 문제는 보청기 문제였다. 귀가 들리지 않기 때문에 평소에 보청기를 끼고 생활하고 운동을 해온 우리 선수들에게 보청기를 빼라고 하는 일은 매우 힘든 결정이었다.

보청기를 끼고 있을 때와 뺐을 때는 느낌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보청기 문제는 새로운 문제점으로 부각되었고, 장고를 거듭하다 통역사님의 제안으로 보청기를 빼고 훈련하는 연습을 하자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사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세심하게 체크한 결과라는 점에서 앞으로 농아 선수들에게 참고가 되었으면 해서 거론하는 것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상대국가에 대한 전력 분석 자료가 전혀 없다는 것이었다. 필자를 포함한 코치 또한 농아인 국제대회 출전 경험이 전혀 없는 관계로 상대 선수들에 대한 분석 자료가 하나도 없어 매우 당혹스러웠지만 현실을 비판하기 보다는 하나씩 준비하자는 계획을 세우고 훈련에 임했다.

훈련 분위기는 주장을 맡은 노장 오원종 선수가 팀을 이끌 수 있도록 배려했으며, 1-2-3세대가 하나가 될 수 있도록 그 역할을 주장에게 맡겼다.

결과는 모래알이 아니고 선배는 후배들을 이끌어 주고 후배들은 선배들을 따르고 배우며 선, 후배 관계가 자연스럽게 성립되었으며 하나의 팀으로 컬러가 형성되고 진화하기 시작했다.

훈련 분위기는 선수들의 사기와 훈련 성과를 판단할 정도로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훈련 파트너 역할도 매우 중요한 것처럼 경민대학 파트너 선수들 또한 매우 성실하고 열심히 훈련에 임하며 파이팅을 외치는 등 훈련 분위기를 Up시키는데 매우 큰 역할을 해 줬다.

새벽훈련은 가벼운 스트레칭과 러닝 그리고 오전 훈련에는 산악훈련과 전자호구 적응능력을 키우는 훈련을 병행 했으며 오후에는 전술훈련과 스피드를 끌어 올리는 훈련에 집중했다. 야간 훈련은 자율적으로 했지만 지도진은 기본기와 커트 발 능력을 끌어 올리는데 공을 들였다.

훈련 방식은 일반 선수들과 조금 다르다. 귀가 잘 들리지 않기 때문에 지도자는 반드시 말보다는 행동(시범)으로 보여줘야 하며 휘슬이 필요 없기 때문에 직접 선수들과 함께 호흡하지 않으면 소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도자가 힘들 수도 있지만 선수들과 함께 하이파이브를 하고 몸을 부딪치며 교감 할 수 있어 일반 선수들과 비교해서 또 다른 매력이 있다고 하겠다.

(다음 편에 계속)

[글. 임영진 감독 | 2015 농아인태권도대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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