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유도, 폭력·판정비리 연달아… 어쩌다 이지경까지

  

협회장은 충성맹세 안 한다는 이유로 산하협회장 중경상 폭행


지난 2013년 대한유도회장에 취임한 남종현 회장 (사진=대한유도회)


한국 유도계가 각종 비리로 큰 위기를 맞았다.

협회장이 임원을 폭행한 데 이어 국민 영웅으로 불리던 대학 교수가 승부조작과 공금횡령 등의 부정·비리에 휘말렸다. 연달아 터진 악재에 대한유도회는 행정 마비 사태다.

지난 6월 19일에 벌어진 일이다. 대한유도회 수장인 남종현 회장(그래미 회장, 71세)이 전국실업유도최강전이 열린 강원도 철원에서 대회를 마친 후 기분 좋게 이어져야 할 만찬 자리에서 산하단체인 중고연맹 회장 A씨를 폭행했다.

폭행의 이유와 결과만 두고 본다면, 과연 스포츠 단체에서 벌어질 일인지 의구심이 생길 정도다. 남 회장은 건배 제의를 하러 온 A씨에게 “무릎을 꿇어라”라고 한 것. 이에 A씨가 거부하자 남 회장은 들고 있던 맥주잔을 A씨를 향해 던졌다. 충성맹세를 하지 않았다는게 폭행의 이유다.

A씨는 앞니 하나가 부러지고, 인중 부위가 찌어지는 중상을 입었다. 현재 춘천경찰서는 남 회장의 폭력 행위에 대한 A씨의 고소장을 접수받아 상해죄 또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을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남 회장의 이런 거친 행동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래서 유도계는 물론 사회계에서까지 비난이 거세게 일고 있다.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 기간 중 유도 경기장에 ID카드가 없는 지인과 입장하는 과정에서 제지를 받는 과정에서 “여기서는 내가 왕이다”라며 추태를 부렸고, 현장에서 이를 중재하는 경찰관에게까지 욕설을 퍼부었다.

남 회장의 반복된 추태가 벌어지자 유도계는 그야말로 ‘부글부글’이다. 남 회장이 정통 유도인도 아닌 기업인이기 때문에 반감은 더욱 크다. 최근에는 서울과 대구, 전남 등 대의원이 남 회장의 임원 폭행 사건 진상조사를 위한 임시 대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하고 나섰다.

남 회장은 지난 2013년 4월 전임 김정행 회장이 대한체육회장으로 취임하면서 후임 회장으로 선출됐다. 취임과 동시에 그는 용인대 출신으로 기득권이 형성된 유도계 용인대 파벌 문제를 개혁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유도계 개혁은커녕 한국 유도계의 명예 실추에 앞장서는 격이 되었다.

한때 대한민국 유도 영웅이 횡령, 승부조작, 부정 출전 혐의로 입건


2007년 전국체전 경기장면 (이 기사와는 무관함)


회장의 폭력 사태로 물의를 빚는 가운데 또 하나 대형 사고가 터졌다. 올림픽 메달리스트 출시의 교수가 승부조작, 부정 출전, 공금 횡령 등의 혐의로 경찰 조사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4일 오후 전국체전 유도경기에 무자격 선수를 부정 출전시키고, 승부조작, 공금횡령 등을 한 혐의로 유명 대학교수, 전직 국가대표 감독, 시도체육회, 유도회 관계자 등 40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다음 아닌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유명한 선수 출신이다. 한국 유도 국가대표팀 감독을 역임한 안모 교수(용인대)는 횡령, 배임, 업무방해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같은 대학에서 근무하는 조모 교수도 횡령과 증거인멸 교사 등 협의로 입건됐다고 전했다.

1984 LA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한 때 국민 영웅이었던 안 교수는 지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제주도유도회 김모 총무이사로부터 1억 1천만원을 받고 제주도에 연고가 없는 용인대 선수 18명을 전국체전 제주도 대표로 출전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또 2008년부터 2014년까지 7년간 전국체전 출전자격이 없는 남녀 유도 선수 총 107명을 각 시도 대학부와 일반부 군인대표로 179회에 걸쳐 부정 선수로 출전시켜 전국체전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부정 출전한 선수 중 46명은 금5, 은21, 동32개 등 총 58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승부조작 혐의로 포착됐다. 안 교수는 2014년 전국체전 유도 대학부 78kg급 이하 결승전에서 한 선수에게 고의로 패하도록 지시하며 심판들의 경기 판정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대한유도회 문 모 심판위원장은 2013년 전국체전 유도 남자 대학부 73kg급 이하 8강 경기에서 다른 지역 선수를 이기게 하려고, 종료 7초 전 상대방 선수가 정상적인 ‘배대뒤치기’를 공격했음에도 이를 위장공격이라고 주장하며 주심에게 ‘지도’ 벌칙을 주게 하여 심판의 경기판정 업무를 방해했다.

조 교수는 2012년 용인대 유도경기지도학과 학과장 재임 중 전국시도유도회 등 단체 후원금과 선수 장학금, 전임 학과장 이월금 등 학교 공금 8천만원 상당을 횡령해 주식 투자와 유흥비 등으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 교수는 횡령한 8천만원으로 산삼 10뿌리를 구매해 국가대표 선수 4명에게 먹였다고 진술하고, 산삼구매 영수증을 위조한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은 부정출전 근절로 공장한 스포츠문화가 정착되는 계기가 마련되었으면 한다고 이번 수사의 의미를 부여했다. 경찰청은 “유도계 관행이었던 무자격 선수들이 전국체전 부정 출전을 최초로 적발했다”며 “선수등록시스템상 출전자격을 검증하는 절차가 전혀 없다는 사실을 밝혀낸 사건”이라고 밝혔다.

경찰청은 전국체전 훈련비 수 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올림픽 메달리스트 출신의 국내 유명 실업팀 감독도 현재 수사 중이라고 전했다. 더불어 유도 이외 다른 종목에서도 부정출전 사례 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일이 벌어지자 유도계는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당장 내년 리우 올림픽까지 1년여 남은 상황에서 전직 국가대표 출신 지도자가 사건에 연루되고 협회장이 추태를 벌이는 일들이 겹쳤기 때문이다. 더욱이 유도는 전국적으로 350여개 도장밖에 없는 현실. 지역에 있는 유도관이 더욱 힘들어질 전망이다.

[무카스미디어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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